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2022 신춘문예 당선자 조은주 학우

(왼쪽부터) 김희태 인천지역대학장, 조은주 학우, 성선희 ‘희곡창작수업’ 담당 직원, 김용수 실장.인천지역대학

평생교육 프로그램인 
‘희곡창작수업’ 듣고 
신춘문예 응모
 
책벌레 사전광 조 학우는 
혼자보다는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단다.
 
 
 
"아니, 대체 내가 왜?" 조은주 학우(영문 4)는 아직도 어리둥절하단다.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다. 방송대 입학 후인 2018년, 방송대 출판문화원에서 개최한 ‘독서분투기’에서 수상한 적이 있다. 그는 인천지역대학 평생교육프로그램 ‘희곡창작수업’의 강사인 정범철 연극연출가의 ‘성실한’ 학생이었다. 마지막 수업에서 그간 완성했던 희곡을 다듬어 신춘문예에 응모해 보라는 권유에 조 학우는 30번 넘게 퇴고한 끝에 응모했다. 그렇게 해서 난생처음 쓴 희곡으로 202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됐다. ‘아니, 대체 그는 어떻게?’ 
 
충동적으로 신청한 ‘희곡창작수업’
“글에 대한 목마름은 있었지만 제가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할 거라고 상상을 해 본 적도 없었죠. 문예창작학과 출신도 아니라 신춘문예는 언감생심이었고, 그래서 관심도 없었어요. 20대 때 시나리오 등을 공부하기도 했지만, 스스로도 졸렬한 글에 부끄러워서 뭘 쓰지도 못했고, 30대 때는 일하며 사느라 글에서 멀어졌었죠.” 
 
단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입시 국어와 논술 강사로 15년 넘게 일하고 있는 조 학우. 직업 특성상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그에게 이 직업은 장점이 많다. 최근에 나온 책은 거의 다 ‘쓸어 모은다’라는 그는 되도록 많은 책을 읽고 싶다고 한다. 오늘 일어난 일을 내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일상은 단순하지만, 책들을 통해 다르게 보이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기 때문인 듯하다.
 
“제가 여섯 살 때 한글을 떼자 어머니는 그림보다 글자가 많은 책을 마구 사주셨어요.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면 그림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영향 탓일까? 그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그렇듯, 활자와 문자의 내용은 눈으로 보고, 머릿속으론 상상의 그림을 그려내 또 다른 세계를 만드는 것에 능숙한 듯 보인다. 이런 세계를 창조해 내는 이들은 언어의 매력에 빠지기 십상이다.  
 
대학 때 일본어에 관심이 많아 교양과목을 들은 적도 있었지만, 그때 깨달은 것은 본인에게 맞는 언어가 있으며, 그것은 바로 국어와 영어라는 것. 어학원보다 대학 공부로 영어를 배우고 싶었다는 조 학우. 그는 인터넷을 뒤져 방송대를 접한 후 2017년에 영문학과에 입학했다. 첫 학기 때 열심히 한 덕에 장학금을 받았다. 
 
두 번째 학기엔 전업 대학생처럼 7과목 21학점을 꽉 채워 수강했다가 낮인지 밤인지, 벚꽃이 피는지 지는지도 모르게 보냈다. “지금은 한 학기에 2~3개 과목을 수강하면서 가늘고 길게 공부하고 있어요. 어느 날 인천지역대학으로부터 평생교육 프로그램인 ‘희곡창작수업’ 개강 안내 문자를 받고, 충동적으로 신청하게 됐죠.”
 
‘야, 너두 희곡 쓸 수 있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일주일에 두 번씩 약 한 달 반 동안 줌으로 ‘희곡창작수업’을 수강했다. 수강하는 동안 많이 힘들었다. 학원 강사의 삶은 한마디로 ‘올빼미’. 아이들이 하교할 늦은 오후부터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오전에는 머리가 안 돌아 제정신이 아닌 상태일 때가 많았다. 그런데도 그는 수업이 시작되는 오전 9시 30분까지 ‘사람 꼴’을 갖추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했으니, 힘들 수밖에.
 
“정 선생님이 신춘문예에 응모해보라는 권유를 하셨을 땐, 마감이 2주 남았을 때였어요. 문장에 까다로운 성격인지라 조사 하나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다가도 일어났어요. 너무 많이 생각하느라 두피에 생긴 트러블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죠. 당선된 희곡은 제 두피와 맞바꾼 작품이죠(웃음). 그렇지만 재미있는 대사가 써졌을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더군요. 정 선생님의 수업은 제게 이런 희열을 알게 해 줬죠. 제가 희곡을 선택한 게 아니라 희곡이 저를 선택해준 거 같아요. ‘야, 너두 희곡 쓸 수 있어’ 뭐 그런 거.”
 
시간이 촉박해서 역대 당선작들을 읽어볼 틈도 없었다. 20대 때 시나리오 공부를 한 적은 있으나 희곡은 처음이었다. 보고 배운 것은 오직, ‘희곡창작수업’을 통해서. 정 선생님이 강의자료로 줬던 작품 대본들과 그에게 들었던 피드백이 전부. 고배를 마시지도 않고, 처음 지원해서 덜컥 당선! 이게 가능한 일일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흔한 일도 아니다. 
 
조 학우의 신춘문예 당선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글로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는 것은 그에게 모소대나무와 같았다. 4년을 가꾸어도 3㎝밖에 자라지 못하는 나무.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잘 돌보면 5년째에는 어느 날 갑자기 하루에 30㎝ 이상 자라기 시작하는 모소대나무처럼 말이다.  
 
'책벌레' '사전광'의 새로운 꿈
조 학우는 ‘책벌레’다. 책을 좋아해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는다. 어떨 때는 읽었던 것을 까먹고 같은 책을 또 구입한 적도 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읽은 책들을 엑셀 프로그램으로 정리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그동안 약 3천여 권을 읽었다.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이나 감동적인 내용이 나오면 메모를 해 놓게 됐어요. 나중에 그 좋은 문장을 찾으려고 책장을 들춰보면, 꼭 못 찾더라고요.” 게다가 그는 ‘사전광(狂)’이다. 아는 단어도 국어사전을 꼭 뒤져 본다. 표제어 아래 어떤 뜻이 몇 개나 있는지 찾아봐야만 한다. 
 
그동안 이런 노력들이 쌓여서 내공이 된 것이 아닐까? “당선 소식을 접한 주위 분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네가 결국 그걸 하는구나!’였어요. 이 중에 가장 좋은 단어는 ‘결국’이에요. ‘결국’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일의 결과가 그렇게 돌아감’입니다. 늘 쓰지는 못했지만 쓰고 싶다는 마음을 놓지 않으니 일이 그렇게 돌아간 것 같아요.” 
 
그는 “작가가 되는 것보다 작가로 사는 게 더 힘들다고 합니다. 꾸준히 글을 쓰며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한 번의 당선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겠지요”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즐기면서 쓰고 싶다고 한다. 혼자보다는 함께. 그래서 그는 앞으로 사람들과 ‘영합’하는 작품을 쓰고 싶단다. 사전에서 찾은 단어 ‘영합’. 이 표제어의 두 번째 의미는 ‘서로 뜻이 맞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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