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년간의 편집 과정에서
시리즈 전체의 일관성을 기하기 위해 노력
기존의 도서 마케팅 문법 탈피해
새로운 독자층의 요구를 분석한 것이 주효
<KNOU위클리> 287호에 보도된 출판문화원의 첫 번째 크라우드 펀딩 시도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성원을 얻으며 종료됐다. 크라우드 펀딩 전문 플랫폼인 와디즈에서 약 2주간의 사전 홍보 기간을 거친 후 4월 24일~5월 17일까지 진행된『DK 지도로 보는~』시리즈의 펀딩 프로젝트가 거둔 최종 성적표는 1억3천2백66만6천 원으로, 펀딩 성립을 위한 최소 기준치 대비 26,533%에 달한다.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시리즈 담당 편집자와 프로젝트를 기획한 마케터를 다시 만나 그동안의 소회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이현구 기자 zuibm@knou.ac.kr
펀딩 기획 당시의 목표치는 어느 정도였나요
강효원 마케터(이하 '강'): 금액으로 환산해서 5천만 원 정도, 다시 말해 400명 정도의 펀딩 참여자가 모이면 성공이라고 봤는데 예상을 훨씬 웃도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다른 출판사의 펀딩 사례와 비교해도 아주 큰 성과였는데, 책이 좋아서일까요
신경진 편집자(이하 '신'): 네, 펀딩 전에 출간된『DK 지도로 보는 세계사』와『DK 지도로 보는 전쟁사』 모두 출판 시장에서 폭넓은 호응을 얻고 있었습니다. 이번 펀딩엔 그 두 가지 책과 새로 출간될 예정인『DK 지도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까지 총 3종의 책이 출품됐는데,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에겐 가치 있는 책들이어서 어느 정도의 기대는 있었어요.
강:『DK 지도로 보는~』 시리즈는 큰 판형과 고급화된 장정 등 외적 요소가 구매욕을 자극하는 상품인 동시에, 내용이 좋은 책이기도 합니다. 크라우드 펀딩의 특수성을 고려해도 결국 책이 안 좋으면 성과엔 한계가 있어요.

이전에도 크라우드 펀딩 출품이 검토된 적이 있나요
신: 3개 온라인 서점에서도 독자적인 크라우드 펀딩 사업을 진행 중이고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있어서 고려한 적이 있습니다. 다만 크라우드 펀딩이 기본적으로는 시중 판매 이전에 특정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작 과정상의 난점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표지 디자인은 보통 인쇄와 제작 직전이 되어서야 끝나는데, 펀딩 프로젝트를 공개하기 위해선 디자인과 분량이 확정되어야 하죠. 한마디로 다른 책의 경우엔 시중 판매를 늦춰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번 출품작 중 특히『DK 지도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은 인쇄 및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이 꽤 긴 편이어서 펀딩과 시중 판매 일정을 적절히 조율할 수 있었어요.
다양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중 와디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 다른 플랫폼은 주 고객이 30~40대 여성층으로 분석되는데,『DK 지도로 보는~』 시리즈는 남성 독자의 비중이 크다는 점에 착안했어요. 다른 플랫폼들은 창작자의 독특한 시도를 응원하는 경향이 크다면, 와디즈는 다양한 아이템이나 콘텐츠에 대한 소장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창구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죠.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 성공한 셈이군요
강: 네, 알고 계신 대로 대성공이었습니다. 사실, 책의 특성을 고려하면 해당 업체 외의 대안이 없었어요.
신: 와디즈 측 담당자와도 면담을 했는데, 우리 아이템에 대한 정보와 함께 실물 도서를 접하자마자 ‘1억 원 이상’이라는 예상치를 제시하더군요. 그 얘기를 듣고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결과적으로 적중했습니다.
