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지 아니?”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지 아니? 무계획이야”   위의 문구는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이 한 명대사입니다. 물난리로 집이 잠겨버린 상황에서, 아들 기우(최우식)에게 건낸 말입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물난리로 체육관에서 밤을 지새우게 된 사람들 가운데 이런 상황을 미리 계획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현대 사회도 이와 비슷합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가상현실과 같은 복잡한 기술들이 빠른 속도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일상생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예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위기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친구들과 모임을 갖기 어려워지고, 여행에 제약이 생길 줄 누가 상상했겠습니까? 기후 위기는 기업 경영 환경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빠른 변화와 예상치 못했던 위기로 인해 과거 계획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을 우리는 빈번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경영자들에게 현재에 충실하면서도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경영학 교육의 주요 목표입니다. 그렇다면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기생충」의 기택이 말한 것처럼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무계획으로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저 역시 목표를 세우고 철저히 준비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일이 틀어졌을 때 ‘될 대로 되라’ 식으로 포기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계획은 정말 소용이 없던 것일까요? 돌이켜보면, 계획이 있었기에 예상에서 벗어난 상황을 빠르게 감지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를 극복할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무계획은 결코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며, 많은 분들이 이 점에 동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기업은 더욱 철저하게 변화에 대응할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계획을 통해 미래에 마주할 수 있는 수많은 변수에 대비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합니다. 또한 예상치 못한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어떻게 예측과 대응을 체계화할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철저한 계획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안전망’을 제공해 주며, 방향을 잃었을 때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나침반’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저는 경영자들에게 현재에 충실하면서도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경영학 교육의 주요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무계획’이 아니라 근본적인 계획(아들 기우가 영화 마지막에서 언급했던 것처럼)을 세워 불확실성 속에서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다양한 경영학 성공 사례와 전통적 이론이 주는 교훈을 통해, 기업들이 미래에 대비하는 힘, 즉 계획을 세우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경영학과 신임 교원으로서 현대 사회의 변화를 날카롭게 주시하겠습니다. 또한 변화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겠습니다. 경영 환경의 변화에 귀를 기울이며, 경영자들이 근본적인 계획을 세워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방송대에 합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두근거리지만,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두려움도 불쑥불쑥 찾아옵니다. 개인적으로도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연구와 교육, 봉사라는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27호 2024-10-18 14:14

핫 뉴스라인

  • 사찰에 깃든 문학 - 이천 년의 이야기를 품은 대한민국 명찰 순례기

    사찰에 깃든 문학 이천 년의 이야기를 품은 대한민국 명찰 순례기 손종흠 지음, 지식의날개, 360쪽, 22,000원   관음보살이 머무는 낙산사, 호랑이의 보은으로 세운 희방사, 하늘 물고기의 신통력이 살아 있는 범어사, 문수보살의 성지 월정사… 40년 넘게 한국 고전문학을 연구해 온 손종흠 방송대 명예교수가 우리나라 방방곡곡, 21곳의 명찰을 직접 탐방하며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불교와 문학이 어우러지는 데 으뜸 역할을 한 곳은 다름 아닌 사찰이었다. 천년 고찰 속에 살아 숨 쉬는 역사와 이야기에서부터 모성과 효성이 어우러진 전통 사찰의 현장까지 저자의 시선과 목소리를 따라 우리나라의 고찰(古刹)들이 품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찾아 떠나자.

