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도전하는 방송대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꼬박 3개월, 5천km를 자전거 하나로 달렸다. 인적 하나 없는 숲길을 달릴 때도,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질주할 때도, 프라하, 암스테르담, 파리, 바르셀로나 등 대도시에서 친구들을 만날 때도 늘 새로운 느낌으로 매 순간을 즐겼다. 그리고 이 경험을 몇 년이 지나 책으로 묶었다. 『90일간의 유럽 자전거 여행기1: 헝가리에서 벨기에까지』(메이킹북스, 2021.8.), 『90일간의 유럽 자전거 여행기2: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메이킹북스, 2022.5.)은 그렇게 해서 세상에 나왔다. 저자는 2019년 방송대 관광학과에 편입해 2021년 여름에 졸업한 심언석 동문(40세)이다.
자전거 여행이라곤 집이 있는 충주 근방을 오가던 게 전부였던 그가 훌쩍 유럽 자전거 여행에 도전한 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젊었는데 한번 해보자! 혼자 가도 내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겠냐는 자신감이 발동했다. 거기다가 매일매일 쳇바퀴 도는 삶을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더 넓은 세계로 나가고 싶은 열망과 함께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그냥 해보자’라는 생각도 작용했다.



퇴사와 맞바꾼 유럽 자전거 여행
사실 그의 여행 구상은 처음부터 ‘유럽 자전거 여행’이었던 건 아니다. 미국 LA에서 뉴욕까지 달려볼까 생각도 했지만, ‘미국은 자동차의 나라이고, 유럽이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는 더 좋다’라는 지인의 조언에 따라 유럽으로 방향을 틀었다.
“2016년 4월부터 7월까지 세 달 코스였어요. 여행 경비는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해결했어요. 왕복 비행기표, 현지에서의 모든 숙박과 식사, 관광지 관람비용, 게다가 자전거 구매 비용까지 이 여행에 들어갔던 총 비용은 500만원을 넘지 않았어요. 이렇게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었던 비결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현지인의 집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생활했고, 이동을 자전거로 했기에 교통비가 거의 들지 않았던 덕분입니다.”
여행 여정은 동유럽 어딘가에서 시작해서 유럽의 끝,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끝나는 경로로 정했다. 끝부분을 정해뒀기에 시작 지점을 정하는 것이 고민이었는데, 심 동문은 시작지점 후보로 러시아 모스크바, 터키 이스탄불, 폴란드 바르샤바,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 4개 도시를 물색했다. 결국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시작점으로 헝가리-슬로바키아-오스트리아-체코-독일-네덜란드-벨기에-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을 잇는 여정을 계획했다. 유럽 여행인데 영국을 놓칠 수 없어서 런던에서 스탑오버(Stopover)로 1박을 잡았다. 그야말로 꼼꼼하고 야무진 일정이었다.
그는 자신의 유럽 자전거 여행을 ‘새로움을 만나서 즐기는 시간’으로 기억한다. 혼자 떠났기에 그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감정을 즐길 수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현지의 친구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도 많았기에 다른 경로로는 거의 접하기 힘든 현지의 생생한 체험들을 두루 즐길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경험은 그대로 『90일간의 유럽 자전거 여행기』에 가득 녹아 있다.



뙤약볕 아래 스페인 여정의 긴장감
혼자 달리던 여행이어서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 제법 많았다고 한다. 특히 스페인의 뙤약볕 아래서 자전거 바퀴가 모두 펑크 났을 때의 긴장된 순간…. 심 동문은 이때를 여행의 가장 큰 고비로 꼽았다.
“길에 작은 철사조각이 무수히 떨어져 있었는데, 저에게는 당연히 보이지가 않았고 자전거 바퀴가 모두 펑크 난 거죠. 펑크가 난 곳을 때우고 다시 달리면 또 펑크가 나고 그래서 진짜 집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주변에 도움을 청할 민가도 없는 상태였고 히치하이킹도 안 돼서 진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찰나 지도를 살펴봤는데, 세상에 그 골짜기에 기차역이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되돌아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 천운이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 상황이었죠.”
그렇다면, 그는 이 여행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 심 동문은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은 나에게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라고 하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제가 페달을 밟지 않고 자전거에 그냥 올라가 있었다면, 저는 1m도 움직이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가만히 있지 않고 실행에 옮겼어요. 매 순간 조금씩 전진했기에, 저는 큰 여정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모든 큰일은 작은 시작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봐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저는 매일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고, 매 순간 다른 곳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가 이 여행에서 거둔 또 다른 수확은 ‘사람’에 대한 믿음, 자신감이다.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저를 기꺼이 집으로 초대를 해준 수많은 현지 친구들을 통해서 ‘함께하는 삶’을 더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고, 그들의 삶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볼 수 있었어요. 건강과,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역시 이 여행을 통해 얻은 큰 수확 중 하나죠.”


방송대는 새로운 길 열어준 길잡이
유럽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본업이었던 사회복지사로 다시 복귀해 일하면서 관광 창업 스타트업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경력과 공부가 얕다는 걸 깨달았다. 이즈음 방송대 관광학과가 눈에 들어왔다.
“자전거 여행을 다녀온 후, 혼자 여행을 다녀오거나, 사람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종종 나가곤 했어요. ‘국외여행인솔자’라는 자격증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어떻게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나 알아보던 중에, 관광학과를 졸업하면 자격증 취득자격이 주어진다 하여 직장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방송대를 선택한 거죠.”
여름에 방송대에 편입한 그는 여름에 방송대를 졸업했다. 마침 코로나19 팬데믹 시국이어서 여행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관련 자격증 시험도 모두 스톱된 상태였다. 그는 이걸 ‘기회’라고 인식했다. 곧 있으면 자격증 시험이 다시 재개돼, 한창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저는 세 개의 학번을 가지고 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해서 일을 하다가 사람의 마음이 더 궁금해서 ‘상담심리대학원’을 졸업했고, 유럽 자전거 여행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관광을 공부하고 싶어서 직장을 다니며 갈 수 있는 곳을 알아보다가 방송대를 만났거든요. 방송대는 이렇게 저에게 제가 가고 싶은 길을 열어준 고마운 길잡이입니다. 만약 방송대가 없었다면 관광학도의 길은 갈 수 없었을 테니까요.”
LA에서 뉴욕까지 미 대륙 5천km 횡단에 꼭 도전해보겠다고 말하는 심 동문은 방송대 학우들에게 이런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저도 방송대 입학 후 2년간 정말 바쁘게 지냈어요. 일과 학업을 병행하면서도 한 번도 쉬지 않고 저는 꾸준히 달려 나갔습니다. 유럽 자전거 여행에서 목표 지점을 향해 매일매일 조금씩 달려가듯 말이죠. ‘방송대 졸업’은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해서 선택한 길이었고, 누구에게 미루지 않고 내가 꾸준히 했었기에 얻은 소중한 선물이었죠. 방송대라는 길을 선택하셨으면, 얼마가 걸려도 좋으니 한번 끝맺음을 내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졸업이라는 큰 선물과 함께 방송대 동문이라는 든든한 네트워크도 얻을 수 있으실 것입니다.”
괴산=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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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hj0***
    Wow~~ 멋집니다. 앞으로의 인생은 직진길이 되세요. 한번뿐인 인생!! 멋진 인생이 되세요.
    2023-02-19 23:31:41
  • kyhl***
    너무 멋집니다!
    2023-01-18 16:21:31

사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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