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세상을 바꾸는 방송대 사람들

전라북도 완주군 동상면과 소양면의 경계인 원등산(遠登山, 713m)에서 발원해 호남평야의 중심부를 지나 황해로 흘러드는 강, 바로 만경강이다. 길이 74㎞, 유역 면적 1천571㎢의 이 만경강에서 새로운 기적을 만들자고 제안한 자치단체장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방송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기업은행 부행장을 역임했던 유희태 완주군수다. 유 군수는 지난해 7월 1일 군수직을 시작하면서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를 선명하게 내세웠다. 약동하는 완주는 최근에는 국내 유일의 ‘수소특화단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방송대 사람 유희태 군수가 만들어 가는 ‘모두의 행복 도시’ 완주에는 도대체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 걸까?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는 그를 4월 12일 오후 4시 완주군청을 찾아 만났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모두가 누리는 미래 행복 도시를 군정 비전으로

단 한 사람도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사회라는 믿음 지녀

 

수소특화 국가산단 유치해 일자리 창출 기대커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로 완주의 역사 새로 쓴다

 

 

군수님의 살아오신 이력이 간단치 않더군요
저는 1953년 전북 완주에서 7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농협 조합장을 하셨던 선친께서 비료대금으로 빚을 진 사람들의 보증을 서 주시다가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 인문계고 진학을 포기하고 상업계고에 입학해 국책 기업은행에 입행할 수 있었습니다. 일하면서 배움에 대한 욕구로 방송대와 우석대, 전북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주대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는 등 평생 배우며 활동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호남의 상업계 고교, 노조위원장 출신이라는 장벽을 극복하고 금융기관의 꽃이라는 부행장 자리에 올랐으며, 정치를 통해 우리 사회를 더욱 선진화된 사회로 만들고 싶어 2009년에 정치에 입문해 여섯 번째 도전에서 완주군수에 당선됐습니다.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선대의 정신을 이어받아 나름의 독립운동을 이어가려 하고 있으며, 원칙과 실용을 중시합니다. 

37년간 기업은행에서 잔뼈가 굵으셨는데, 2009년 정치에 입문하셨더군요. 정치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정치와 행정은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기업은행 부행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에 국회 국정감사장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경제 전문가가 정치를 하면 경제, 사회 등 다방면에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경제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며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에 가장 영향력을 가진 정치 분야는 유달리 고착화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던 거죠. 그래서 보다 진보적이고 선진적인 정치 문화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부행장 사표를 제출하고 정치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정치와 행정은 차이가 있습니다. 정치가 민심을 담아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면, 행정은 이런 틀 속에서 민생을 위해 현장을 돌아보며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입니다. 즉 정치의 입법 활동을 토대로 행정이 집행한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저의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매사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완주군수직에 도전해 5전6기의 신화를 쓰셨습니다. 취임하신 2022년 7월 1일부터 지금까지의 군수님의 시간을 평가한다면요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 시간이었습니다. ‘모두가 누리는 미래행복도시 완주’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주민 우선과 현장 중심, 혁신행정을 실천하기 위해 남선북마(南船北馬)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덕분에 민선 8기 출범 이후 짧은 기간에 대규모 기업투자 유치만 5천억 원을 넘겼고, 취임 직전에 미분양에 휘말려 있던 테크노밸리 제2산단과 농공단지의 분양을 활성화하는 등 활력 넘치는 산단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400억 원 규모의 만경강 지역맞춤형 통합하천 사업에 응모해 선정됐고, 완주군·전주시의 상생협력 새 지평을 마련했으며, 최근에는 사업비 2천562억 원 규모의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에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뛰어넘는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를 추진해 관광객 1천만 시대 개막, 전북 4대 도시 도약을 위해 혼신을 다해온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누리는 미래 행복 도시’를 군정 비전으로 삼았는데, 특히 ‘모두’ ‘행복’이 눈에 쏙 들어옵니다
단 한 사람도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사회라 할 수 있습니다.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는 각종 혜택과 지원을 모두가 함께 누리는 사회입니다. 그래서 저는 취임과 동시에 기회의 공정을 위해 ‘수의계약 총량제’를 도입했고, 군민 한 분 한 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사무실 문을 24시간 완전히 개방했습니다. 지금도 군수실 문은 단 한 번도 닫히지 않은 채 만인에게 열려 있습니다. 군민이 군정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군민의 뜻을 잘 받들어 군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누리는 미래행복도시’를 민선 8기 완주군의 비전으로 설정했습니다.

