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걸고 쓰는 코너인데

대충 일하기 싫다.

즐기면서 일하자.

업무와 노는 것의 경계 언저리에서

일하는 걸 좋아한다"

 

 오종찬 기자는 18년차로, 2006년 조선일보사에 입사한 뒤 6년째 ‘오종찬의 Oh! 컷’ 이라는 칼럼을 쓰고 있는 조선미디어그룹을 대표하는 사진 기자다. 오 기자는 ‘많이 버리는’ 기자다. 10번을 취재 나가면 4번은 단 한 컷도 건지지 못하고 허탕을 친다. 사진 기자가 수백 장을 찍고 단 한 장을 건지는 구조인 것을 볼 때, 더구나 시간에 쫓기는 언론사에서 버리기란 쉽지 않다. 버린 만큼 더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준에 만족스럽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다 버리는 지독한 ‘완벽주의자’다.

 

 선한 인상에 배려가 몸에 익은 사람이지만 튀르키예 지진현장 등 재난현장 마다 출동하는 ‘내유외강형’기자이기도 하다.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다. 튀르키예 재난현장을 취재해 사회면에 원고지 20매 분량의 기사를 쓰기도 하고, 주 2회 TV조선의 아침 뉴스에 ‘아침에 한 장’이라는 코너로 방송 출연을 하는 등 신문과 방송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멀티플레이어다. 사진기자 협회에서 수상하는 ‘김용택 기자상’, ‘이달의 기자상’ 등 상도 많이 받았다. 오 기자에게 사진 기자의 삶에 대해 물었다.

 

고서정 기자 human84@knou.ac.kr

 

사진 한 컷을 위해 모든 걸 던진다는 것이 힘들거나 허무하지는 않나

 

'즐기면서 일하자'가 모토다. 업무와 노는 것의 경계 언저리에서 일하는 걸 좋아한다. 내 이름 걸고 신문에 쓰는 코너인데 대충 일하기 싫다. 아이템을 찾아 새벽에 전라남도 해남까지 출장을 다녀와도 만족스럽지 않으면 신문에 내지 않는다. 6년간 300회 칼럼을 연재했는데 500번 이상 현장에 나갔다. 절반 가량 허탕을 친 셈이다. 허무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일하는 동력이 없어질 것 같아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좋은 보도 사진의 기준은

 

가수 김장훈이 장애인의 날을 맞아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콘서트를 하는 모습. 누워 있는 환자가 웃는 모습이 보인다. 오종찬 기자의 사진.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연세대생 고 이한열의 사진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팔짱을 낀 채 조사받는 사진 같이 역사적으로 기억되는 순간을 남긴 사진이 좋은 보도사진으로 평가를 받는다. 역사적인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더 높게 평가받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진이 좋은 보도사진이라고 생각한다. 감동을 주는 사진을 전하고 싶다. 최근 장애인의 날 특집으로 가수 김장훈이 중증 장애인들을 위한 콘서트를 했다. 현장에서 홍보가 아니라, 진짜 장애인들을 위한 공연을 한다고 느꼈다. 내가 취재에서 받은 감동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많이 한다.

 

사진 기자 뿐 아니라 신문 기사쓰고, 방송 출연까지 도전하고 계신다.

도전의 원동력은

 

일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면 힘들지 않다. 새로운 일을 찾아서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늘 많이 노력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회사에서 고정 칼럼을 제안했고, 방송, 유튜브 등도 권유했다. ‘주어진 일은 기대보다 잘해야 한다’는 걸 늘 염두 하며 일하고 있다.

 

사진 기자가 된 계기는

 

대학교 때 사진동아리를 하면서 사진의 매력을 알게 됐고, 국문학과 전공자로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것에 자신이 있어서 사진 기자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사진 기자는 신문사마다 5년에 한 명 뽑을까 말까 할 정도로 바늘 구멍이다. 그래서 취재 기자 시험을 준비하며 언론사마다 시험을 보고 있었는데, 마침 그때 조선일보에서 6년 만에 사진 기자를 뽑아 운이 좋게 입사를 하게 됐다.

 

사진 기자가 되는 방법은

 

언론사마다 있는 공채 시험을 응시하면 된다. 신문사의 경우 공채로는 잘 뽑지 않고 경력 채용을 하는데, 5년에 한 번 소수 인원을 뽑는다. 사진 기자 인원이 많은 연합뉴스 등의 통신사는 2년에 한 번 꼴로 신문사보다는 많은 인원을 공채를 통해 선발한다. 통신사에서 사진 기자로 일하다가 신문사마다 몇 년에 한 번 경력으로 뽑을 때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통신사 사진기자와 신문사 사진 기자는 어떻게 다른가

 

통신사 사진 기자는 사건 사고나 현장을 담은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다. 기사에 비유하면 스트레이트성 사진들인 셈이다. 순발력이 좋고 속도감을 즐기면 통신사 사진 기자를 추천한다. 반면 신문사 사진 기자는 호흡이 더 길게, 아이템을 기획해서 사진으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

 

'벚꽃 사이 花國 열차 찬란한 시간은 지나간다'란 제목으로 오종찬 기자가 2019년 4월 찍은 진해 군항제 사진.

사진 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과거에는 순간 포착이나 민첩성이 중요했다. 사진 콘텐츠가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는 ‘보여줄 수 있냐’보다 ‘어떻게 보여주냐’가 더 중요하다. 예전에는 특정 장면을 찍고 안 찍고에 따라 특종이 갈렸지만 지금은 전 국민이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현상을 같은 장소에서 찍더라도 100명이 찍는 사진이 다 다르다. 그 순간을 누가 가장 감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뉴스 중에 사진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하고 그것을 어떤 시각으로 보여줘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가 중요한 셈이다. 사진을 통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가진 기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직업상의 장·단점은

 

취재 기자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대통령부터 노숙인까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사진 기자는 특히 부서 경계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국회나 청와대도 출입하고, 배우나 가수 인터뷰, 올림픽과 월드컵 등을 다 경험할 수 있다. 단점은 최근 언론사 경향이 그러하듯 연봉이 크게 늘지 않고, 돈을 버는 직업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게 가장 큰 단점이다.

2018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현장에서 오종찬 기자가 찍은 사진. 65년 만에 만난 모자지간의 모습이다.

가장 보람되거나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2018년 8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취재진으로 북한에 갔던 순간이다. 92세의 이금섬 할머니가 6.25 피난길에서 6살 꼬마일 때 헤어진 이후 65년 만에 71세가 된 아들과 만나 포옹하는 장면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내가 찍은 사진은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 1면에 실리기도 했다. 돌아와서 이금섬 할머니 집에 찾아가서 아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사진들을 직접 선물해드렸다. 감사하다며 손을 잡아주시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성공의 원동력이 뭐라고 보나

 

후배들에게 늘 ‘기회가 찾아오면 고민하지 말고 잡으라’고 조언한다. 그 기회를 통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남들보다 정말 잘 해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불평하지 말고 즐기며 일하는 게 원동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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