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리얼리티 쇼에 흠뻑 빠졌던 무렵,
일본의 총선거에선 다카이치 수상이
압도적 지지를 얻었습니다.
다카이치 수상의 인기도,
넓은 의미에서 ‘합숙 효과’ 같은 것입니다.
너무 열광적이면 파시즘에 도달하게
될 것임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어이없게도, 연애 리얼리티 쇼에 빠져버렸습니다. 이런 식의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최후의 한 사람이 자신일 거라고 믿었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계기는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일본의 연애 리얼리티 쇼「불량연애」가 한국에서 큰 인기라는 신문 기사를 읽은 것이었습니다. 연애 리얼리티 쇼 대국인 한국에서는, 유명해지려는 목적을 가진 출연자들의 작위적인 행동에 시청자들이 싫증을 느낄 무렵, 일본의 양키(불량 청소년) 출신 남녀가 모인「불량연애」를 보고는 순수하고 진심 어린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다는 사람이 속출했다고 합니다.
한국의 시청자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조금 궁금하고 흥미로워서 우선 브라질 연애 리얼리티 쇼를 봤습니다. 브라질 여성들이 한국에 가서 동경하던 한국 남성들과 꿈같은 연애를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보여주기식이라서 금방 흥미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렌리아(恋リア)’에 빠져든 이유
다음으로「불량연애」를 보기 시작했는데, 20분 정도 지나자 ‘한국 시청자의 기분을 알기 위해 본다’는 구실 따위는 사라지고, 저 자신이 푹 빠져서 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전체 10화를 이틀 정도에 전부 끝내버렸습니다.
재미의 포인트는, 연애의 향방보다도, 출연자 개개인의 인생이었습니다. 불량청소년들에게는 살기 힘든 경우나 실수로 밟기 시작한 과거의 오류가 있습니다. 지금은 거기에서 벗어난 삶을 살고 있지만, 무거운 과거에 묶여 있고, 연애 리얼리티 쇼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동안에, 과거에 형성된 성격의 나쁜 면이 불시에 얼굴을 내밀곤 합니다. 그런 자신을 후회하거나 극복했을 때, 출연자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필사적으로 말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그런 장면에서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좀비 영화의 본질은 ‘정말로 무서운 건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좀비보다, 살아남으려고 하는 인간끼리의 다툼 쪽이 훨씬 참담하고 폭력적입니다.
마찬가지로, 연애 리얼리티 쇼의 진수는, ‘정말로 재미있는 건 인생’이라는 점입니다. 연애의 기술도 물론이지만, 그들의 인생이 공동생활을 함으로써 어떻게 변해 가는가, 거기에 재미가 집중돼 있습니다. 연애는 어디까지나 공동생활의 구실이며, 진짜 목표는 함께 살 때 일어나는 인간관계의 드라마에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저 자신이 ‘렌리아(恋リア: 연애를 뜻하는 과 리얼리티를 합쳐 부르는 일본어 조어)’에 빠진 원인을 알게 됐습니다.
작년 11월, 저는 ‘시즈오카 연시 모임(しずおか連詩の会)’이라는 이벤트에 참가했습니다. 5인의 필자가 3일간, 시즈오카 시의 어느 홀에 모여 연시를 쓴 것입니다. 연시란, 한 사람씩 정해진 행 수의 시를 순서대로 써서 돌리면서 릴레이로 한 편의 시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이게 정말 말도 안 되게 재미있었습니다. 이유는 많겠지만 그중 큰 이유로 ‘합숙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월 밀라노 동계 올림픽이 열렸지요. 스노보드 선수가 대회 전의 합숙에 대해 이런 말을 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일본 대표 남녀 선수가 설산에 갇혀 합숙하면, 인간관계가 이상할 정도로 친밀해져서 말도 안 되는 연애 감정이 발생한다. 합숙이 끝나 산을 내려가는 순간, 마법이 풀린 것처럼 왜 자신이 이 사람에게 연애 감정을 느꼈는지 신기해진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연시 모임 때야 연애 감정은 아니었지만, 서로에게 극도로 친밀한 기분과 신뢰감이 생겼던 것은 확실합니다. 합숙이 끝난 뒤에 그 감정이 환영처럼 사라져 버릴 게 서운해서, 저는 도쿄에 돌아가면 다시 모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연말에 모임을 가졌는데, 순식간에 반가운 마음이 폭발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 친애의 정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타인끼리 한 장소에서 나름대로 긴 시간을 함께 지내면, 강한 친애의 정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것을 소중히 생각하면 깊은 신뢰로까지 성숙합니다. 이것이 ‘합숙 효과’가 아닐까, 저는 저의 체험과 연애 리얼리티 쇼를 통해 생각했습니다.
