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국제 이주 인류에게 있어 국제 이주는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역사적으로 시기마다 다른 형태를 보입니다. 20세기 초중반 가장 흔했던 국제 이주는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인도인의 유럽과 북미로의 이주, 중국인의 북미, 유럽, 일본 등으로의 이주, 아프리카인의 유럽과 미국 등으로의 이주였던 것에 반해, 20세기 중후반에는 동남아시아인의 북미와 유럽으로의 이주, 동남부 유럽인의 서유럽으로의 이주, 서아시아인의 북미와 유럽으로의 이주가 가장 많았습니다. 즉 20세기는 제국주의와 냉전 체제하에서 유럽과 북미가 국제 이주의 주요 도착지였습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탈냉전과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국제 이주의 도착지는 다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국제 이주의 출발지였다가 20세기 후반부터 도착지가 됐고, 저출생 등의 문제에 직면한 현재는 더 많은 이주민이 한국으로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국제 이주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영토적으로 한 국가 내에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자본, 문화, 기술, 제도 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세계와 동시적으로 연결돼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경우 국제 이주는 한국의 민족과 인구 구조의 변화, 그리고 정치경제 제도 등의 변화와 맥락을 이해하고, 한국과 세계가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6장은 이러한 국제 이주를 이해하기 위해 국제 이주의 여러 유형과 함께 이를 설명하는 이론들을 해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형과 이론들에 대한 공부를 통해 우리는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국제 이주가 선택이 아닌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국제 이주의 성격이 무엇인지, 앞으로 국제 이주가 야기하는 여러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제7장  지구화와 여성의 이동성국제 이주는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남성과 여성의 경험은 매우 다릅니다. 20세기 초중반까지 국제 이주의 주요 행위자는 육체노동자인 남성이었고 여성은 이주자 남성이 동반한 가족 구성원의 일원이라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의 결과 20세기 후반부터 출산과 양육, 돌봄 등을 포함한 재생산 산업의 국제 분업이 발생하면서 여성의 노동 이주는 가속화됐습니다. 글로벌 돌봄의 연쇄(global care chain)는 이러한 여성의 국제 이주를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여성의 국제 이주는 사회적 재생산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습니다. 사회적 재생산이란 사회적 성원들의 생물학적 인간 재생산뿐만 아니라 그 사회를 유지하는 사회적 행위인 집안일, 돌봄 등의 재생산을 포함합니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선진국에서 정부가 운영하던 공공교육과 보건, 의료 등 사회적 재생산 서비스의 축소로 이어지면서, 여성은 노동과 재생산 노동의 이중 부담을 경험하게 되고, 이를 대신해 줄 여성 이주노동자가 필요하게 됩니다.  또한 글로벌 도시에 거주하는 여성의 고소득 서비스산업의 진출로 식당, 청소업, 성산업, 가사노동 등 전통적으로 여성이 담당하던 저소득 서비스산업에 공백이 생겼고, 그 공백을 이주노동자들이 메우게 됐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이주의 여성화라고 부릅니다. 7장은 이주의 여성화의 다양한 유형들과 이를 설명하는 이론들을 소개합니다. 이주의 여성화라는 개념은 글로벌 돌봄의 연쇄 속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착취당하는지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 여성이 어떻게 주체화되고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젠더화된 생활양식과 권력관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모습을 포착합니다.  제8장  현대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신자유주의 시대의 특징 중 하나는 불평등에 대한 관심의 증가입니다. 한쪽에서는 경제적 성장으로 과거와 같은 절대적 빈곤이 감소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로 인해 불평등이 오히려 증가했다고 주장합니다.  20세기는 전 세계적으로 발전과 성장의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의 경제학자인 쿠즈네츠는 산업화를 경험하는 국가에서 경제적 불평등은 초반에는 증가하다가 발전 정도가 일정 수준을 넘기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와 1980년대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불평등이 증대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예측은 비판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는 20세기의 소득불평등의 감소는 경제발전의 결과가 아니라 소득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 제도적 효과라고 주장합니다.  피케티에 따르면 임금이나 사업이 아닌 임대, 이자, 배당 등을 통한 자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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