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대 명저 106선 해제

하버마스의 현대사회비판과 이를 가능하게 한 의사소통적 합리성 개념은 철학뿐만 아니라, 인문학이나 사회 과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이른바 ‘주관성에서 상호주관성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촉발됐기 때문이다. 『의사소통행위이론(Theorie des kommunikativen Handelns)』(1981)의 저자인 위르겐 하버마스(1929~ )는 이른바 ‘거대 이론(grand theory)’을 구축한 마지막 철학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에서는 칸트, 헤겔, 마르크스로 이어지는 철학의 거장들이 사라지면서 철학은 인간, 사회, 역사, 더 나아가 세계 전체에 대한 포괄적 이론이라기보다 인식론이나 존재론, 혹은 윤리학과 같이 특정 주제만을 탐구하는 전문 영역으로 분화됐다. 더구나 과거의 철학적 거장들이 보여주듯이 철학에서 출발해 인문학을 넘어 사회과학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까지도 포괄하는 거대한 이론으로 발돋음한다는 것은 지나간 시대의 유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20세기를 넘어 현재까지도 활동하는 철학자 중 예외적 인물을 찾는다면 단연코 그는 하버마스일 것이다.하버마스는 진리의 문제에서부터 인간, 윤리, 사회, 역사, 문화, 정치, 법, 종교에 이르기까지 철학이 지금까지 다루었던 거의 모든 문제를 자신의 주제로 삼았으며, 학문 영역에서도 철학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심리학, 언어학, 사회학, 역사학, 정치학, 법학, 종교학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학제 간 연구를 수행했다. 그리고 그는 혼자만의 사색으로 자신의 이론을 형성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상가들과의 논쟁을 통해 그만의 ‘거대 이론’을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하버마스는 일찍이 하이데거의 나치즘 참여 문제를 두고 논쟁하기 시작했으며, 칼 포퍼·한스 알베르트와의 실증주의 논쟁, 가다머와의 해석학 논쟁, 니클라스 루만과의 사회체제 논쟁, 독일의 과거 청산 문제를 둘러싼 역사학 논쟁, 포스트모더니즘에 맞선 모더니티 논쟁, 정치적 자유주의에 대한 존 롤스와의 논쟁, 진리 개념에 관한 리처드 로티와의 논쟁에 이르기까지 하버마스의 학문적 여정 자체가 논쟁의 역사였다.사상적 뿌리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이렇게 하버마스의 연구 주제나, 학문적 배경, 그리고 다양한 논쟁을 볼 때 그가 거대한 이론 체계를 만들어낸 현대 철학의 거장임을 알 수 있지만, 그의 사상적 뿌리는 프랑크푸르트학파라 일컬어지는 비판 이론 전통에 있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그의 이론적 작업은 사실 이 학파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프랑크푸르트학파란 1930년대부터 호르크하이머 주도로 철학 중심의 학제 간 연구를 수행한 일군의 학자 집단을 말하며, 이들이 활동하던 사회연구소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시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프랑크푸르트학파로 명명됐다. 이 학파는 또한 현대사회를 비판하고 대안적 사회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비판 이론으로 지칭되기도 하며 당시 아도르노, 프롬, 마르쿠제, 벤야민 등 쟁쟁한 학자들을 배출했다.이러한 프랑크푸르트학파는 본래 마르크스주의적 입장에서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고 있었지만, 독일의 나치즘, 소련의 스탈린주의, 미국의 독점자본주의를 경험하면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모두를 포괄하는 새로운 현대사회 비판 모델을 제시한다. 이에 따르면 현대사회란 목적 및 도구적 합리성이 전 사회로 확산된 사회로서 생산력 향상이라는 지상 목적을 위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간의 내면세계마저 도구화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현대사회 비판은 명백한 한계를 지녔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 제시가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하버마스는 프랑크푸르트학파 2세대의 대표자로서 바로 이러한 현대비판을 계승하면서도 그 한계를 극복하려고 했으며, 이러한 노력이 집약된 것이 바로 『의사소통행위이론』이다.『의사소통행위이론』의 구성은 상당히 복잡하다. 왜냐하면 하버마스는 여기서 사회학의 합리성 개념에서 출발해 사회적 합리화 과정, 의사소통행위, 사회 통합 및 체계 통합, 그리고 사회이론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더구나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베버, 루카치, 아도르노, 미드, 뒤르켐, 파슨스, 마르크스 등의 다양한 선행 연구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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