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재난 3부작 완결편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내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 기자회견 현장

“한국 관객들에게 오히려 왜 이렇게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지 여쭙고 싶을 정도입니다. 아마도 일본과 한국의 문화적인 감성과 자연 풍경이 닮아서 아닐까 싶어요. 서울에 올 때면 이곳이 도쿄의 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거리와 도시의 풍경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건물은 사람들의 마음이 반영돼 만들어진 것이니까, 일본인과 한국인의 마음의 형태가 닮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너의 이름은>(2021년)으로 국내 관객 370만 명을 동원하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화려한 부활을 알린 신카이 마코토 감독(50세)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돌아왔다. 3월 8일 메가박스 성수 MX관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스즈메’ 역할을 맡은 성우 하라 나노카(20세)가 함께 참석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MX관을 가득 채운 언론사들의 뜨거운 취재 열기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스즈메의 문단속」을 작업할 때까지만 해도 코로나가 한창이라 완성했을 때 한국에 갈 수 있을까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무사히 한국에 올 수 있게 됐고 여러분을 뵐 수 있어 매우 행복하다”라며 인사를 전했다. 공식적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하라 나노카는 “시간 내어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이렇게 감독님과 함께 한국에 와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재난 3부작의 완결편
「스즈메의 문단속」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시코쿠, 고베, 도쿄 등 실제로 재난이 덮쳤던 여러 지역들을 조명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 스즈메가 재난을 부르는 문을 닫는 모험 끝에 다다르는 곳은 2011년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 즉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장소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 이유에 대해 “오래도록 잊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지금 젊은 관객 중에는 그 일을 잊었거나 기억 속에 없는 이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일이다. 신화나 옛날 이야기처럼,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전해져 오면서 과거에 일어난 일을 오래도록 잊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영화가 되어 기억을 이어가고, 12년 전의 일을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혜성 충돌을 소재로 하면서 동일본 대지진을 간접적으로 다뤘던 「너의 이름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를 다룬 「날씨의 아이」(2019)와 함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으로 불리기도 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처음부터 3부작을 만들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동일본 대지진에서 멀어질 수 없었다. 마음속에서 그 지진이 계속 진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들이 결과적으로 같은 테마를 다루게 됐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특히 이번 영화를 작업하면서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닌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코로나19도 있었지만, 기후 위기나 재난으로 인해 나라의 일부가 사라지고 폐허가 되어버리는 일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혹은 인구감소로 사라지는 집이나 마을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서 그려낸 풍경은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영화 속 ‘문’은 한국 드라마 「도깨비」에서 힌트 얻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세 작품 연속 일본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우는 것은 물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2002) 이후 21년 만에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 중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으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스즈메의 문단속」이 한국 드라마와도 관련이 있다고 밝혀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 “극 중 주요한 소재로 쓰이는 ‘문’에 대해 한국 드라마 「도깨비」에서 힌트를 얻었다. 드라마에서 문을 사용하는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매일 아침 문을 열고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다녀왔습니다’하고 다시 문을 닫고 돌아온다. 이런 동작들이 일상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재해는 이런 일상을 단절시킨다. 그래서 문을 통해 재해를 표현하는 것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다리가 하나 없는 ‘의자’가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재난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즈메’와 함께 다니면서 그 장소에 있기만 해도 마음을 따듯하게 누그러뜨리는 굉장히 귀여움이 가득한 존재가 있었으면 했다”라고 밝혀 ‘스즈메’와 다리가 하나 없는 ‘의자’가 펼칠 모험 속 케미스트리를 기대하게 했다.

 

1700:1의 경쟁률을 뚫고 '스즈메'를 연기하게 된 배우 하라 나노카는 “첫 성우 도전이라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았다. 성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 불안했는데 그럴 때마다 감독님께서 ‘훌륭하다’라고 칭찬해 주셨다. 또한 굉장히 세세하게 연출해 주셔서 덕분에 끝까지 안심하고 해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전해 거대한 재난 속에서 용기를 잃지 않는 소녀의 여정을 담은 「스즈메의 문단속」은 3월 8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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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ngl***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시리즈 세 작품 중 두 작품을 봤는데 너무 너무 화면이 아름다웠어요. 특히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은 마지막에 긴장을 하면서 내 의자 손잡이를 꽉 잡고 '아이고, 어떡해!'를 외쳤던 기억이 나네요. 나머지 한 작품 &lt;날씨의 아이&gt;도 기회가 되면 꼭 보면 좋겠네요~
    2023-06-05 17:38:34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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