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마로니에

학교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설렌다. 계단을 오르며 바라보는 낙동강은 노란 석양이 붉어 온다. 서울에서 달려온 KTX는 지친 듯 철길을 밟고 스친다.


4층에서 한숨을 몰아쉬고 강의실에 들어서니 문우들이 반긴다. 늘창문학회 회원과 국어국문학과 재학생들이 매주 수요일 실시하는 ‘시 창작 교실’이다. 동문과 재학생이 매번 새로운 시를 소개하고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상상력과 현상의 이미지와 묘사가 형상화돼 가슴이 울린다. 시와 감성을 나누는 저녁 2시간이 너무 짧아 아쉽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재학 시절 스터디와 학우들이 그리울 때도 많다. 


9년 전으로 거슬러 가자니 기억도 설렌다. 4년간 특별한 휴회도 없이 매주 실시했던 스터디가 새봄의 민들레처럼 방긋방긋 웃고 있다. 대부분 학우는 지금도 동기회와 동문회를 통해 만난다. 함께 나눈 공부가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와 울타리가 됐다. 특별한 강사 초빙도 없이 학우끼리 돌아가며 일일 강사를 자처했다.


시간이 없거나 준비에 어려움이 있는 학우는 배려해 주었다. 4년간 매주 참석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세미나실의 책상과 의자는 닳아서 홈이 파여 버렸다. 그 속에서 학과 공부만 하지는 않았다. 술집도 다녔고 학우의 집도 찾고, 나들이도 다녔다. 그렇게 나눈 배움과 우정으로 학교를 사랑했고 꿈을 찾아갔다. 


‘민들레 스터디’는 국어국문학과 ‘문연’에서 최우수 스터디상을 수상했다. 서울지역대에서 시행한 시상식에 스터디 팀장과 몇몇 학우들이 참석해 영광스러운 자리를 함께했다. 함께 나누는 기쁨은 배가 된다. 시상식을 마치고 뒤풀이에서 그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 짧기만 했다. 교수님들도 참석하셔서 축하해 주었다.


졸업까지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누구나 똑같은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다. 홀로 공부하는 학우도 있고, 학생회 활동과 스터디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공부하는 학우도 있다. 1학년 때 ‘책 속의 공부보다는 사람 공부와 맡은 본업을 더 열심히 하라’는 교수님이 계셨다. 그래서 공부와 스터디 활동을 더 의미 있고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그 교수님이 진정한 멘토였다. 


입학 전에 방송대 TV의 방송강의를 시청하는 일이 잦았다. 국문, 중문, 문교과를 주로 시청했는데 강의가 재미있었다. 중학교부터 글쓰기를 좋아해서 국어 선생님과 자연스레 친했다. 지금도 연락하고 만나곤 한다. 그런 성향이 남아서 방송강의를 계기로 국어국문학과와 인연을 맺었다.


사이버대학이 많이 생겼지만, 방송대는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최고의 대학이다. 덕분에 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과까지 6년 반을 재미있게 공부했다. 학생회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전국의 많은 사람을 만났으며 교감과 정을 나눴다. 600명이 넘게 참석한 경주 코오롱 호텔의 학과 학술제는 전국연합회장을 맡았던 최고의 의미로 남았다.


재학 시절 함께했던 스터디의 열정이 문학을 사랑하는 문우들의 가슴으로 옮겨붙기를 기원한다. 그들과 함께하는 이 길이 모교의 산실이며 역량이었다는 것을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그리스 시인 시모니데스는 “시는 말하는 그림이고 그림은 말 없는 시”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중국의 시인 소동파는 당나라 시인이자 화가였던 왕유에게 “시 안에 그림이 있고 그림 안에 시가 있다”라고 했다. 시안에 모교가 있고 모교 안에 시가 있다는 사랑과 꿈을 키워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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