    226호최익현2024-10-04 13:50

  • 문학의 미래

    방송대의 교육 플랫폼은 ‘대안’이 아닌 도래할 미래 교육의 형태 그 자체였다. 이러한 교육 환경은 미래의 문학교육을 도모하는 데에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방송대는 일반 학생부터 평생학습자까지 다양한 교육 수요자들을 아우르는 공신력 있는 교육 기관이다. 영향력, 접근성, 확장성 면에서 보자면 다매체 시대의 문학교육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현대문학 전공자로서 이곳에서 교수자의 역할을 새롭게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행운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새로운 출발에 대한 설렘보다는 주어진 역할과 책임감에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임용된 한 달 사이 전북과 강원의 출석수업에서 만난 국문학과 학생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은 내가 체감해 오던 한국문학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동의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내가 한국문학을 전공한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문학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매년 거르지 않고 유행하는 계절병처럼 돌고 돌았다. 실제로 입학 자원이 날로 급감하고 있는 전국 대학에서 문학 전공은 통폐합을 거듭하며 그 위세가 상당히 위축되고 있으며, 급변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독서율 감소나 출판 시장의 위축 등을 포함한 전반적 상황 역시 문학의 위기 담론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뒷받침해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진단은 문학 그 자체를 너무 정태적(靜態的)으로만 파악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문학은 이미 오래전 활자나 인쇄매체를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그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물론 OTT 드라마나 웹툰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최근의 K-콘텐츠마저도 결국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오늘날 한국문학의 유산과 분리될 수 없다. ‘문학의 위기’란 실상 인쇄매체 안에 존재하던 문학의 위기일 뿐, 문학은 여전히 매체를 가로질러 확장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문학의 만능성을 주장하거나, 과거의 특별했던 문학의 지위를 회고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2000년대 초 가라타니 고진이 한국문학의 상황을 예로 들며, ‘근대문학의 종언’을 선언했듯, 문학은 더 이상 “정치적 문제에서 개인적 문제까지 온갖 것을 떠맡는” 위치에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문학예술의 현재 위치와는 별개로, 삶이 있는 한 이야기는 미래의 매체들을 가로지르며 계속해서 생산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창작하는 주체와 수용자,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문화적 환경을 오랜 시간 탐구해 온 학문으로서의 문학이 앞으로도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학을 통하지 않고서 이야기의 안과 밖에 내재한 무수한 의미들을 어떻게 질서화하고 정밀하게 읽어 나갈 수 있을까? 문학이 아니라면 또 어떤 대안과 전략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나는 출석수업에서 만난 학생들을 생각하며 문학의 미래와 내가 할 일을 한참 동안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문학의 전통적·학문적 지식을 오늘날의 매체 환경의 변화와 빠르게 연결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방송대의 교육적 특수성은 매체적 관점에서 문학을 새롭게 사유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코로나 시기에 확인했듯, 방송대의 교육 플랫폼은 ‘대안’이 아닌 도래할 미래 교육의 형태 그 자체였다.   이러한 방송대의 교육 환경은 미래의 문학교육을 도모하는 데에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적합한 교수법을 개발해 가르치고, 관련 연구를 통해 문학교육을 확장하는 것이 방송대에서의 첫 과제이자 목표다.

