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 이하 영상자료원)은 5월 14일(화)부터 5월 24일(금)까지 시네마테크KOFA(서울 상암동 소재)에서 1990년대 시네마테크의 대표작 12편을 90년대 개봉 당시 필름으로 상영하는 '1990s 시네마테크의 필름들' 기획전을 개최한다.

 

김홍준 원장은 “이번 기획전은 상영작 전편을 1990년대 당시의 35mm 프린트로 상영한다는 점에서, 그 당시 우리말 번역 자막이 그대로 포함돼 있어 외화 자막 번역의 중요 사료로서의 가치도 있다”라고 밝혔다.

 

봉준호, 박찬욱, 류승완 감독을 비롯해 한국 영화 산업의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1990년대 시네마테크와 시네필 문화를 돌아보는 강연과 대담을 통해 영화계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해 보는 부대행사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기원, 1990년대 시네마테크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고 일컬어지는 2000년대는, ‘문화학교서울’의 단골 회원이었던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로 시작하여 시네마테크의 효시 ‘서강대 커뮤니케이션센터’를 거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 ‘노란문’과 ‘영화공간1895’를 경험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으로 그 문을 연다.

 

이들을 비롯해 현재 한국 영화산업을 견인하는 수많은 영화인을 배출한 1990년대 한국의 시네마테크는 영화공간1895, 문화학교서울, 씨앙씨에, 영화사랑과 같은 사설 비디오테크부터 대구의 영화언덕, 제7예술, 아메닉 및 대전의 컬트, 부산 1/24, 청주 씨네오딧세이, 광주 영화로 세상보기, 전주 온고을 영화터, 제주 영화만세, 평택 씨네마 드리밍, 부천 영화열망 등 지역성을 띈 영화 단체, 그리고 동숭시네마테크와 같은 예술영화관까지 다양한 지형을 포함한다.

 

이들을 아우르는 하나의 공통점은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영화 읽기’에 몰두하였다는 것이다. 검열을 통과하지 못하여서, 수입 자체가 금지되어서, 재생 장치가 없어서 보고 싶은 영화를 보지 못하던 이들에게 시네마테크는 공간의 차원을 넘어선 ‘시네마테크 운동’이었다.

 

‘1990s 시네마테크의 필름들’ 기획전은 이처럼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기원으로서의 90년대 시네마테크와 시네필 문화가 갖는 의의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기획전은 당시 시네마테크 문화를 이끌었던 90년대 시네필과 현재 영화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젊은 90년대생 시네필 간의 대담과 강연을 통해 영화계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는 부대행사 또한 진행 예정이다.

1990년대 시네마테크의 전설이 된 12편 전편 필름 상영
이번 ‘1990s 시네마테크의 필름들' 기획전은 「감각의 제국」(오시마 나기사, 1976), 「천국보다 낯선」(짐 자무쉬, 1984) 등 12편의 상영작을 모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보존해 온 1990년대 당시 35mm 필름으로 상영한다. 상영일정은 영상자료원 홈페이지(http://koreafilm.or.kr/cinema/program.asp)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모든 상영은 무료다.

 

그 중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문제작 「감각의 제국」은 최근 해외 학계를 중심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미복원판(Unrestored Version) 필름으로, 넷플릭스에 공개된 감독판 내 모자이크 처리 장면들과 비교하여 90년대 당시 검열 지점을 살펴볼 수 있게끔 할 것이다. 짐 자무쉬 감독의 「천국보다 낯선」과 「커피와 씨가렛」 또한 1995년 동숭시네마테크 개관 당시 35mm 필름으로 영사 예정이며 90년대 예술영화 수입을 주도했던 영화사 백두대간의 로고가 박혀있는 역사적 사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외 상영작인 1991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라스 폰 트리에의 주요 초기작 「유로파」(1991), 컬트 돌풍을 일으켰던 데이비드 린치의 「이레이저 헤드」(1977), 형식 실험주의자로서 영화적 관습을 파괴하는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1982),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에게 제4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선사한 「안개 속의 풍경」(1988), 1970년대 뉴 저먼 시네마의 대표 기수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1974) 등 12편 전편이 35mm 필름으로 상영된다.

 

이들은 모두 90년대 당시 거듭 복사되어 열악한 화질의 비디오로 탐구되던 영화들인 동시에, 이후 예술영화관과 영화제에서 정식 필름 상영되면서 다시금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작품들이다.

90년대 시네마테크 ’문화학교서울‘에서 활동했던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은 “이번 기획전은 그 시절 시네마테크에서 열화된 화질의 비디오로 시력테스트 하듯 겨우 영화를 봤던 수많은 시네필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며 “특히 전 작품을 필름으로 상영한다는 점에서, 당시 절대 필름으로는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영화들을 필름으로 만나는 감동이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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