3대 군정 목표로 △풍요로운 경제도시 △조화로운 생태문화교육도시 △안전하고 편안한 행복도시를 제시하셨습니다. 이를 위해 3대 목표, 5대 중점과제를 실천중인데, 군수님이 만들고자 하는 완주는 어떤 완주인가요
만경강 기적을 실현해 ‘경제의 중심지’, ‘문화·관광·스포츠 교육의 1번지’, ‘교통의 요충지’로 우뚝 서 전국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지자체가 되는 게 제가 꿈꾸는 완주입니다. 이를 위해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와 1만개 일자리 프로젝트, 탄소중립과 미래산업 선도 프로젝트 등 3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도농 동반 성장과 활력 넘치는 청년완주 등 5대 중점과제를 실천해 가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특히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에 중점을 두고 전국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지자체로 우뚝 서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이 한강의 개발만 뜻하는 게 아니듯,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 역시 만경강 주변만 관광객이 몰리는 문화관광 단지로 조성하자는 게 아닙니다. 완주군 전 지역과 전 분야에 걸쳐 변화와 혁신을 통해 제2의 부흥기를 열어가자는 취지입니다.

사실 완주군은 전라남북도 군 단위 지자체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으며 전국 단위에서는 8위에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인구 감소와 증가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어떤 대비책을 가지고 계신가요
민선 8기 출범 이후 완주군은 ‘인구 감소’, ‘수축 사회’ 등의 우려를 말끔히 해소하고 매달 인구가 350명 가까이 늘어나는 등 사람이 몰리고 관광객이 몰리는 ‘성장의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올 3월말 현재 주민등록인구만 봐도 총 9만4천265명으로, 전월보다 727명이나 증가했습니다. 정주 여건 개선과 귀농귀촌 활성화, 인구 유입 정책 강화 등에 따라 세 자릿수 인구증가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구증가는 2위와의 격차가 4배 이상 되는 등 14개 시·군 중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것입니다. 특히 올 3월 중 전입 인구(2천256명)에서 전출 인구(1천473명)를 뺀 ‘전입 초과’ 규모 역시 783명에 육박, 월중 증가로는 지난 2018년 이후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만 18세 이상 39세 이하의 청년인구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9개월 동안 무려 1천200명이나 급증하는 등 청년들이 완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청년이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는 청년 활동 생태계 조성과 주거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청년주거 지원, 청년 창업과 일자리 확대 발굴, 청년 정착 지원금 지원 등 각종 청년정책을 강화하며 2030세대의 대거 유입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고령화의 진전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소외 없는 사회복지 안전망 강화,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활 지원, 군민 모두가 건강한 공공의료와 보건 서비스 확대 등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역시 지차제의 핵심은 재정의 독립일텐데요. 지역경제 피가 활활 돌게 하는 게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를 위해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 ‘1만개 일자리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계신 걸로 압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우선 완주군정의 제1 핵심사업인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는 스마트 생태도시 완주 실현, 1천만 관광객 유치, 첨단경제 생태계 조성 등 3가지 큰 줄기로 나눠 추진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로부터 400억 원 규모의 만경강 통합하천 조성 공모 사업에 선정돼 수자원의 보존과 활용을 통해 미래 생태도시 완주를 실현하고 첨단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만경강 수변 접근성을 높여주기 위해 생태 주차장을 대거 확충하고, 만경경 역사문화 관광권을 조성하며, 수소특화 국가산단 조성 등 수소산업의 생태계 기반도 조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1만개 일자리 프로젝트’는 연간 5천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 재임 기간 4년 동안 2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산업단지 집적화와 기업유치로 고용창출을 가속화하고, 완주군 일자리지원센터의 운영을 내실화하며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사업도 착실히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수소특화 국가산단 선정을 통해 입주의향 기업들의 직접고용 규모만 7천38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여기에 안정적인 일자리가 추가되면 1만개 일자리 창출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실패의 결과도
받아들일 수 있고, 종국에는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꿈을 크게 갖고 꿈을 이루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십시오. 그러면 어느새 그 꿈은
저 멀리에서 바로 옆에 와 있을 것입니다.”