시리즈에 속한 도서들을 한 편집자가 전담할 경우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신: 이번 프로젝트의 대상인 세 가지 책은 주제와 내용 면에서 연속선상에 있지만, 모두 같은 역자가 번역한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DK 지도로 보는 세계사』는 2인 공동 번역이었죠. 다른 번역서들처럼 원서와 대조하면서 오역 여부를 확인해 바로잡고 인명과 지명 등의 용어를 수정하는 과정 외에도, 역자별 개인 차가 드러나는 문체를 고르게 만들기 위한 교열이 필요했습니다. 세 가지 책의 편집 과정을 제가 전담하게 되어 힘들었지만 책의 일관성 면에선 바람직했던 것 같아요.
책의 장점인 ‘인포그래픽스’와 ‘스토리텔링’이 펀딩 기획에서도 중요시된 것 같습니다
신: 네, 세 가지 책은 그 안에 담긴 지식과 정보를 지도, 사진, 명화 등의 이미지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고, 각 지역의 중요한 역사적 서사가 독자의 흥미를 자아내도록 구성돼있어요. 펀딩 안내 페이지의 디자인은 주로 강 마케터가 구상했고 세부 사항의 조율에는 저도 참여했는데, 책의 특징에 걸맞은 디자인이 완성된 것 같아요.
강: 최근의 크라우드 펀딩에선 출품된 아이템의 특징을 최대한 상세하게 알리는 추세인 것 같아요. 이런 마케팅 방식에 익숙한 독자 또는 소비자들은 안내 페이지 내용이 다소 길더라도 끝까지 읽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요. 이 점에 착안해서, 원서 출판사와 시리즈를 관통하는 공통 특징, 각 권의 세부 주제와 차이, 책 외에도 선택 가능한 부가 상품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고 이미지와 텍스트 외에 동영상까지 활용했습니다.

이번 펀딩 시도의 의미와 성과를 정리해주세요
강: 출판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것이 입증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출판사들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 신간 홍보 게시물을 업로드 하는 정도의 마케팅에 안주하고 있지만, SNS 마케팅도 더 이상은 효과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출판사 계정을 팔로잉 할 만큼 애정을 가진 독자들조차 그런 게시물이 반복되면 싫증을 느끼기 쉽고요.
신: 기획 단계에서 책에 담긴 지식과 메시지뿐만 아니라 또 다른 요소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도서관이나 온·오프라인 서점에는 가지 않지만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한정판 도서를 구매하는 이들의 특성은 무엇일까, 그런 이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킬 책은 어떤 것일까’ 같은….
강: 앞에서 말한 스토리텔링은 마케팅 관점에서도 중요합니다. 특히 크라우드 펀딩에선, 단순히 호기심만 갖게 된 독자들을 구매 결정으로 이끌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 같아요. 구매의 당위성과 명분을 만들어내도록 이끄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펀딩 안내 페이지 디자인에서도 그 점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각각 세계사, 전쟁사,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세 가지 책을 함께 구입하는 게 중복 투자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지적인 소비라는 점을 인식시키고자 했죠.
도서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강: 독자의 수요를 읽어낼 뿐만 아니라 아직 존재하지 않는 수요까지도 창출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드니까 기존의 수동적인 마케팅으로는 한계가 있겠죠. 독서를 즐기지 않던 사람조차 책을 구매하고 싶어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사견을 덧붙이자면, 마케팅이란 ‘어느 정도의 돈을 태우고 더 많은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기를 비는 기우제’ 같은 활동이라고 봅니다. 출판 시장이 위축될수록 홍보 영역에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번 크라우드 펀딩에서도 안내 페이지 디자인, 굿즈 디자인과 제작, 플랫폼 업체 수수료 등의 비용이 소요됐지만 그 이상의 가시적인 홍보 효과와 매출을 얻었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돈만 태우고 성공을 거둬 다행이네요. 축하드립니다
강: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느라 저 자신도 하얗게 불태웠어요.
신: 여러 해에 걸쳐 이 책들을 만드느라 저도 자아를 어느 정도 태워버린 것 같은데요(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