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이용흠이 설계한 부산시립미술관 건물에서 우리 눈을 사로잡는 것은 건물 외벽 은회색의 알루미늄 복합 패널이다. 그것은 금속의 느낌을 강하게 전달한다. 그래서 이 건물을 공장이나 기계의 느낌을 살린 기계미학의 산물로 평한 논자도 있다. 이 건물 주변에는 센텀시티, 벡스코 그리고 해운대의 고층 건물들, 고가도로들이 있는데 이 모두는 한 데 어울려 미래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금속재 외벽과 더불어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밖으로 돌출된 4개의 직사각형 형태와 그 역삼각형 모양의 지붕들이다. 건축가의 말에 따르면, 이 역삼각형 모양의 지붕들은 바다 위 범선들을 상징한다. 미술관을 처음 찾은 방문자들은 4척의 범선이 건물 내부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미술관 지하 1층의 뻥 뚫린 선큰 가든을 내려다보며 1층으로 연결된 다리를 건너는 일은 항구에 정박한 선박에 탑승하는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우리는 이 건물에서 이쪽과 저쪽, 부분과 부분이 연결되는 지점에 자주 눈길을 돌리게 된다. 사람들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지역 미술로서 ‘부산 미술’을 만나기를 희망한다. 부산 지역 미술가들은 누구이고 어떤 활동을 펼쳤을까? 다른 지역미술과 구별되는 부산미술만의 고유한 특성과 매력은 무엇일까?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부산시립미술관에 가야 한다. 글로벌과 로컬 그리고 고유한 매력미술관 내부에서 위층으로 올라갈 때는 가급적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미술관 내부공간의 중심을 관통하는 계단을 올라가고 내려갈 때, 1층과 2층, 2층과 3층의 시각적 연결과 상호작용을 체험할 수 있다. 나는 ‘분리’와 ‘연결’이 부산시립미술관 건축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분리와 연결은 미술관 건물뿐만 아니라 부산시립미술관 운영 전반의 화두이기도 하다. 부산시립미술관은 ‘글로컬 문화를 선도하는 지역문화기지’를 추구한다. 여기서 ‘글로컬’은 1990년대 중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용어로 ‘글로벌’과 ‘로컬’을 연결한 것이다. 글로벌과 로컬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우선 사람들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지역(로컬) 미술로서 ‘부산의 미술’을 만나기를 희망한다. 근대 부산 미술계는 언제 출현했을까? 부산 지역 미술가들은 누구이고 어떤 활동을 펼쳤을까? 다른 지역미술과 구별되는 부산미술만의 고유한 특성과 매력은 무엇일까?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부산시립미술관에 가야 한다. 1998년 개관 이후 부산시립미술관은 부산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 다양한 조사 연구와 전시를 진행해 왔다. 지난 2018년 봄 부산시립미술관은 개관 20주년 기념특별전 「모던·혼성: 1928-1938」과 「피란수도 부산: 절망 속에 핀 꽃」을 개최했다. 이 전시들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전후 부산미술을 조명한 대규모 전시였다. 1928년을 강조한 것은 이 해에 부산 최초의 서양화가 임응구(1907~1994)가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을 하고 일본 도쿄미술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에서는 서울 등 전국에서 몰려든 작가들과 부산ㆍ경남 일대 작가들이 매우 독특한 미술문화를 형성했다. 이 무렵 부산에서는 「토벽동인전」, 「신사실파전」, 「기조전」, 「후반기전」 등 역사적인 전시들이 열렸다. 이 가운데 부산 최초의 서양화 동인 ‘토벽’의 활동은 매우 흥미롭다. 1953년 전후 서성찬, 김윤민, 김종식, 임호, 김경 등 토벽 동인들은 서울에서 피란 내려온 작가들의 모던한 경향과 구별되는 구상적, 향토적 경향의 작품을 선보였다. 2017년 여름 부산시립미술관은 이 무렵 토벽 동인들의 활동을 본격 조명한 「부산미술, 그 정체성의 출발: 토벽동인전 1953-1954」을 개최했다. 한편 부산시립미술관은 2020년 여름 「1960-70년대 부산미술: 끝이 없는 시작」전을 개최했다. 이 전시는 추상미술이나 실험미술 등 글로벌 미술의 흐름을 수용해 변모와 혁신을 꾀했던 1960~1970년대 부산미술의 흐름을 조명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이렇게 특정 시기에 주목하는 전시들뿐만 아니라 2018년 「김종식」전, 2019년 「방정아」전 등 부산출신 작가들에 집중하는 전시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부산의 미래 부산시립미술관은 부산미술의 과거,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도 내다봐야 한다. 지금 미술관에서는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3: 슬픈 나의 젊은 날」(2023.3.10.~8. 6.)이 열리고 있다. 개관 직후인 1999년 3월에 처음 시작한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은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진작가의 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