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우리 시대를 일구는 문화예술인 ④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장 이창건 동문(국문 졸

 

1951년 강원도 철원 출생. 춘천교대와 방송대 국문학과 졸업, 국민대 교육대학원을 수료하고 2014년 서울예일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 했다. 1981년 『한국아동문학』에 「어머니」로 등단한 후 동시집 『풀씨를 위해』, 『소년과 연』, 『소망』,  『사과나무의 우화』, 시집 『비는 하늘에도 내린다』 등을 출간했다. 한국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윤석중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모든 스승은 선생이지만 모든 선생이 스승은 아니다. 스승은 삶의 지혜까지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삶의 지혜란 평범에서 비범을, 비범 속에서 보편을 찾아낼 수 있는 시각이다. 이것이 바로 진실이며 이 진실은 결코 복잡하지 않다. 단순하고 명쾌한 언어로 전달 가능하다. 만약 이런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동시(童詩)가 아닐까? 40여 년간 동시로 어린이의 마음밭을 일궈낸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장 이창건 동문을 만났다. 
 
깜박깜박꺼
질 듯 살아가는 삶이지만
빛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
빛을 내려놓은 적이 없다
비바람을 이기고 가야 할 길이 있어서다
-「반딧불이」중 일부
 
세 분 스승 덕에 꺼뜨리지 않은 빛
이창건 동문이 목적 있는 삶을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세 분의 스승 덕분이라고 한다.  첫 번째 스승은 생명의 빛을 꺼뜨리지 않게 해 주신 외할머니, 두 번째는 배움의 빛을 밝혀주신 유길수 선생님이다. 마지막으로는 아동문학의 세계로 인도하는 등불을 켜 주신 동화작가 최태호 학장님이다. 
 
“첫돌이 지나고 기어다닐 무렵, 피난생활이 더욱 어려워졌어요. 며칠을 굶다 어머니가 구해오신 보리쌀로 이유식을 지어 먹였는데 그게 탈이 났죠. 장맛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밤 내내 숨이 멎어 있었다고 해요. 외할머니는 나를 천막 바닥 위쪽에 밀어 담요를 씌워 놓고는 밤을 꼬박 새우셨죠. 다음날 외할머니는 내 코에 당신의 볼을 대어보시고는 에미야 얘가 살아있다고 외치셨대요.”
 
이 동문은 극적으로 생명의 빛을 꺼뜨리지 않은 외할머니를 평생 모시고 살며, 지혜를 배웠고 슬픔과 쓸쓸함을 견디는 인내의 힘을 얻었다. 외할머니는 한국전쟁 사흘 전에 월북한 남편과 생이별을 했다. 외할머니는 한이 많으심에도 한 번도 손자에게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고통과 상처는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무늬와 빛깔이 다를 뿐이다. 외할머니는 상처도 고통도 영혼이 성숙하는 삶의 과정임을 알려 준 스승이다. 
 
“어느 날, 유길수 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죠. 그리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포기한 나에게, 그래도 한번 시험을 보면 어떻겠느냐고 말씀하셨어요. 예비고사에 합격했지만 진학의 꿈은 접을 수밖에 없었죠. 입시가 다 끝난 2월말경, 선생님이 나를 다시 부르시더니 춘천교대 전형이 아직 안 끝났으니 원서를 내보라 권유하셨죠. 유 선생님은 제게 배움의 빛을 밝혀준 분입니다.”
 