    225호2024-09-27 14:12

  • 낮추고 경청하면서 변화에 맞서 도전하기

    고성환 총장님께서 언젠가 “방송대 전국총학생회장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먼저 학우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늘 마음속 깊이 새기면서 총학생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학우들의 말에 많은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학과 연합수련회 등 전국 곳곳의 행사를 찾아가면서 학우들과 학교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자임해 왔다. ‘내 인생을 바꾼 대학’은 필자에게도 적용된다. 필자는 작게나마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막무가내였다. 그냥 도전했다. 그렇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고 돌파구가 필요했다. 방송대가 그런 돌파구가 됐다. 2020년 경영학과에 입학해 지금까지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올해까지 13개 지역대학에서 11개의 학습관이 폐쇄된 일은 무엇보다 가슴 아프다. 광주·전남지역대학(여수, 해남), 전북지역대학(익산, 군산, 남원, 정읍), 강원지역대학(속초, 태백별관, 동해), 대구·경북지역대학(상주), 경남지역대학(진해별관)의 11개 학습관이 사라지고 분회로 변경됐다. 2024년 5월 19일 경남에서 총장님과 13개 지역대학 총학생회장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분회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 재정 여건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작지만 지원금이 각 지역대학으로 내려간 상태다. 학생회와 우리 대학은 공생관계다. 총학생회와 학교가 가슴을 열고 진지하게 대화하고, 문제에 대한 타당성을 이야기한다면 대화로서 민원제기가 해결될 수 있는 곳이 우리 방송대다. 전국총학생회장으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사회공헌을 위한 전국총학생회와 13개지역대학 총학생회가 함께하는 짜장나눔행사였다. 방송대를 널리 알리고, 사회 취약계층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한 봉사다. 지금까지 6개 지역대학에서 10회째 봉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잘 먹고 갑니다.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짜장면집에서 먹어본 것보다 훨씬 더 맛났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봉사란 계산을 하고 생각을 하게 되면 힘들어서 하지 못하는 일임을 알기에 ‘오늘은 봉사날이다. 무조건 준비해서 가는 거야’ 하면서 무작정 승용차에 재료를 싣고 갔다. 봉사만을 생각하고 했기에 뿌듯함이 더 크다. 총장배가요제가 11월 19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전국총학생회가 맡게 됐다. 이 자리를 통해 이문익 부산총학생회장의 그간 노고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 2024년도 마지막 행사인 총장배가요제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총장배가요제가 막을 내리면 곧바로 제43대 전국총학생회장 선거 및 13개 지역대학 총학생회장 동시선거가 진행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들을 위촉해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현재 그간 문제시됐던 선거관리규정을 바로 잡는 회칙개정을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우리 대학 학칙과 회칙에 맞는 회계기준절차도 정형화할 것이다. 앞으로 4개월 남은 여정을 잘 마무리하고 사회공헌을 위한 전국총학생회 짜장나눔행사도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한다. 끝으로 제42대 전국총학생회의 슬로건(‘변화와 도전으로 함께하는 전국총학생회’)처럼 학우들을 먼저 생각하고 소통과 화합으로, 더 넓게는 학우들과 학교 사이에 가교역할을 건강하게 해냄으로써 새로 꾸려질 제43대 전국총학생회에 더욱 아름다운 바통을 넘겨줄 계획이다.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든든한 집행부 임원들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믿는다.

