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세상을 바꾸는 방송대 사람들

“어느 날 오후에 당선문자를 확인했습니다. 방송대문학상의 저력을 익히 알고 있어 본심에 올라온 것만으로도 괜찮아, 괜찮아!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제 인생 후반기에 정말 즉석 안타를 친 기분입니다.”
제44회 방송대문학상 에세이 부문에 「가족」이란 작품으로 당선의 영예를 거머쥐었던 학우가 고성군수가 됐다. 일찍이 행정학과·농축학과(현 농학과) 전문 과정을 졸업하고 다시 일본학과에 입학해 올 초 졸업한 이상근 동문이다. “군수가 되지 않았다면, 방송대 국어국문학과에 다시 입학해 본격적인 글쓰기 공부를 체계적으로 하고 싶었다”라고 말하는 그를 지난 11월 22일(화) 고성군수실에서 만났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1953년 고성군 대가면 암전리에서 태어났다. 방송대 행정학과, 농학과, 일본학과를 졸업했으며, 경남대 대학원 북한학과와 정치외교학과에서 각각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방송대고성동문회장을 지내면서, 고성군학습관 건립에도 기여했다. 고성문인협회 회원으로 있으며 , 산문집『아버지의 새벽』(2013) 등을 썼다. 2022년 7월부터 고성군수로 군정을 펼치고 있다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곳,
그게 가장 잘 돼 있는 곳이 방송대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방송대만큼은
차질 없이 학사 일정을 가동했다.
대학의 문이 항상 열려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희망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군민과 한 약속 놓치지 않겠다”
그의 책상 위에는 「지역혁신형 학습도시시스템 구축과정에 관한 연구」(양흥권, 서울대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4)가 놓여 있었다. 일본 카케가와시의 평생학습도시 사례를 분석한 평생교육 전공 논문이다. 이 군수는 고성을 지역혁신형 평생학습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고성군 대가면 암전리에서 6남 4녀 형제 가운데 아홉 번째로 태어났다. 그의 첫인상을 가리켜 ‘온화, 온유’라고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데, 그의 말대로 “형제간의 우애 속에서 새벽의 여명, 동산 위로 솟아나는 아침 해, 바다같이 넓은 가슴으로 받아주는 대가저수지를 보며 살았”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농사를 지으며 방송대에서 공부했고, 경남대 행정대학원에서 북한학과 정치외교학과에서도 공부했다. 경남대에서는 10년간 정치학과 북한관계를 강의하기도 했다. 1980년대 초반, 중반 방송대와 인연을 맺었던 그는 2019년 일본관계를 공부하고 싶어 다시 일본학과를 찾아 공부했다.
사실 그의 공부 이면에는 ‘실사구시’를 중시하는 그의 인생관이 크게 작용한다. 1994년 지방정치에 입문 제2, 3대 고성군의회 의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 시절 경험과 그간 공부한 내용이 맞물려 지난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고성군수로 출마했다. “군민들의 열망과 엄중한 뜻을 담아, 행동으로 군민을 모시고, 군민을 위한 작은 약속 하나라도 반드시 지키고 실천하겠다”라고 말하는 그는 ‘소통과 협치가 중심이 되는 고성’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목표 가운데는 ‘기업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꼭 들어 있다. 고성군 역시 ‘지역경제 활성화’가 시급한 군정 목표의 하나다. 이 군수는 현재 군수 직속 ‘기업유치 TF팀’을 신설, 투자보조금 등 기업이 원하는 인센티브를 적극 발굴해, 고성군의 입지적 조건에 맞는 조선해양·항공 첨단사업 관련 강소기업을 관내 산업단지 등에 유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8월에는 SK에코플랜트(주)가 삼강엠앤티(주)를 인수해 양촌·용정지구 조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2023년 공사착공을 위해 행정지원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또한 KAI 및 협력업체 등과 소통해 항공 관련 유망 강소기업이 고성 관내 산업단지 및 무인기 종합타운 등에 입주할 수 있도록 노력을 쏟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지역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평생학습도시와 건강한 군민
고성군 역시 ‘지방소멸’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는 곳이다. 4만9천여 명의 군민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주민은 1만8천여 명에 달한다. 고령화율이 36%라는 뜻이다. 인구감소는 비단 고성군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이 군수도 지방소멸대응기금 확보에 나서 221억 원을 확보했다. 경남도내 군 가운데 세 번째 규모다.
민선 8기에서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인구증가의 마중물로 활용해 △도시가스 공급 대폭 확대 △스포츠빌리지 조성 △체류형 건강 휴양도시 조성 등을 통해 정주(定住) 여건을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해 고성군 인구 증대의 구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 군수가 스터디하고 있던 ‘평생학습도시’와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고성군은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이제는 평생학습도시를 새롭게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사고의 혁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어르신들의 건강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고령친화도시 고성을 표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해교실을 초등학교 수준에서 중학교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70~80대 세대들은 공부하고 싶어도 못했던 분들이다. 이런 분들을 위해 지자체와 국가가 의무교육을 시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 군수는 고성군이 문해교실 기반을 잘 닦아 놓았다고 강조했다. 나이 드신 분들이 글을 깨치고 나니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다고 말하던 걸 귓전으로 듣지 않았다. 평생교육을 잘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건강까지 챙겨야한다는 걸 다시금 확인했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 군수가 꿈꾸는 고성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역사와 문화가 있는 고성’이라고 대답했다. 고성군이라고 하면, 대개 ‘공룡 발자국’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 군수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역사의 숨결을 불어넣는 고성을 만들고 싶어 한다. 이는 고성군민이 함께 만들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예컨대 해상왕국 소가야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고성 송학동고분군을 2023년 6월, 7개 가야고분군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지혜를 짜내고 있다. 또한, 소가야 대표 생활유적인 고성 동외동패총 발굴조사를 완료해, 2024년 국가사적 지정을 위해 힘차게 출발하기도 했다. 고성 내산리고분군 보호구역 2만8천 평방미터에 대해서도 문화재청 승인을 얻어 ‘홍보관 건립’ 밑그림을 완성한 상태다. 이와 함께 2023년에는 ‘고성 소가야 역사도시 종합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해, 고성의 역사와 문화, 관광을 아우를 수 있는 중장기 발전 방향을 도출할 계획이다.

방송대, 다양한 학과 신설한다면…
어린 시절 문학을 좋아하는 소년, 아버지 심부름으로 신문보급소에서 일주일치 신문을 가져오면서 길바닥에서 이해도 안 되는 신문을 읽으면서 아버지보다 먼저 세상 소문을 듣기도 했던 그에게 은인은 단연코 ‘방송대’다.
“방송대가 없었다면, 이렇게 공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방송대야말로 내 인생의 은인이다. 일반대학에 들어가서 공부할 여건이 안 됐다. 누구의 권유나 추천도 아닌, 스스로 찾아서 입학했다.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곳, 그게 가장 잘 돼 있는 곳이 방송대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오히려 더 공부가 잘 됐다.”
그는 지금도 필요한 강좌가 있으면 스마트폰에 내려 받아 듣고 있다. 자신을 가리켜 방송대라는 제도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의 하나라고 말하는 이 동문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방송대만큼은 차질 없이 학사 일정을 가동했다. 대학의 문이 항상 열려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희망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좀더 다양한 학과를 신설해 더 많은 국민들께서 진학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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