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BOOK]

안 읽어도 너무 안 읽는다. 옛날에는 책을 읽으면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라 평했다. 하지만 이제는 고리타분하고 시대정신에 어긋난 사람인양 취급한다. 지하철을 타면 신문 읽는 사람이라도 있었다. 이제는 모두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 이래도 되는 걸까? 늘 편드는 사람은 있다. 잘 보라, 스마트 폰으로 영상만 보는 게 아니더라, 전자책도 읽는다. 그러면 된 거 아니냐, 라고 반론을 편다. 혹자는 한발 더 나아간다. 유튜브로 전 세계 지식인의 강의를 볼 수 있는데, 굳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는가, 활자만이 지식을 전수하는 매체라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책이라는 올무로 신인류의 발목을 잡지 말라고.최근 이런 목소리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 나와 화제다. 읽는 뇌 분야의 권위 있는 연구자라는 매리언 울프가 쓴 『다시, 책으로: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전병근 옮김, 어크러스, 2019.5)이 바로 그것이다. 지은이는 어린 시절 감동하며 읽은 헤세의 『유리알 유희』를 나이 들어 다시 읽다가 깜짝 놀랐단다. ‘문체는 고집스럽도록 불투명’했고, ‘글은 불필요하게 어려운 단어와 문장들로 빽빽했’으며, ‘뱀 같은 문장구조’가 자신을 혼란에 빠트렸고, 결국은 더디게 읽고 말았다. 이 경험으로 ‘뇌를 한방 얻어맞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자신의 이론을 확인하기 위해 헤세의 책을 읽어서였다. 이름하여 디지털 사슬가설. 어느덧 자신도 이 연쇄사슬의 부정적 영향권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캘리포니아주립대의 정보 사용량 조사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하루에 사용하는 정보의 양을 조사했다. 한 사람이 여러 기기로 소비하는 정보의 양은 평균 약 34GB로, 10만 개의 영어 낱말을 읽는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연구에 참여한 로저 본이 말하기를 “우리의 주의는 보다 짧은 간격으로 쪼개지고 있으며, 이것은 아마 더 깊은 사고를 위해서는 좋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심각한 문제제기다. 하루 동안 읽는 양이 웬만한 소설 한 권 분량인데, 연속적이고 지속적이며 집중적인 읽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니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답은 나와 있다. 여러 기기를 통해 읽는 정보의 과부하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0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