커피 역시 논문을 쓰듯 열심히 분석하고 연구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는

시인의 노래처럼, 실패의 경험을 쌓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2024 MOC(마스터오브카페) 경연 페스티벌’ 대회의 결과가 나왔다. 15회를 맞은 이 대회는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이번에는 575건이나 응모했다니 커피를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간다.


나는 2022년과 2023년에 출품해서 두 번 모두 브론즈상을 받았다. 이번 15회 대회에는 세 번째 출품이고 정성을 다했기 때문에 ‘혹시나 골드상?’ 하면서 내심 김칫국을 마셨다. 결과는 브론즈상이었다. 3년 내리 브론즈상을 받은 셈이다. 조금 서운하기는 했으나 취미로 커피 공부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결과를 얻은 것은 놀랄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을 제출한 사람들 대부분이 전문가이므로 나 같은 아마추어가 상을 받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의 로스팅 성적을 보고 스스로도 놀랐다. 디브리핑 결과를 보니 스윗니스와 균형감의 평가가 아주 높게 나왔다. 커피는 신맛도 중요하나 단맛을 잘 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같은 원두라도 어떻게 로스팅하는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이번 대회에 출품한 생두는 ‘페루 게이샤’ ‘코스타리카 게이샤’ ‘에티오피아 물루게타 문타샤 내추럴’ 세 종류다. 이를 약중배전으로 블렌딩해서 제출했다.


로스터기는 국산 제품을 사용했다. 값비싼 외국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기계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면 잘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다. 고가의 외제 로스터가 아니어도 기계의 성질을 잘 이해해서 로스팅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이번 대회를 통해 알게 됐다.


로스팅은 생두와 로스터기와 로스터와의 궁합이 중요하다. 생두 투입, 수분 날리기, 배출 시의 온도까지 꼼꼼히 조절하며 정성을 기울였다. 배전은 커피의 맛과 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시작 단계부터 신경을 썼다. 배전도에 따라 커피의 맛과 향이 달라지므로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약배전, 중배전, 강배전으로 나누지만 국제커피협회는 8종류(색도계, SCA)로 분류한다. 볶는 정도에 따라 총 8단계로 구분한다.


생두에 열을 가하면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여러 가지 가스가 생성된다. 갓 로스팅한 원두는 많은 가스를 함유하고 있으므로 이를 제거해야 한다. 가스를 제거하는 것을 ‘디게싱’이라 한다. 디게싱 과정을 거치면 커피의 쓴맛이 제거되고 특유의 맛과 향이 살아난다. 갓 로스팅한 원두보다는 2~3일 지난 것이 더 향기롭고 맛있다. 이번 출품작을 로스팅 후 사흘쯤 지나 제출한 이유도 그래서다.


처음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의아해하는 지인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내린 커피가 어느 커피보다 맛있다며 주변 분들이 좋아한다. 커피를 못 마시는 집사람도 향만은 일품이라며 칭찬한다. 정성껏 내린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 즐겁다. 그들의 칭찬 한마디로 마음 속에는 풍선이 부풀어 오른다.


평소 지방이나 해외로 출장 가면 이름난 카페를 찾아다니며 커피의 맛과 향을 분석하고 카페 주인이나 종업원과 대화를 나누려 애쓴다. 어디서든 커피와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귀가 쫑긋해진다.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와 더불어 그동안 거친 수많은 시행착오도 도움이 됐다.


이번 수상을 통해 깨달은 점은 커피 역시 논문을 쓰듯 열심히 분석하고 연구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는 시인의 노래처럼 실패의 경험을 쌓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