    225호2024-09-27 14:19

  • 끝이 없는 배움의 길

    삶은 용기를 내 도전하기 좋은 여정이라는 것을 몸소 가르쳐주신 어르신들이 있다. 언제 끝이 날지 모를 이 배움의 길이 다른 이들에게도 길이 되면 좋겠다.   살다 보면 충격을 받을 때가 있다. 그 충격이 신선하고 견딜만하며 비전이 담겨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지난해 8월 초쯤이었다. 퇴직을 두 달 앞둔 시기, 자격증이 있어야 어디 들어갈 수 있겠다는 마음에 평소 관심을 뒀던 문화체육부 장관 자격증인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해 연수를 받으러 부산의 모 대학 강의실로 향했다. 번듯한 자격증 하나 정도 있으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5월경 필기시험을 칠 때도 필기시험장 앞 주차장에서 주차관리를 하시던 선생님이 시험 감독하러 오셨냐고 물을 때 나는 시험을 치러 왔다고 하니 놀라던 얼굴이 떠올랐고 이걸 내가 괜히 하나 하는 생각도 잠시 있었다. 그래서 젊은이들 속에 주책은 아닐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이라 여기저기 부채질을 하면서약 150여 명이 한 강의실에서 만났다. 다소 긴장된 모습이었고 서로 감점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잠이 오면 일어나 뒤에 가서 서서 청강을 하는 등 상당히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다들 표정이 밝아 힘들어도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직을 앞둔 내가 연수생 구성이 어떤가 하고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니 90% 정도가 나보다 젊었고 9% 정도는 비슷하게 보였다. 그런데 머리는 염색하신 것 같은데 몇 분이 연세가 많아 보여 쉬는 시간에 알아보니 80세 가까운 어르신이 세 분이나 계셨다. “어르신 무슨 종목입니까, 댁은 어디신지요, 연세가 어떻게 되는지요?”라고 물었더니 “뭘 그걸 물어 아직 80 안 됐어”라고 하셨다. 나는 그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거제에서 부산까지 차도 없이 주로 버스를 이용해 다니시면서도 늘 밝은 모습으로 며칠간의 연수를 무사히 마치신 그분은 현장실습까지 창원에서 같이 보냈는데, 아마도 그때 자격증을 무난히 획득하셨으리라 생각한다. 작년 퇴직 전 나는 고민을 꽤나 했다. 직업 시작 전 30년 정도의 학창 시절이 첫 직장 시작을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면 직업 시작하고 가정을 지키며 지내는 30년은 나와 가정, 주변을 위한 30년이고 이 기간은 60세 이후의 또 다른 생애 기간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고 늘 생각은 하고 있었고 나름대로 대비는 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이고 명확한 길은 설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며칠 동안을 고민하다가 나는 내가 잘하는 일에 보람도 느끼고 약간의 수입도 되는 것이 역시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해조정역할을 하던 일은 이제 이골이 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이다. 노인스포츠 자격증을 획득해 지금은 경로당 프로그램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귀여움을 많이 받은 나는 그분들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강사 활동은 순조롭다. 반갑게 맞아주는 그분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힘이 난다. 나 또한 그분들을 위해 새롭고 재미있는 자료를 제공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눈을 뜨고 일어나면 내가 가야 할 곳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 다행스럽다. 이런 기회를 준 국가와 사회에 감사할 일이다.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자연 건강운동관리사가 되고 싶어졌다. 건강과 체육 관련 자격증 중에서 단연 최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체육 관련 학사 자격증이 있어야 시험을 칠 수가 있었다. 나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증은 따고 싶고, 체육 관련 대학은 다녀야 하겠으나 젊은이들과 함께 일반대학에 가는 것은 학비나 기타 사정이 허락지 않았다. 약 10여 년 전 대학원에 갈 필요가 있어서 나는 문화교양학과를 졸업하고 역사학 관련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를 준비하려다 만만찮은 학비에 준비도 할 겸 약 5년 뒤로 미뤄뒀었다.   눈에 확 들어온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해 방송대 사이트를 열어보니 나를 반기듯 생활체육지도과가 있었다. 6월 중순쯤 바로 지원을 하고 3학년 2학기에 편입했다. 목표가 정해졌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는 마음으로 눈에 힘이 들어갔고 내 얼굴은 밝아졌다. 얼마 전 아버지 미수연을 준비해 식당에서 모셨다. 아버지를 모시고 가족 20여 명이 참석한 장소에서 나는 방송대 생활체육지도과 3학년에 입학했다고 알렸다. 박수를 받았다. 우리 집 막내가 대학 2학년이니 졸업은 내가 먼저 할 것 같다. 어떤 친구들은 “이제 쉬엄쉬엄 쉬지 무슨 공부를 또 하냐, 이 나이에 글이 머리에 들어오냐”라며 걱정스러운 말도 건넨다. 하지만 나는 부산연수원에서 만난 그 어르신들 몇 분을 기억하고 있다. 삶은 용기를 내 도전하기 좋은 여정이라는 것을 몸소 나에게 가르쳐주신 그 어르신들을 안다. 세상은 그런 분들의 선한 영향력으로 점점 좋아지고 나아지는 듯하다. 배움의 여정이 언제 끝이 날는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끝날 끝이 없는 이 길을 계속 가고 싶다. 나의 길이 또 다른 이들에게 길이 된다면 좋겠다.