물론 잘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로 증오를 느끼게 되는 경우, 이 ‘합숙 효과’가 거꾸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을 테지요. 서로의 증오를 상승작용시키는 방향으로.
리얼리티 쇼에 내재된 배타성
「불량연애」에도 참을 수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원래 ‘양키’였던 사람들이 펼치는, 지나친 헤테로섹시즘(이성애주의)입니다. 남성 출연진은 ‘남자다운 것’을 긍지로 여기고, 틈만 나면 ‘남자로서’를 입에 담고, 여성에 대한 최대의 평가로 ‘여자다움’을 들며, 여성들도 남성에 대한 칭찬의 말로 ‘정말 남자답네 싶어서 설렜어요’ 등을 연발합니다.
제가 연애 리얼리티 쇼를 마지막까지 보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이 남녀의 통념에 따른 연애관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후에 좀더 연애 리얼리티 쇼를 보고 싶다는 욕구와, 이제 헤테로섹시즘 연애는 됐다 싶은 거부감이 뒤섞여 있던 터에, 넷플릭스에서 권하는「더 보이프렌드」를 살짝 보게 됐는데, 금세 사로잡혀 버렸습니다!
게이 남성 9명이 한 달을 같은 집에서 지내면서 생기는 연애 이야기인데, 남녀로 나뉘지 않으니까 누구나가 연애 대상이고 역할 분담도 생기지 않습니다. 헤테로섹시즘에 묶이지 않는 이 연애 리얼리티 쇼만의 해방감이 있었습니다. 더구나 대립과 갈등의 힘으로 프로그램이 이끌려가지 않도록 주의 깊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리얼리티 쇼에서는 일부러 트러블이 생기기 쉽게 하여, 대립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경우가 많은데,「더 보이프렌드」는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핵심이 되도록 배려하고 있었습니다.
음악은 한국의 밴드 글렌 체크(Glen Check)가 담당했고, 출연자 중엔 일본에 사는 한국인 태헌 씨도 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큰 인기를 모았기 때문에, 시즌 2도 제작돼 더욱 내용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출연자 중 절반 정도는 이 프로그램을 가족에게 커밍아웃하는 계기로 삼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성소수자에게 타인의 혐오와 거부는 항상 존재하는 폭력이며, 그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장면은, 이 프로그램의 귀중한 가치입니다.
이렇게 연애 리얼리티 쇼에 흠뻑 빠졌던 무렵, 일본에서는 갑작스러운 총선거가 있었습니다. 배타주의적인 주장을 전개하는 다카이치 수상은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카이치 수상의 인기도, 넓은 의미에서 ‘합숙 효과’ 같은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선거란, ‘일본인 제일주의’라는 숙소에서 합숙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너무 열광적이면 파시즘에 도달하게 될 것임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합숙 효과’의 폐쇄성이 높아질수록, 바깥쪽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배타성이 생기기 쉬워지겠지요.
그래서 저는 항상 저 스스로를 확인합니다. 이 친애의 감정은 합숙 효과에 의한 것이 아닐까 하고. 그렇다고 그게 가짜라는 것이 아니라, 합숙하지 않은 상대를 따돌리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지, 의식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번역 김석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