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넘게 사랑받는 영화 시리즈 하면, 우선「스타워즈」가 떠오른다. 하지만,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하는 먼 미래를 다룬「혹성탈출」도 있다. 유인원의 지배를 피해 금지된 땅에 도착한 주인공이, 쓰러진 자유의 여신상을 발견하는 마지막 장면으로 관객에게 엄청난 충격을 선사했던 1968년 작품이 원작이다.

 

이후 혹성탈출은 여러 번 변주됐다. 최근에는 도합 16억8천100만 달러의 흥행 기록을 세운 「혹성탈출」 3부작이 있다. 2011년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의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을 시작으로, 2014년, 2017년 맷 리브스 감독의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과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나란히 흥행에 성공하며 전례 없는 인기를 얻은 프랜차이즈로 거듭나게 된다.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시작을 담은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시저의 죽음 이후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된 인간들이 살아가는 오아시스에서 인간들을 지배하려는 유인원 리더 ‘프록시무스’ 군단에 맞서, 한 인간 소녀와 함께 자유를 찾으러 떠나는 유인원 ‘노아’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시각효과는 「반지의 제왕」부터 「엑스맨」, 「아바타: 물의 길」 등에 참여한 세계적 VFX 스튜디오 W?t? FX가 맡아 보다 생생하고 압도적인 비주얼 스펙터클을 제공한다.

 

이번「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메이즈 러너」시리즈로 성공적인 장편 영화 데뷔를 알린 웨스 볼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이전 3부작과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웨스 볼 감독을 화상으로 만나봤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팬덤이 탄탄한 시리즈의 성공적인 3부작 이후 4편 감독을 맡으셨어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너무 즐거웠다는 말밖에 할 수 없겠네요.「메이즈 러너」 이후 큰 변화가 있었는데, 바로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는 작품을 맡게 된 거죠. 스튜디오 시스템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면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영화는 시저의 죽음 이후 완전히 무에서 새롭게 시작합니다. 각본 작업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무엇이었나요
4편의 존재 이유를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저는 그저 이 시리즈의 4편을 만들려고 했던 게 아니라,「혹성탈출」이라는 프랜차이즈에서 완전히 새로운 챕터를 열고 싶었습니다. 영화의 톤으로 보나 모험으로 보나 인물로 보나 완벽하게 새로운 걸 관객들에게 보여주면서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죠. 그러니까 ‘진실이라는 것은 얼마나 연약한 것인가’입니다. 권력, 역사, 충심 이 모든 것들이 다 녹아있는 영화입니다. 이런 요소들이 지난 10년간 관객들이 사랑해온 프랜차이즈의 유산이기도 해서 이걸 이어받으면서도 새로운 챕터를 열고 싶었습니다.

 

전작들과의 차별점이 있다면요
이전 영화들이 워낙 큰 사랑을 받아서 그런 요소를 다 갈아엎고 싶지 않았어요. 오히려 영화에 녹여내서 안고 가고 싶었죠. 이번 영화의 차별점이라면 ‘모험’, ‘새로운 시작’이라는 거에 방점을 찍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7년 전에 시저의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이번 영화는 새로운 사가(saga)가 시작됩니다. 유인원이 지배하는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는 겁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부분은, 전작 3부작이 워낙 무거운 톤이 있었잖아요? 프랜차이즈 영화에서 관객이 기대하는 가벼운 부분, 볼거리가 풍부합니다. 로드무비라는 점에서도 몇 가지 더 플러스된 부분도 있고요.

전작 중에서 영감을 얻은 장면이 있다거나, 재해석해서 넣은 장면이 있을까요? 전작 중에서는 몇 편을 가장 좋아하세요
찰턴 헤스톤의 1968년 오리지널을 보고 자란 세대입니다. 물론 그때 너무 어려서 정확히 영화를 따라갈 수는 없었지만, 그 비주얼만큼은 제게 큰 인상을 남겨서 오래 남아있죠. 인간이 풀숲에 숨어 있고, 말을 탄 유인원이 지나가는 장면 역시 이번 영화에서 재현됐습니다. 특히 직전 3부작에서 시저가 남긴 유산은 그대로 남아 있어요. 마치 살아있는 느낌이 들 정도죠. 그래서 노아가 변화하는 것처럼요. 그런 점에서 이번 영화는 전작들의 DNA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이한 건 프리퀄, 시퀄을 합친 영화 같기도 해요. 오리지널 영화에 대한 오마주가 있고, 시저 3부작의 좋은 점들도 갖고 있고요. 액션도 있고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감명 깊은 성장스토리도 있습니다.

