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메타버스가 교육 현장에도 적극 도입되고 있다. 고려대·건국대·순천향대 등이 메타버스를 활용한 3D 캠퍼스, 학교 축제, 버추얼 입학식으로 ‘가상 캠퍼스’의 시대를 예고했다. 교육계에서 메타버스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술 인프라는 물론 사용자 기반, 콘텐츠, 서비스, 나아가 금융과 커머스 등이 골고루 갖춰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메타버스의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 활용과 관련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방송대에서도 메타버스를 교육에 접목함으로써 새로운 교육 활로를 모색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학내에서 메타버스 논의와 연관성이 높은 학과 교수와 부서 실무팀장의 얘기를 들었다.
특정 학과·과목·차시에 시범운영 제안
요즘 메타버스가 굉장히 뜨거운 주제이고 산업의 각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도입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교육적 측면에 한정해 메타버스를 얘기하면, 가상환경에서 실시간 실감형 콘텐츠를 통해 학습자의 학습효과를 높이는 데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정의된다. 아바타를 이용한 학습자들은 흥미와 재미를 경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수자와 양방향성 상호작용과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학습몰입과 자기효능감도 높일 수 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게 아니다. 메타버스 기술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높다. △교육의 본질에 어긋나는 상황 우려 △가상세계에 대한 과몰입 △사생활 침해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온라인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 등 단점도 존재한다. 이 같은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의 활용도와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교육 분야에서의 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건국대, 우송대, 순천향대 등 비대면 상황에서 입학식이나 오리엔테이션에 적용한 다른 대학의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메타버스 적용에 앞서 교육의 범위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원격수업이나 출석수업에 한정할 것인지 혹은 학생들의 활동 모두를 교육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메타버스 공간에서도 학생들과의 유대관계나 인격이 형성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오리엔테이션이나 입학식도 하나의 교육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서는 우편이나 메일로 통보받는 것보다 훨씬 좋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또 다른 고려사항으로 학습자 대상의 특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 대학의 학우들은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반면에, 메타버스의 주 이용자층은 디지털 리터러시에 익숙한 Z세대다(1997년~2012년 태생을 의미함). 네이버에서 개발한 글로벌 메타버스 ‘제페토’ 서비스의 가입 대상자 2억명 가운데 80% 이상은 10대 이용자라고 한다. 즉, 메타버스가 가상세계에서 이뤄지는 교육임을 고려하면, 세대 간 디지털 격차도 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방송대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시도에 나선다고 한다면 모든 수업에 적용하기보다는 시범운영 후 점진적으로 확대해보면 어떨까 싶다. 특정 학과·과목·차시에 메타버스 교육 환경을 구성해보는 식이다. 15차시로 구성된 강의에서 메타버스를 적용할 수 있는 소수의 차시와 적절한 콘텐츠를 찾아본다. 녹화영상이 아닌 실시간 온라인 강의와 접목해 교수-학습자 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형태의 강의 방식을 제공한다. 물론 학습자의 반응과 몰입도, 만족도, 사전-사후에 대한 인식 검증 등도 요구된다. 이론 수업도 적용이 가능하겠지만 토의·토론식 수업에서 학생들이 아바타로 참여해 학습 흥미와 몰입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두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전환 구현의 성패, 기술보다 조직문화가 판가름
제 전공은 ‘공학과 경영, 공학과 경제’의 중간 지점에 있는 성격의 학문이다. 그런 입장에서 메타버스를 바라보면 이 개념은 마케팅 용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있었던 개별적 개념을 새롭게 표현한 느낌이다.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과 융합돼 포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여기에 정부 주도로 메타버스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어느 수준까지 현실과 가까워질지 예측하긴 어렵다. 하지만 MZ세대들이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현상을 보면 메타버스의 확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 사태를 겪으면서 실제로 학생들이 만날 기회가 거의 없어졌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새로운 인터렉션 수단의 하나로 메타버스의 활용성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전공 영역으로 논의를 좁혀 말씀드리겠다. (메타버스 이전에도) 온라인 기반의 실험실습 사례는 있었으나 지금 회자되고 있는 메타버스에 딱 맞는 사례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실험실습 교육 관점에서 그것이 제공될 플랫폼과 관계없이 강조하고 싶은 것은 ‘콘텐츠 품질’과 ‘콘텐츠 매력도’다.