이 동문은 대학 입학 전까지 아동문학에 대해 잘 몰랐다. 그런데 그를 이 세계로 이끈 등불을 내어 준 이가 『리터엉 할아버지』로 유명한 동화작가 최태호 춘천교대 학장이었다. 최 학장은 학생들에게 문학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 인격형성과 정서함양에 좋을 것이라고 항상 강조한 문학교육론의 창시자였다고 한다. 그를 통해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던 이 동문은 예일초 동료 교사인 이동태 동화작가의 권유로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세상에 한눈팔다 넘어져
절룩거리다가
아프다가 쓸쓸하다가
마침내는 어머니 손에 끌려 들어서는 곳
그곳이 집입니다
-「집은」 중 일부
 
방송대, 문학의 집 기둥 세울 반석
이 동문은 동시를 쓰게 된 것이 엄청난 행운이었다고 한다. 그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춘천교대에서 수강한 문학 수업은 문학교육 차원이어서, 좋은 시인이 되고 싶었던 그에게는 부족했다. 그 무렵 춘천교대 선배인 최돈선이 시로, 이외수가 소설로 등단한 것도 자극이 되었다. 이 동문은 1985년 방송대 국문학과에 편입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나서 저녁에 강의를 들으러 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컸지만, 너무 즐거웠죠. 마광수 교수의 강의는 신나고 웃음이 그치질 않았어요. 강의실은 익살과 해학·풍자로 가득해 문학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죠. 시 한 편으로 시험을 치르는 것이 참으로 좋았고 신기했어요. 이때 만난 소중한 인연이 바로, 최영재 동화작가죠.”
 
이 동문은 30대 느즈막하게 자신 안에 학문과 문학의 집을 세우기 위해 튼튼한 반석을 마련했다. 그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두 개의 기둥. 하나는 ‘진리’라는 기둥이고 다른 하나는 ‘진실’이라는 기둥이다. 그는 진리는 학문에서 찾으려 하고 진실은 문학에서 찾으려 한단다. 방송대는 이 두 기둥을 굳건히 받쳐준 반석이라고 한다. 
 
어디다 뿌릴까
어떤 씨는 바다에 뿌려
바다풀이 되고어떤 씨는 땅에 
뿌려 꽃이 되고 나무가 되고
하늘에 뿌린 씨는 별이 되었지 
-「씨앗」중 일부 
 
정채봉(좌) 선생님과 함께 한 이 동문.
 
이들 ‘마음밭’에 ‘문학씨’ 뿌리는 일 
“정채봉 선생님은 제 첫 동시집 『풀씨』를 만드는 데, 당신의 시집처럼 애정을 쏟으셨죠. 선생님이 암 투병 중 제게 부탁한 동치미와 팥죽, 아욱죽을 드시고는 말갛게 웃으시며 1분 1초도 허투로 버리지 말고 시를 쓰라고 다그치셨죠. 그의 유지를 따르기 위해 오늘도 노력합니다. 거짓이 없고 솔직 담백한 시혼, 자연이 들려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영혼의 귀를 갖기 위해서요. 시혼이 지켜지지 않으면 좋은 시를 쓸 수 없기 때문이죠.”
 
그는 시 가운데 가장 좋은 시는 동시라고 믿는다. 시의 뿌리가 동심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시에는 천진난만한 순수와 진실이, 순진무구한 신비가 있다. 단순 명쾌한 쾌감이 있다. 동시는 동심의 본질을 찾고 인간의 원형을 캐는 문학이기 때문이란다. 시를, 특히 동시를 쓰기 어려운 각박한 시대에 살지만, 이 동문 같은 스승을 좇아 시인이 된 윤정옥, 박기린 같은 제자도 있다. 
 
교직을 시작했을 때부터 사재를 털어 교실에 학급문고를 여러 차례 만들었다. 아이들 마음밭에 뿌렸놨던 문학씨가 자라 시인이 된 것이 매우 고맙다는 이 동문. 그는 퇴임 후에도 여전히 문학의 씨를 뿌리고 있다.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장으로서 우리나라에서도 『어린 왕자』나 『해리 포터』 같은 아동문학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아동문학가들의 수준 높은 창작 환경 조성을 위해 그는 협회의 사단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구름빵』으로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는 린드그렌상을 받은 ‘백희나’가 더 많이 쏟아져 나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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