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음식과 권력

성웅 이순신 장군은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에서 왜군이 쏜 유탄에 맞아 최후를 맞이한다. 죽음에 임한 그가 남긴 말은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였다.645년 안시성 전투에서 당 태종 이세민은 고구려 성주 양만춘 장군이 쏜 화살에 왼쪽 눈을 맞아 실명 위기에 처한다. 그는 즉시 퇴각 명령을 내리고 차후 고구려 침입을 말라는 교지를 내린다.후일 칭기즈칸이 된 몽골족 추장 테무진은 탕구트족의 서하(西夏)를 공격했다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그로 인해 세상을 뜬다. 복수심에 불 탄 몽골군은 서하인(西夏人)을 하나도 남김없이 몰살시킨다.한 국가나 정치지도자의 자질은 이렇게 저마다 다르다. 서로 죽이고 죽는 전쟁에서 적을 대하는 태도 또한 사뭇 다르다.1402년 오늘날의 튀르키예인 아나톨리아 반도 앙카라 북쪽 추부크 평원에서 술탄 바예지드 (1360~1403, 재위 1389~1402년)가 이끄는 오스만 제국의 군대와 티무르 제국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다. 싸움은 불과 한 두 시간 만에 돌궐과 몽골의 혼혈인 절름발이 사내 측의 승리로 끝나고 패배한 오스만 제국군은 기독교 군대와 무슬림 군을 합쳐 무려 1만5천 병력이 궤멸되고 만다. 전쟁에서 일반 병사의 목숨은 그야말로 초개(草芥, 지푸라기)와 같아 그가 언제, 어디서, 왜 죽었는지 모르는 하찮고 허망한 존재에 불과하다.일설에 의하면 평상시 쁠로프를 즐겨먹던 정복자 티무르가 인도 원정길에 비르야니 조리법을 인도로 들여왔다고 한다. 당시 티무르의 군대 식단인 쁠로프는 큰 토기냄비에 쌀과 고기, 향신료를 섞어 만들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쁠로프의 변형이 비리야니인 셈이다. 전쟁 과정에서 사람을 살리는 음식의 전파가 이뤄진다는 것이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몽골제국 재건 표방한 제국의 지배자한반도에 신흥 조선왕조가 자리매김을 시작할 무렵 벌어진 이 비정한 전쟁사의 주인공은 티무르 제국의 건설자 아미르 티무르(1336~1405)다. 소년시절부터 티무르는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과 함께 길 가는 사람들을 급습해 그들이 지닌 물건과 양, 말 등의 가축을 빼앗곤 했다고 한다. 스물일곱이 되던 해 어느 날 티무르는 양치기로부터 양을 한 마리 강탈하려다가 오른쪽 다리와 오른 손에 화살을 맞아 손가락 두 개를 잃었다. 그리고 그 때의 부상으로 그는 절름발이가 됐다. 지도자마다 격이 다르고 그에 대한 가치 판단 역시 시대와 환경에 따라 일정할 순 없기에 가히 역사를 바꾼 영웅의 반열에 그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인물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우는 아이도 그 이름만 들으면 눈물을 뚝 그칠 정도로 명성만큼은 대단했음에 틀림없다고 역사는 전한다. 1,370년, 서 차가타이 한국(汗國, 칸이 통치하는 나라) 출신의 30대 중반 티무르는 오늘날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를 수도로 정하고 몽골제국의 재건을 표방하며 칸의 지위에 올랐다. 그 후 활발한 정복 활동을 통해 30년 뒤에는 아프가니스탄과 북인도에서 아나톨리아 인근에까지 이르는 광대한 지역의 지배자가 됐다. 티무르가 중앙아시아 지역에 건국한 이슬람 왕조를 구르카니, 통칭 티무르 제국(1370~1507)이라 부른다. 전성기 제국의 영토는 북동쪽은 동 튀르키스탄, 남동쪽은 인더스 강, 북서쪽은 볼가강, 남서쪽으로는 고대 시리아와 아나톨리아 방면에까지 이르렀으며 과거 몽골제국 서남부 지역도 지배하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15세기 후반에는 사마르칸트와 헤라트 두 지역에 별도로 수립된 정권만 남아 서로 대립하다가 결국 16세기 초 우즈베크의 샤이반 왕조에 의해 정복당했다.원정을 즐긴 그는 1400년 세바스테이아를 침공하며 아나톨리아로 나아가는 자신의 행군을 막는 그곳을 완전히 폐허로 만들겠노라 공언했다. 그의 이름만으로도 아시아 전역이 공포에 떨었다. 그는 자신이 장담한대로 그곳 주민을 단 한 사람도 살려두지 않았다. 정복지에 대한 살육, 방화, 약탈 등이 끝난 뒤 주연으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또 키웠다. 이런 과정 속에서 폭군은 탄생한다. 그리고 폭력의 쾌락, 그 파괴적 맛에 익숙해진다. 사로잡힌 술탄 바예지드에 대한 대접포로로 잡힌 오스만의 술탄 바예지드는 사슬에 묶인 채 티무르의 천막에 끌려갔다. 티무르는 자신의 아들과 장기를 두고 있었다. 심심풀이로 갓 구은 난을 뜯어먹으며 부자간의 화목함을 즐기고 있었을 수 있다. 어쩌면 시시 케밥을 맛있게 먹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주식은 화덕에 구운 난이라는 이름의 둥글넓적한 밀가루 빵이다. 무엇보다 이 빵은 담백하고 고소하니 맛있다. 갓 구운 난을 손으로 뜯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가장 맛있는 난으로 정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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