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4월 23일)’을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는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발표했다.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성인은 10명 중 6명이나 됐고, 독서량과 도서 구입량 모두 곤두박질쳤다. 소득이 적을수록 책을 덜 읽는다는 ‘독서율 양극화’도 심해졌다. ‘너무 많은 책들이 우리를 무식하게 만든다’라는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의 말을 변명으로 삼는다 해도 한국인의 독서실태가 심각한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독서인구의 감소는 출판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10호 커버스토리에서는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분석하며 독서의 의미를 짚어본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성인 10명 중 4명만 독서
「국민독서실태조사」는 1994년에 시작한 국내 유일의 종합 독서지표 조사로 2년마다 시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2022년 9월 1일부터 2023년 8월 31일까지, 성인 5천 명(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학생 2천400명(초등학생(4~6학년)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동일 설문 문항으로 조사했다.

 

먼저 성인의 지난 1년간 종합 독서율은 43.0%로 나타났다. 종합 독서율은 최근 1년 내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중 1권 이상 읽은 비율을 의미한다. 최근 10년간 성인의 종합 독서율 추이를 살펴보면 2013년 72.2%에서 2023년 43.0%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1994년 실태조사 실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조금 더 자세하게 연령 별로 들여다보면, 성인의 경우 종합 독서율은 5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2021년 대비 하락했다. 고연령대(60대 이상)일수록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대의 종합 독서율은 74.5%, 30대는 68%였지만, 40대는 47.9%, 50대는 36.9%, 60대 이상은 15.7%였다. 고연령대의 종합 독서율 하락의 주요인을 보고서는 ‘건강(눈이 침침해져서)’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20대에서는 전자책 독서율이 종이책 독서율을 크게 앞질렀다. 젊은 연령대가 책을 많이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20대인 송지수 서울지역 무역학과 학생회장은 “자기계발에 대한 열망이 있고, 스마트 기기 활용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갓생’(영어 ‘God’과 한자 ‘生’이 합쳐져 부지런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듯이, 이들은 자기 삶과 능력을 성장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며, e-book 리더기와 같은 스마트 기기의 보급으로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독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책 읽는 성인은 1년에 종이책 1.7권, 전자책 1.9권, 오디오책 0.3권 등 총 3.9권을 읽거나 들었다. 성인 독서자라고 해도 1년에 채 4권을 읽지 않는 셈이다. 매일 책을 읽는 성인은 1.3%에 불과하며, 일주일에 한두 번 읽는 성인은 15.9%, 한 달에 한두 번은 14.8%, 몇 달에 한 번 읽는다는 성인은 11%였다.

 

소득에 따라 독서량도 달랐다. 월평균 200만 원 이하 소득자의 종합 독서율은 9.8%로, 월평균 500만 원 이상 소득자의 54.7%와 비교해 5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른바 독서율 양극화 현상이 더욱 고착되고 있다.

 

반면 학생 대상 결과를 보면 그나마 안심이 된다. 종합 독서율은 95.8%로 학생 10명 중 9명 이상이 책을 읽었다(교과서·학습참고서·수험서는 미포함). 2013년 종합 독서율 96.8%에 비해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2021년 91.4%가 최저치인 점을 감안하면, 10년간 9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학생 독서량은 종이책 26.2권, 전자책 7.8권, 오디오북 2권으로 1년에 36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 시간도 평일 평균 46.3분, 휴일 평균 46분으로 비슷했다(종이책 기준). 매일 책을 읽는 학생은 17.9%, 일주일에 한두 번 읽는 학생은 31%, 한 달에 한두 번 읽는 학생은 24.7%, 몇 달에 한 번 읽는 학생은 22.3%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은 4.2%에 불과했다.

 

보고서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성인의 종합 독서율은 지난 10년간 지속해서 하락했지만, 학생은 2021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성인 종합 독서율은 성별에 따라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령대가 낮을수록 학력 및 가구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높았다. 학생 종합 독서율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학년이 낮을수록 높았다.

