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Weekly 시네마


“정체성이 ‘오락영화’인 투박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많은 관객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아주 신나는 오락영화요.”

 

6월 2일 개봉하자마자「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로 올라선 영화「하이파이브」를 연출한 강형철 감독의 말이다. 2008년 하루아침에 한집살이를 시작한 삼대 가족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은「과속스캔들」로 860만 관객을 동원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강 감독은 1980년대 여고생의 이야기를 복고로 담은「써니」로 745만 관객을 사로잡았고,「타짜­-신의 손」으로 청불 영화 흥행의 벽을 넘은 데 이어, 오합지졸 댄스단의 꿈과 열정을 그린「스윙키즈」로 평단의 호평까지 끌어냈다.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대종상까지 감독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한국 영화계에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한 감독이다.



이식받은 장기별로 각기 다른 초능력이라는 재미

「하이파이브」는 강 감독의 다섯 번째 영화다. 장기이식을 받고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활극이다. ‘한국형 히어로물’이라는 평에 강 감독은 ‘동네형 히어로물’이라며 웃었다. 설정을 보고 언뜻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강 감독은 “아니다. 2014년「타짜-신의 손」을 찍은 이후 떠올렸던 아이디어였고,「스윙키즈」이후 이식받은 장기별로 초능력이 다른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로 로그라인을 본격적으로 만들어갔다”라고 설명했다(강 감독은 데뷔작부터 지금까지 모든 영화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있다).

 

과연 심장을 이식받은 태권소녀 완서(이재인)는 괴력과 스피드를, 폐를 이식받은 작가 지망생 지성(안재홍)은 강풍 같은 폐활량을, 간을 이식받은 작업반장 약선(김희원)은 만병통치 치유력을, 각막을 이식받은 백수 기동(유아인)은 전자기파 조정 능력을, 신장을 이식받은 야쿠르트 배달원 선녀(라미란)는 예뻐지는(?) 초능력을, 췌장을 이식받은 사이비 교주 영춘(신구·박진영)은 젊어지는 능력을 영화 곳곳에서 재치 있게 드러낸다. 주요 등장인물 중 초능력이 없는 유일한 일반인 완서 아빠(오정세)에게는 ‘너는 그냥 아빠 뒤에만 딱 붙어있으면 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부성애라는 초능력이 있긴 하지만, 더 이상의 언급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여기까지.

 

보면 볼수록 어쩜 이렇게 캐릭터랑 잘 맞아들어갈까 싶을 정도로 딱인 캐스팅이 신의 한수다. 신구 배우를 섭외했다는 기쁨에 카페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니, 강 감독의 캐스팅에 대한 진심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된다. 그래서일까. 강 감독이 생각하는「하이파이브」의 관람 포인트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티키타카로 벌이는 연기 앙상블이다.

 

그는 “영화를 재밌게 하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좋으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처럼,「하이파이브」에서는 최고의 배우들이 연기의 향연을 펼친다”라며 ‘팔불출 부모’처럼 배우들을 자랑했다. 과연 119분의 러닝타임 내내 객석은 배우들이 주고받는 티키타카와 능청스러운 연기에 크고 작은 웃음으로 쉴새 없이 빵빵 터진다.

뛰는 동작 2,000배속으로 촬영 후 특수 효과 입혀
유쾌한 스토리에 배우 각각의 초능력이 발휘되는 걸 보는 재미도 분명 있지만, 영화의 백미는 단연 카트 체이싱 장면이다. 동네 건달들을 피해 기동과 지성이 선녀의 야쿠르트 전기 카트를 타고 도망가는 중에 지성이 입으로 야쿠르트를 발사하는 장면에서 관객은 무방비상태로 포복절도할 수밖에 없다.

 

우연히 초능력을 갖게 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스크린에 구현해낼 수 있었던 여러 이유 중에는 탄탄한 시나리오, 배우들의 연기도 있었지만, VFX(Visual effects, 시각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완서의 보폭을 3미터로 설정한 후 VFX팀은 이재인 배우가 블루매트를 배경으로 뛰는 동작을 2,000배속으로 촬영했고, 여기에 VFX 효과를 더해 디지털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를 각 장소 앞에서 촬영한 배우의 연기와 합성해 생동감 넘치는 카트 체이싱 장면이 탄생시켰다.

 

여기에 강형철 감독의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악’이듯, 이번 영화 역시 귀가 먼저 반응한다. 저작권료가 제작비의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해 그때를 생각하면 갑자기 위가 확 쑤셔 온다며 쓴웃음을 지은 강 감독은 “완서가 언덕길을 달리며 초능력을 자각하는 첫 순간에 청춘의 저항 같은 상징으로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의「I am one」을 썼고, 핑거 스냅으로 전자기파를 조정하는 기동의 스타일리시한 능력에 박자감을 부여하려 스냅!(Snap!)의「The Power」를 삽입했다. 카트 체이싱 장면에서는 릭 애슬리(Rick Astley)의「Never Gonna Give You Up」으로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경쾌하게 비틀었고, 메인 테마라고 할 수 있는 곡으로는 시스터 슬레지(Sister Sledge)의「We Are Family」를 써 말 그대로 이들이 가족처럼 끈끈해졌음을 표현하려 했다”라고 밝혔다.

재밌다! 과한데 과하지 않게 느껴진다!
이 영화. 일단 재밌다! 과한데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극장을 나서며 질문이 꼬리를 문다. 장기를 기증한 묘령의 인물은 누구였을까? 다섯 명의 초능력자 ‘하이 파이브’의 다음 빌런은 누가 될까? 영화가 뻗어나갈 가지가 무궁무진해 보인다는 건, 후속편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방증이다. 강 감독은 “처음 이야기를 발전시킬 때 프리퀄과 시퀄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즐겁게 이야기 나눴던 기억이 있다. 관객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사랑이 있다면 아마 속편을 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은 좀 겸손해져야”라며 웃었다.

 

「하이파이브」의 후반부는 휙휙 날아다니는 초능력자들 간의 싸움이다. 초능력자들의 능력 각성에 이미 이입한 관객들에게 다소 의외의(?) 결말을 선사하면서 강 감독은 ‘진짜 초능력은 오히려 우리 주변에 있는 친구와 가족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하이파이브」는 어려운 극장가에 모처럼 많은 관객을 불러들이며 한국 영화계에 ‘희망’이라는 초능력까지 불어넣고 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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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ok***
    좋은기사 늘 잘 보고있습니다 ^^ 그러고 보니 주변에 초능력을 지닌 분들이 많이 보이는군요 ^^
    2025-06-03 17:28:09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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