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3박4일 일본 역사문화 탐방을 다녀와서]

작년 초 일본학과 2학년에 편입한 이후 나는 몸살을 앓듯이 일본을 공부해왔다. 제대로 일본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는 나는 솔직히 “내가 모르던 이런 일들이 바로 옆 나라에서 있었구나.” 하는 지적 충격을 받았다. 특히 100여 년 전인 1800년대 일본의 근대화 과정은 당시 우리의 조선과 너무도 비교되면서 한탄과 아쉬움이 심신을 힘들게 했다. 서구 제국주의의 등장 앞에서 일본이 국가적 생존을 위한 절박감 속에 목숨을 건 자기혁신을 추구했던 반면, 여전히 사대주의에만 빠져있던 조선말 지도자들의 폐쇄성과 우둔함이 한스럽고 참담했다.‘내가 몰랐던 일본’ 그 지적 충격역사를 보는 관점에서 나는 무턱대고 부러워하거나 자괴감을 갖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동양의 종주국 중국마저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을 때, 메이지 유신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혁명적 자기혁신은 경이롭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근대화과정은, 이미 임진왜란(1592년) 시기쯤부터 3백년 가까이 축적된 내부역량의 차이가 빚어낸 것임도 처음 알게 됐다. 우리는 대마도 군주가 당시 최신식 소총을 갖다 바쳐도 버려버렸고, 그 시대 세계 최고의 대양항해술을 보유한 네덜란드의 하멜 일행이 표류해왔을 때(1653년) 배우려하지 않고 노예로 부려먹었다.반면 일본은 끊임없이 서구의 문물을 수용하면서 근대학문과 과학기술을 흡수했다. 인체 해부도인 『해체신서』의 번역발간(1774년) 이후 난학(蘭學, 네덜란드 학문)이라고 이름 붙인 서양의 과학기술이 붐을 이루며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우리와 똑같이 주자학을 공부했으나, 이미 그때 중국 중심의 사고와 주자학적 관념성을 극복하고 근대적 과학정신에 눈을 떴던 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으로 수많은 유학생과 견문단을 파견했고, 같은 쇄국정책을 취했어도 어느 한 곳에선 서양과의 무역통로를 열어놓고 세계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것이 서구 제국주의 앞에서 동양에서 유일하게 일본만이 자주독립을 유지하고, 중국, 러시아와 전쟁을 벌여 이길 만큼 순식간에 강국으로 변모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대체적 일본인들은 이 시기를 그들의 역사상 가장 역동적이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한다. 그런 역동성과 자기혁신 정신은 20세기 들어 이른바 ‘쇼와 제국주의’로 변모하면서 주변국에 대한 침략과 약탈로 타락했다. 그렇더라도 메이지 유신기를 전후한 일본 근대사 공부는, 주변 강대국 틈에 끼어있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변화의 속도에서나 국제정세의 냉혹함에서 오히려 더한 지금 21세기 우리의 처지를 자꾸만 떠올리게 했다. 그것이 나에겐 정신적으로 힘든 일종의 불편한 진실이었던 것이다.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일본학과에 입학하고 나서, 나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들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라디오, TV, 책 가릴 것 없이 보고 읽는 것이 일상이 됐다. 올 초부터는 어학원 새벽반에 등록해 매일 원어민과 일본어 수업을 하고 있다.일본의 역사와 문화, 언어에 흠뻑 빠져온 지난 1년 반여. 나에게 비친 일본은 한마디로, 전쟁과 죽음의 나라였다. 일본은 역사시대 이래 1868년의 메이지 유신이 완성되기까지, 거의 2천년 동안 전국이 200개가 넘는 소국(小國)으로 나눠져 국가와 개인의 운명을 건 내전과 경쟁을 벌여왔다. 거기에서 패배하면 국가는 망하고 개인은 스스로 배를 가르고 죽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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