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여 작성한 과제물. 어떤 학생은 열심히 교재를 요약했음에도 B학점을 받고, 어떤 학생은 5페이지가 넘는 리포트를 작성했지만 C학점을 받는다. 성적 이의 신청을 하고 싶지만, 왜 학점이 형편없는지 원인을 알 수 없다면, 리포트 점수는 다음 학기에도 별 볼 일 없을 가능성이 크다. 각 단과대 교수들이 과제물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들어보자.

“문단 나누기 등 기본 형식 지켜주세요”
과제물마다 성격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과제물의 목적 중 하나가 글 쓰는 방법을 익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규칙을 습득하는 것이죠. 지금까지 학생들이 낸 과제를 보면 형식이 너무 안 맞아요. 일단 문단 개념이 없더라고요. 문단은 초등학교에서도 배우는데, 예전에는 그런 교육을 받지 못했죠. 오래 지나기도 해서 문단 쓰기 개념이 없다 보니 글이 이상해지고, 모양도 안 좋아요. 아무 곳에서나 엔터(enter)를 쳐서 문단을 만들고, 심지어는 한 문장을 쓰고 엔터를 치기도 하죠. 이건 생각 단위가 원활하게 연결돼 있지 않다는 의미에요.
문단마다 하나의 개념을 전달하고, 그다음 문단에서 또 개념을 넣어서 전체 문단이 연결될 때 개념들이 연결돼 내용 파악이 가능해야 하는데, 문단 구분이 없으면 읽는 사람도 알 수가 없습니다. 설령 문단이 있다해도 아무 곳에서나 문단이 나뉘면 평가자는 찾아서 읽어야 하죠. 쓰는 이나 읽는 이나 적절한 지점에서 만나자는 기본 약속을 지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봐요.
또 하나는 표절에 대한 금지죠. 저는 못하더라도 학생 스스로 하라고 굉장히 강조하는 편이에요. ‘과제물이 이렇게 많은데 설마 걸리겠어?’하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은근히 많더라고요. 채점자 기억에 의존해서 표절을 잡아내는 게 아니라, 표절 검색시스템을 돌리면 다 나와요.
결론적으로 문단 나누는 훈련만 되고, 표절하지 않는다면 과제물을 하는 의미의 40% 이상은 달성된 거라고 봐요. 나머지는 과제물 작성 지시사항에 명기된 감점 요인을 극복하고, 창의성과 재미성이 있으면 가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식이 지혜 되려면, 사례 들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학과마다 특성이 있고, 여러 가지 평가 기준이 있겠지만, 제가 항상 요구하는 게 있어요. 바로 모든 과제물에 사례를 들라는 것이죠. 만약 유튜브에 등장하는 유명 청소년 유튜버에 대한 장단점을 쓰라는 문제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어떤 개념이나 상황을 준 거죠. 그러면 저는 항상 실제 청소년 유튜버의 예를 함께 들고 설명하라고 합니다.
기본 내용은 교과서에 다 있어요. 간혹 어떤 학생들은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열심히 정리했는데 왜 A학점을 주지 않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용을 아무리 잘 정리해봐야 80점, 즉 B학점 이상을 받기 어렵습니다. A학점을 받으려면 그 적절한 예를 유튜브에서 찾아서 교과서의 내용을 적용할 수 있어야죠.
교과서에 나온 개념과 이론을 사례를 통해서 현실에 적용해 볼 수 있어야 실제로 이해했는지 알 수 있어요. 다시 말하면, 최상의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결국 자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그건 실질적인 예를 들 수 있어야 적용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일반 세상에 적용할 수 있어야 지식에서 지혜로 바뀌는 것 아닌가요? 지식을 지혜로 바꾸기 위해서는 현실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은 제대로 된 예를 찾아냄으로써 가능합니다.

“제시된 수치로 계산하고 해석해야”
자연과학대학에서 과제물 쓰기는 서론-본론-결론이 있는 일반적 글쓰기와는 좀 달라요. 물론 과목 중심이기 때문에 평가 기준은 다를 수 있습니다. 생활과학부에서 제가 담당하는 과목을 예를 들어 설명해보면요, 하루 동안의 식품 섭취량으로 영양소 섭취량을 환산할 수 있습니다. 이걸 직접 계산해보는 문제가 있을 수 있고요. 또 성별·연령별로 하루에 이 정도 이상 또는 이하로 먹으라는 기준치도 있어요. 영양소 섭취량을 이 기준치와 비교해서 영양 상태를 평가할 수도 있죠. 수치를 다루는 문제가 많으므로, 계산을 얼마나 잘했는지가 평가 기준에 들어가요.
그다음으로는 수치해석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영양소는 적게 먹고 있고, 어떤 영양소는 많이 먹고 있는지를 수치로 제시했으니, 객관적 수치를 보고 그걸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인 거죠. 예를 들어 남자가 여자보다 영양 섭취 불량한 사람이 많다든가, 5년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영양 섭취 불량자 수가 적어졌다는 것은 수치를 보고 해석할 수 있으니 과제물에서는 객관화해서 표현해야 합니다.
실제 퍼센트라든가 추이 등이 제시됐으니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이죠. 개인의 감상이나 느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숫자나 표를 잘 살펴서 계산하고 해석해내는 게 중요합니다.
“표절 없이 자기 생각 논리적으로 전개”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선 표절이 있으면 안 됩니다. 표절이 많으면 아주 낮은 점수를 받게 돼요. 둘째로는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죠.
지난 과제물이었던 「생태적 삶을 찾아서」 과목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보죠.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이 끝나면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생태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었어요. 여기에는 자기 생각을 두 가지로만 전개할 수 있겠죠? 더 생태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요. 자신의 논지를 선택하고 과제물을 작성해야 합니다.
만약 생태적인 삶을 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서 자료를 찾아야 해요. ‘화석연료 사용량이 줄었다’, ‘공기 질이 좋아졌다’, ‘소비가 줄었다’ 등의 언론 보도를 보면, 겉으로 보기엔 사람들이 생태적인 삶을 사는 것 같아요. 하지만, 코로나19가 지나고 나면 인간의 억눌렸던 욕망이 분출될 수밖에 없다는 논지를 전개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세계 각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통계를 근거로 들어준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3~4페이지에 달하는 과제물을 쓰려면 여러 자료를 동원에서 자신의 논지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자신의 논지를 합당한 근거 자료와 함께 주장할 수 있다면 좋은 과제물을 쓸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