 

혹성탈출 시리즈는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작품에서 여자 인간에게 노바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번 영화에서 노바는 지난 노바들과 어떻게 다른가요
맞아요. 노바라는 이름은 전작에서도 많이 사용했죠. 오리지널 영화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까요? 노바라는 이름은 사실 유인원이 인간에게 주는 이름입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 이름을 받는 인간이 있지만, 좀 다른 점이 있어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여기까지만요. 흥미로운 건 영화 시작할 때는 유인원 스토리로 인식합니다. 여정이 계속되면서 인간과 유인원의 스토리라는 걸 알게 되죠. 거기서 이번 영화의 노바는 퍼즐이라고 할까요? 처음에는 어떤 배경을 가진 인물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미스테리한 인물이죠. 나중에야 비로소 노바의 역할이 드러나면서 유인원 캐릭터와 인간 캐릭터의 세계가 어떻게 펼쳐지게 되는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노아, 프록시무스, 라카 등 주요 캐릭터에게 특별한 점을 담으려 했나요
각 캐릭터들은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요한 콘셉트나 아이디어들을 표현하고 대표하고 있습니다. 노아가 특히 그렇죠. 한마디로 ‘지식이라는 것은 바로 권력’이라는 부분을 영화 속 여정을 통해 깨달아가죠. 프록시무스는 유인원이지만 가장 인간과 비슷한 캐릭터죠. 역사를 공부하고 그렇게 체득한 지식으로 본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합니다. 라카는 시저에 대한 이해가 유인원들 사이에서는 가장 순수하게 남아 있는 캐릭터죠.

 

노아가 모험을 떠나면서 그 여정에서 아버지상이 되는 여러 어른 캐릭터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서 본인의 세계관이 계속 바뀌는 도전을 받게 되죠. 후반부에서는 본인이 생각하고 해석하는 세계관을 정립합니다. 그렇게 청년이었던 유인원이 성인이 되면서 본인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가는 이야기를 캐릭터를 통해 그렸습니다.

시저 3부작의 전설적인 배우 앤디 서키스가 이번 영화의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참여해서 화제가 됐죠
앤디에 대해서는 정말 칭찬에 칭찬을 더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신사적이고 따뜻한 사람입니다. 연기뿐 아니라 스토리텔러로서의 재능도 어마어마하고요. 저랑은「마우스가드」를 같이 한 인연이 있어요. 이번 영화에 시저가 물리적으로는 나오지 않지만, 그의 레거시와 유산, 영혼은 영화 내내 함께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시저가 어떤 캐릭터고, 다음 세대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가장 잘 아는 앤디의 역할은 영화에서 정말 중요했습니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콘셉트 아트를 보여주면서 영화 설명을 했는데요, ‘엄지 척’을 주더라고요. 자신감이 생겨서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노아 역을 맡은 배우 오웬 티그의 에피소드도 있다고요.
오웬은 퍼포먼스 캡쳐가 처음인 배우여서 궁금한 게 많았어요. 앤디가 좋은 가이드가 됐죠. “믿어라. 다른 작업과 다르지 않다. 진심을 담아서 하면, 눈 속에 담긴 진심을 웨타의 기술자들이 스크린에 고스란이 옮겨줄 것이다”라고 하면서요. 오웬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에게요. 그런데 오웬에게 특별한 이유가 됐던 건, 오웬이 예전에 앤디 서키스가 킹콩 연기한 걸 보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거든요. 앤디의 발자취를 따라가던 청년이 본인의 영웅을 영화 현장에서 만난 겁니다.

 

방금 말씀하셨지만, 웨타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VFX 회사입니다. 압도적 CG 중에서도 혹시 마음에 안든 부분이 있었나요? 기술적 부분 말고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요?
전혀 없었습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모두 웨타 기술진 덕분입니다. 세계 최고 크루들과 3년 반을 함께 경험했는데, 제가 주문한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마법사들이었습니다. 「혹성탈출」은 어마어마한 스펙터클이 중요합니다. 관객이 그걸 보고 즐거워하는 영화죠 그러면서도 눈만 즐거운 게 아니라 연기도 실제와 같아서 그걸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영화의 35% 정도는 100% CG로 만든 장면이에요. 하늘에 날리는 풀잎 하나까지요. 기술적 프로세스에 대해선 이미 전작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룬 상태였으니까요.

 

다만 이번 영화에서 자랑하고 싶은 부분은 물을 구현한 겁니다. 「아바타: 물의 길」이 없었다면 아마 해낼 수 없었을 장면입니다. 100% CG로 만들어진 장면도 있어요. 특히 유인원에게 물이 뭍어 있는 장면은 전부 CG입니다. 시도 자체가 처음이라 자부심이 큽니다. 말 타는 유인원이 진짜처럼 느껴지는 세상이 펼쳐지는데, 노아의 모험에 완벽히 몰입할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기다리는 한국 관객에게 한 말씀 해 주신다면요
한국 관객 너무 사랑해요!「메이즈 러너」 시리즈가 정말 인기가 많았던 나라잖아요. 이번 영화「혹성탈출」도 많이 사랑해주길 바랍니다. 전 세계적으로 50년 이상 인기를 구가해온 작품에는 문화와 국경을 넘는 인류 보편적인 스토리와 감성이 있어요. 관객에게 즐거운 볼거리와 스펙터클을 선사하고 큰 스크린으로 볼 때 느끼는 영화적 체험까지 드릴 겁니다. 여기에 극장을 나서면서 뭔가를 생각하고 질문을 던지게 하는, 한 단계 더 나아가게 하는 영화가 되길 바랍니다. 한국 영화의 수준이 높은 만큼 눈 높은 한국 관객에게 이 영화가 사랑받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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