실제로 프라임칼리지 첨단공학부가 만들어질 당시 실습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를 위해 ‘사이버랩’을 개발했다. 이공계 기초과목에 대해 일종의 첨단공학가상실습실을 구축한 개념이다. 아쉽긴 하나 콘텐츠의 품질과 매력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여겨진다. 특히 당시 산업체 재직자로만 이뤄진 프라임칼리지 첨단공학부 학생들의 현장 경험을 고려했을 때 사이버랩 콘텐츠는 과학적 이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도로 품질이 높지도, 실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정도로 매력적이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본질은 콘텐츠다.
방송대가 국립대라는 점에서 제도적·문화적 뒷받침이 없으면 메타버스의 교육적 구현은 요원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 대량의 서버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문제부터 디지털 조직문화에 대한 업무적 합의도 이뤄져야 한다. 메타버스와 같은 최신 흐름을 연구하고 이끌 수 있는 조직 구성도 필요하다. 그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미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조직문화의 혁신 없이는 교육의 혁신도 불가능하다는 얘기에 귀 기울여 봄직하다.
학생 10만 규모 시장성 있어
현재 메타버스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요 소비자층은 10대와 20대 초반에 집중된다. 1980년대 이전 세대들은 싸이월드에서 아바타 옷 입히기, 미니미 꾸미기 등을 경험했다. 하지만 지금의 메타버스는 앞서 언급한 싸이월드와 유사한 개념이지만 기술적 난이도가 훨씬 높아졌다. 5G, 클라우드 등 새로운 기술과 초연결성이 바탕이 된 새로운 가상세계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도래했다. 메타버스에 있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광장에서 실시간 대화를 할 수 있고, 커피를 주문하는 등 온라인 결재서비스도 가능하게 됐다.
이러한 정보통신기술을 망라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방송대 안에서도 실현이 가능할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된다. 방송대 학우들의 소속감을 높이고, 연결성을 매개하는 공간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다만 그냥 단순히 수업을 듣는 방식만으로는 학우들이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메타버스에 들어와 OO지역대학 OOO호 강의실에서 혼자 앉아서 강의를 듣는 데에 그친다면 하나 마나다. 강의보다는 스터디그룹, 동아리, 분과 단위 모임 등 공통과제를 하게 될 경우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메타버스에서 학우들 다수가 아바타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주제토론을 할 수 있다. PPT를 띄어놓고 판서를 할 수 있고, 그 내용을 실시간 공유하고, 바로 옆에 있는 학우와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다.
특히 우리 대학은 시험이나 특별한 이슈가 있어야만 학우들이 학교에 찾아온다. 일반적 상황에서는 학교에 올 필요가 없다. 튜터가 있긴 하지만 도움을 받고 싶거나 물어보고 싶을 때 즉각적인 도움을 받기 어렵다. 메타버스를 도입할 경우,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될 뿐만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대학 생활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마련되는 셈이다. 따라서 소속감을 높이고 학우들 간의 연대감과 친밀감을 형성하게 하는 또 하나의 캠퍼스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한다.
메타버스 개발 비용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시범 서비스를 거쳐 단계적 상용화로 가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 대학의 장점 중 하나는 20대부터 80대까지 구성된 10만 학우들이 있다는 점이다. 외부와 협력하는 데 어필할 수 있는 요소다. 실제로 메타버스를 구현한 다른 대학의 경우 통신사, 금융사와 협력해 윈윈 포인트를 잡고 수익모델까지 만들어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