    225호2024-09-27 14:23

  • 온전한 ‘나의 삶’을 위한 계획 세우기

    나는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계획을 꼼꼼히 세우고 모든 일상을 그 일에 맞춰 매진하는 편이다. 시험이 있으면 시험 준비에 모든 일상을 맞추고, 책을 쓰거나 강의 준비를 하거나 가정에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는 그 일에 일주일 혹은 한 달의 모든 일정을 할애한다. 그러다 보니 강의나 행사를 잘해내고 좋은 성적표와 성과가 남기는 하지만, 딱 그것만 남고 그 밖의 다른 것은 정지 상태가 된다. 나의 삶은 내가 한 일로 설명되는, 그야말로 과업지향적 삶이다. 그렇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고 성공을 얻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생 때 2교시 전공 시험을 앞두고 내 친구가 평소처럼 아침 영어학원을 다녀왔다는 얘기는 나에게 의아하고 쇼킹했다. 시험공부 안 하고 영어 공부를 하고 왔다고? 영어 공부도 좋지만, 시험 보는 날은 시험에 올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러분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또 할 수 있다면 어떻게 사는 걸 원하는지 궁금하다. 물론 인생의 중요한 몇 번의 행사라면 이례적으로 그 일에 삶의 일정을 맞추는 것도 괜찮겠지만, 빈번하게 일상을 포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좋지 않다는 걸 요즘 더욱 느낀다. 일을 잘해내느라 가족들과의 대화를 미루고, 친구와의 만남을 미루고, 운동을 미루고, 휴식을 미루던 것이 쌓여 위기를 느끼게 됐다. 이제는 과업이나 성과가 아니라 ‘나의 삶’을 살아야겠다. 원동연 박사는 공학자인데 40대에 봉사활동을 떠났다가 인생의 목표를 바꿔 교육운동가가 된 분이다. 이분이 주장하는 ‘5차원 전면교육’은 이렇게 다양한 영역을 놓치지 않고 발달시킬 것을 강조한다. 5차원 전면교육에는 지력, 심력, 체력, 자기관리력, 인간관계력이 포함된다. 지력이란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지식의 힘, 심력이란 쉽게 요동하지 않는 마음의 힘, 체력은 진리를 실천할 수 있는 몸의 힘, 자기관리력은 에너지를 바른 곳에 분포할 수 있는 힘, 인간관계력은 남을 섬길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물통의 비유처럼, 우리가 삶의 위기를 겪는 때는 5가지 중 소홀했던 영역에서 누수가 생겨서일 때가 많다. 따라서 5차원을 고루 발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첫 단계로, 5년 뒤에 내가 살고 싶은 모습을 5개 영역에 맞춰 적어본다. 예를 들어 ‘지력’으로는 방송대에서 문화교양학과, 중어중문학과를 다니며 고전을 읽고 그 뜻을 이해한다. ‘심력’으로는 우울에 빠지거나 쉽게 화내지 않고 마음의 평안을 유지한다. ‘체력’으로는 적정한 체중과 건강을 유지하고 활력 있게 산다. ‘자기관리력’으로는 경제적 목표를 위한 경력관리와 재정관리를, ‘인간관계력’으로는 가족과의 관계 회복, 특별히 챙겨야 할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꿈꾸는 대로 바로 변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 5년으로부터 현재로 소급해 4년, 3년, 2년, 1년의 계획을 세운다. 예를 들어, 앞으로 1년 동안 ‘지력’을 위해 저녁 8~9시에 1시간씩 방송대 강의를 듣는다, ‘체력’을 위해 9~10시에 걷는다, ‘인간관계력’을 위해 가족들에게 짜증내기보다 ‘오늘 하루 힘들었겠네, 그럴 수 있지’하고 생각한다, 과일을 챙겨준다 등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세운다. 이 칼럼을 쓰면서 나도 5년 후의 목표, 1년 동안 실천할 5차원 계획을 세워 보았다. 여러분과 사석에서 만날 기회가 있다면,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지,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함께 얘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224호2024-09-20 11:12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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