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가수원로에서 자전거 대리점을 경영하는 두종균 학우(71세·중문 3)는 54년을 한결같이 하나의 업(業)으로 달려왔다. 방송대 대전·충남지역대학 중어중문학과 학생회 부회장인 그는 학업에도 남다른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그가 학기가 바뀔 때마다 남모르게 발전기금을 기탁해 온 것도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두종균 학우는 1955년 대전시 동구 대동 가난한 집안에서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지만, 집안 살림과 동생들을 보살펴야 하는 일까지 그의 몫이 됐다. 가정 형편상 중학교 진학을 이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1970년 2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할 수 있다는 각오 하나만으로 무작정 상경했다.

 

1970년 무작정 상경해 자건거 고치는 일 배워
용산역 근처 자전거포에서 쌀과 주류, 채소 등을 배달하는 짐자전거를 고치는 일부터 시작하며 그의 자전거 인생이 시작됐다. 그곳 사장님의 배려와 도움으로 눈썰미 좋고 손재주가 뛰어난 두종균 학우는 자전거 수리 기술을 본격적으로 배우며 가족을 부양하게 됐다.

 

1972년 고향인 대전으로 내려와 대전역 근처의 자전거 도매상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다. 1980년에 월세 10만 원짜리 가게를 얻어 본격적인 자영업을 시작했다. 세 번의 이전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서 자전거 대리점을 경영하게 됐다.

 

그의 나이 40세에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48세의 늦은 나이에 아들을 봤다. 아들을 얻자 그는 더욱더 열심히 자전거 수리 업무에 열정을 쏟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아들이 대학에 진학하자 어느 순간 그에게 인생에 대한 회한과 배움에 대한 갈망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배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지식을 쌓고 싶었고, 늘 마음속에 짓누르고 있던 학업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고 싶었다. 그는 수소문 끝에 대전교육청이 관할하는 방송통신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에 들어갔다. 환갑이 넘어 시작한 정규 과정의 공부는 끈기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족이 방송대 공부 응원
아내와 하나뿐인 아들이 그의 늦은 공부를 적극적으로 응원했다. 가족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의 도움에 힘입어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해 대학 생활을 하게 됐다.

 

평소 책읽기를 좋아해서 소설 삼국지와 역사책사기(史記)를 자주 읽었던 데다, 어릴적 한학을 공부하시던 외할아버지의 모습을 가끔 접했던 영향이랄까? 그는 주저없이 중어중문학과를 선택하게 됐다


설렘으로 시작한 중문학과 신입생 시절부터 그는 임원 활동과 동아리 활동에도 적극성을 보였다. 김성곤 교수가 강의하는 「중국명시감상」에 매료돼 매월 1회 서울에서 열리는 ‘불역시호(不亦詩乎)’라는 음송동아리에도 전국의 50여 학우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생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 그에게는 하나의 소망이 있다. 언젠가 자신이 생을 마감하는 날이 오면, 자신의 시신을 집에서 가까운 건양대 의과대학에 ‘카데바(의학용시신)’로 기증해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남기며 인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것.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는 아내와 아들의 동의도 큰 역할을 했다.

 

손님 없는 자투리 시간 이용해 학과 공부도
5월 1일 두종균 학우 취재를 위해 그의 자전거 대리점을 방문했을 당시, 그는 중국어 교재를 펼쳐놓고 필기를 해가며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방문객이나 손님이 없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소리 내서 병음을 따라 읽고 발음을 연습하면 중국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자신만의 비법을 공개하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박미경 대전·충남지역 중어중문학과 학생회장은 두종균 학우를 가리켜 “70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하시다. 학우들을 만나면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겸손함과 학기마다 남모르게 학교 발전기금을 기탁하는 등 방송대에 대한 애정도 정말 깊으시다. 생업으로 바쁜 데도 학생회 임원의 역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모습을 보며, 방송대 학우의 인연을 맺게 된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두종균 학우는 5월 11일 대전에서 열리는 중국언어문화캠프에 참여할 생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중국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평소 보고 싶었던 학과 교수님과 사랑하는 전국의 중문학과 학우들을 만날 생각을 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설렌다고 한다.


54년여 두 바퀴로 달려온 열정의 자전거 인생! 그의 인생은 방송대라는 버스에 새롭게 올라타 더 깊고 넉넉한 인생 제2막의 목적지를 향해 오늘도 힘차게 달리고 있다.


대전=이배근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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