 

 ‘민들레포럼’을 꾸려 지역사회 봉사를 활발히 하는 한편,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원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던 어린 시절에 부모님은 민들레처럼 굳세게 중심을 지키면서 자식을 키워내셨습니다. 부모님의 희생이 있었기에 저도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저에게 있어 민들레꽃은 부모님께서 역경 속에 피워내신 희망의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에 진로를 놓고 고민한 적이 있는데, 가정 형편상 인문계 진학을 포기하고 상업고교에 입학할 수밖에 없었죠.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는 것조차 힘들었던 시절이어서 학교로부터 400원의 장학금을 받아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400원의 장학금 덕분에 기업은행에 입사해 은행원의 삶을 시작할 수 있었고, 부행장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돈을 벌게 되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 사업을 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2009년 민들레포럼을 창립하고 매년 중·고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왔습니다. 장학금 규모가 크다고 말할 수 없지만, 저에게는 소중하고 뜻깊은 장학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년 30~50명씩 지원하던 민들레홀씨 장학금이 10여 년 지나면서 470여 명에 이르게 되자, 좀 더 확대하여 매년 100여 명의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방송대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에 가난으로 인한 부족함이 강인한 의지를 낳았고, 부족함을 채우려는 간절한 바람이 지적 호기심과 지식 욕구를 낳은 것 같습니다. 저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환경에 있을수록 꿈과 희망을 지니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삶은 환경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환경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어려울수록 낮에는 일하며 밤에는 공부를 해야 하겠다는 주경야독의 자세로 방송대 경영학과에 들어간 것입니다. 경영학과를 선택한 것은 경영 전반을 알아야 우리 사회의 문제와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해서입니다. 결과적으로 지금 기초단체장을 수행하면서 당시 배운 경영학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방송대 공부를 하시면서, “어렵네. 그만둘까?” 이런 생각은 해보신 적 없으신지요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다 보니 어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특히 은행 업무는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일이어서 퇴근할 무렵이면 몸이 천근만근 파김치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업을 듣지 못할 상황이 계속 될 때마다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한번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는 심정으로 참고 이겨냈죠. 같은 수업을 받는 동료들과 소통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는데, 이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어려울 때마다 옆에서 격려해준 아내에게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내 인생을 바꾼 대학’이라고 입을 모으는데, 군수님에게 ‘방송대’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방송대는 꿈과 희망이라는 소중한 의미로 남아 있습니다. 현대사회는 학문과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 광속(光速)의 변화에 노출돼 있습니다.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평생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방송대 역시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설립됐고, 다양한 영역에 걸쳐 대학 수준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방송대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제 인생의 한 획을 그은 교육의 토대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방송대는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방송대를 졸업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에 꿈을 크게 그리고, 준비하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꿈은 클수록 좋습니다. 다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세상에서 실패를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실패의 과정에서 좌절과 절망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실패의 결과도 받아들일 수 있고, 종국에는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꿈을 크게 갖고 꿈을 이루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하십시오. 그러면 어느새 그 꿈은 저 멀리에서 바로 옆에 와 있을 것입니다.

군수님께서는 1977년 방송대 전문 과정에 입학하셨고, 다시 1982년 경영학과에 입학해 1987년 졸업하셨으니, 아주 오랫동안 방송대 변화를 지켜보셨을 텐데요. 변화하는 시대, 방송대에 기대하는 내용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방송대의 변화를 바라보며 시대의 흐름을 관통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대학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방송대의 설립 목적에 맞도록 고등교육의 기회 제공, 사회교육의 확대 발전, 분야별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대학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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