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프리즘

나는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계획을 꼼꼼히 세우고 모든 일상을 그 일에 맞춰 매진하는 편이다. 시험이 있으면 시험 준비에 모든 일상을 맞추고, 책을 쓰거나 강의 준비를 하거나 가정에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는 그 일에 일주일 혹은 한 달의 모든 일정을 할애한다. 그러다 보니 강의나 행사를 잘해내고 좋은 성적표와 성과가 남기는 하지만, 딱 그것만 남고 그 밖의 다른 것은 정지 상태가 된다. 나의 삶은 내가 한 일로 설명되는, 그야말로 과업지향적 삶이다.


그렇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고 성공을 얻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생 때 2교시 전공 시험을 앞두고 내 친구가 평소처럼 아침 영어학원을 다녀왔다는 얘기는 나에게 의아하고 쇼킹했다. 시험공부 안 하고 영어 공부를 하고 왔다고? 영어 공부도 좋지만, 시험 보는 날은 시험에 올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러분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또 할 수 있다면 어떻게 사는 걸 원하는지 궁금하다.


물론 인생의 중요한 몇 번의 행사라면 이례적으로 그 일에 삶의 일정을 맞추는 것도 괜찮겠지만, 빈번하게 일상을 포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좋지 않다는 걸 요즘 더욱 느낀다. 일을 잘해내느라 가족들과의 대화를 미루고, 친구와의 만남을 미루고, 운동을 미루고, 휴식을 미루던 것이 쌓여 위기를 느끼게 됐다. 이제는 과업이나 성과가 아니라 ‘나의 삶’을 살아야겠다.


원동연 박사는 공학자인데 40대에 봉사활동을 떠났다가 인생의 목표를 바꿔 교육운동가가 된 분이다. 이분이 주장하는 ‘5차원 전면교육’은 이렇게 다양한 영역을 놓치지 않고 발달시킬 것을 강조한다. 5차원 전면교육에는 지력, 심력, 체력, 자기관리력, 인간관계력이 포함된다. 지력이란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지식의 힘, 심력이란 쉽게 요동하지 않는 마음의 힘, 체력은 진리를 실천할 수 있는 몸의 힘, 자기관리력은 에너지를 바른 곳에 분포할 수 있는 힘, 인간관계력은 남을 섬길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물통의 비유처럼, 우리가 삶의 위기를 겪는 때는 5가지 중 소홀했던 영역에서 누수가 생겨서일 때가 많다. 따라서 5차원을 고루 발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첫 단계로, 5년 뒤에 내가 살고 싶은 모습을 5개 영역에 맞춰 적어본다. 예를 들어 ‘지력’으로는 방송대에서 문화교양학과, 중어중문학과를 다니며 고전을 읽고 그 뜻을 이해한다. ‘심력’으로는 우울에 빠지거나 쉽게 화내지 않고 마음의 평안을 유지한다. ‘체력’으로는 적정한 체중과 건강을 유지하고 활력 있게 산다. ‘자기관리력’으로는 경제적 목표를 위한 경력관리와 재정관리를, ‘인간관계력’으로는 가족과의 관계 회복, 특별히 챙겨야 할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꿈꾸는 대로 바로 변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 5년으로부터 현재로 소급해 4년, 3년, 2년, 1년의 계획을 세운다. 예를 들어, 앞으로 1년 동안 ‘지력’을 위해 저녁 8~9시에 1시간씩 방송대 강의를 듣는다, ‘체력’을 위해 9~10시에 걷는다, ‘인간관계력’을 위해 가족들에게 짜증내기보다교육학과 교수 ‘오늘 하루 힘들었겠네, 그럴 수 있지’하고 생각한다, 과일을 챙겨준다 등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세운다.


이 칼럼을 쓰면서 나도 5년 후의 목표, 1년 동안 실천할 5차원 계획을 세워 보았다. 여러분과 사석에서 만날 기회가 있다면,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지,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함께 얘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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