 

성인 67.3%와 학생 77.4%가 ‘풍부한 정서와 감성 발달’, ‘정보 수용과 해석 능력 향상’, ‘전문 지식의 습득’ 등을 이유로 들며 ‘독서가 삶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하지만, 본인의 독서량에 대해서는 성인 71.9%, 학생 52%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독서하지 않는 이유? ‘바빠서’가 1위
그렇다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서자 성인의 독서 장애 요인은 △일(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 △다른 여가·취미 활동을 해서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 △시력이 나빠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아서 △독서가 재미없어서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40대 초반인 김현지 통계·데이터과학과 연합회장은 ‘시간이 없다’는 대답은 ‘핑계’라고 일축한다. 대부분의 방송대 학우들은 직장 일과 가사, 학업을 병행하면서도 전공·교양 도서를 읽는 생활 패턴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처럼 디지털 기기가 발전한 시대에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태블릿으로 책을 읽거나, 그마저도 어려운 환경에서는 오디오북으로 꾸준히 독서하고 있다. 다만 1년에 몇 권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부담될 수 있으니, 독서를 즐기듯이 하는 마음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독서 장애 첫째 요인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였다. 보고서는 독서 습관 부족보다는 시간 부족으로 인해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증가했고, 비독서자의 경우 독서 흥미 고취를 통한 습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가정에서는 자녀가 어릴 때 부모가 책을 읽어 주는 활동이, 학교에서는 독후감, 서평 등 글쓰기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독서지도가 학생 자녀의 독서 습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다. 해당 나이의 자녀를 둔 학부모인 방송대 학우들이라면 눈여겨볼 대목이다.

 

하혜숙 청소년교육과 학과장은 “일상에서 자녀 눈앞에 스마트폰이나 패드를 놓고 좋아하는 영상을 틀어주는 장면을 흔히 목격한다. 부모들은 이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하는데, 결국은 편한 식사나 담소 즉, 부모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평소에 이렇게 하면서 책을 읽으라고 잔소리하는 것은 효용이 없다. 자녀의 발달 수준에 맞는 적절한 책을 선정하고 자녀가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며 독서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문들에 대해 대답도 하고,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소감을 나누고 독후감도 작성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스마트폰 영상을 틀어주는 것보다 번거롭다는 것이다. 기억하자. 아이들은 ‘부모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고’, ‘부모가 하는 대로 한다’”라고 조언했다.

 

독서 목적은 ‘마음의 성장(위로)을 위해’
책을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의 24.6%가 ‘마음의 성장(위로)을 얻기 위해’ 독서를 했다. ‘책 읽는 것이 재미있어서’(22.4%), ‘자기계발을 위해’(21.4%), ‘일이나 학업에 필요해서’(10.6%) 순이었다. 흥미로운 지점은 독서의 주된 목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2021년 조사에서는 독서의 주된 목적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으려고’(26.9%)와 ‘교양과 상식을 쌓으려고’(20.3%) 등 지식 목적이었지만, 이번 조사 결과에서는 ‘흥미 및 내적 성장’을 위해 독서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신현욱 영어영문학과 학과장의 조언이다. “종이책 자체 그리고 책 한 권 전체에 대한 오롯한 충성도는 세상의 복잡다단한 발전에 따라 줄었을지 몰라도 책이 독점적으로 맡던 다양한 역할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었다고 할 수 없고, 어쩌면 놀라울 정도로 늘어난 면도 있다. 그에 부응하듯 세상에는 ‘읽을거리’들이 넘쳐난다. 그렇다면, 책만을 대상으로 몇 권 읽는지를 물어보는 것도 좋지만, 마음의 성장을 위해, 자기계발을 위해, 독특한 취미와 재미를 위해 어떤 책, 영화, 영상들을 ‘읽고’ 있는지, 더 나아가 그것들을 활용해 자신만의 어떤 포트폴리오(책)를 구성하고(‘쓰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독서실태조사’에 늘 야단맞으면서 어떻게든 핑계를 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지 않으려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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