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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가에서 아이가 모래성을 쌓고 있다. 시냇가 맞은편에서 또래 아이들 여럿이 도랑을 파며 물길을 내고 있다. 아이가 이것을 목격하고는 ‘나도 저거 하고 싶어’라는 생각을 한다. 이내 겉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저쪽 편에서 함께 도랑을 파고 있을 제 모습을 생각하며 부푼 마음으로 물속에 첨벙 뛰어든다. 보기에는 가까워 보였는데 생각보다 물이 깊고 물살도 거세어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소모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뒤를 돌아보니 자신이 열심히 쌓아 올린 모래성이 보인다.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물길을 헤치고 맞은편에 도달하려면 이제 모래성은 포기해야 한다. ‘모래성 옆에 작은 마을도 만들 생각이었는데…’ 아이에게 내심 아쉬움이 샘솟는다. 도랑을 파며 물길을 내는 일을 모래성 쌓는 일만큼 잘할 수 있을지, 그것이 생각만큼 즐겁고 보람된 일일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럼에도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는 새로운 일을 경험하고 싶다. 저쪽에서 아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다른 아이가 어딘가를 가리키며 소리친다. ‘얘, 네가 있는 곳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이쪽으로 올 수 있는 징검다리가 있어!’ 그 말을 듣고 시선을 돌려보니 정말 징검다리가 있다. 아이가 기뻐하며 징검다리로 달려간다. 지금은 도랑을 파러 가는 길이지만 징검다리를 통해 언제든지 모래성이 있는 곳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아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번진다.”
비유를 위해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아이는 ‘우리’이며 징검다리는 ‘방송대’다. 방송대에는 다양한 학우들이 있다. 여느 대학교와는 다른, 좀 더 폭 넓은 의미에서의 다양한 학우들이 있다. 나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누구나 언제든 새롭게 시작하고 도전할 수 있는, 꿈과 기회가 가득한 학교가 방송대라고 생각한다. 전업 학생들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환경을 살아가는 직장인, 자영업자, 은퇴자 등 누구든지 방송대를 통해 학업에 대한 열정을 꽃 피울 수 있다.

 

나는 방송대와 학생기자 활동을 통해

마음 깊은 곳에 묻어뒀던 열망을 회복할 수 있었고,

학우들을 만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꿈을 꾸고 도전할 수 있음이 소중하고 감사하다’라는 사실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과거 다른 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했지만, 부친의 암투병으로 인해 먹거리와 건강기능 식품에 눈을 돌려 자연스레 ‘식품영양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어문계 전공자로서 자연계 학문에 도전하는 것이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언제 어디서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방송대를 통해 어려움 없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이 도전은 일과 병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또 다른 일이 아니라 새로운 배움이 가져다주는 일상의 활력소가 됐다.
처음에는 학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적응하느라 마음이 그리 여유롭진 않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학업뿐만 아니라 교내 활동도 경험해 보고 싶어졌다. 그러던 중 방송대학보 〈KNOU위클리〉에서 지역 학생기자 모집에 지원해 2기 부산지역대학 학생기자로서 활동할 수 있었다.
부산지역대학을 3학기 동안 취재하면서 내게 가장 큰 인상을 남겼던 부분은 방송대가 온라인에 기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에서 함께 모이고자 하는 학생들의 열정과 노력이 대단하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개인의 학사일정만 신경 쓰던 입학 초기에는 교내 행사가 이렇게 많은 줄도, 이토록 조직적이고 역사가 깊은 줄도 생각지 못했는데, 학생기자로서 현장을 취재하다 보니 방송대만큼 강의 외 오프라인 모임에 진심인 대학교도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기반인 만큼 모일 수 있는 기회 하나하나가 학우들에게 소중했기 때문에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이처럼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렇게 방송대의 이모저모를 글로써 잘 담아내어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했던 지난 3학기를 뒤로 하고 나는 학생기자 활동을 마무리했다.
학생기자로서의 활동은 이제 끝났지만, 학생기자 활동이 내게 안겨준 경험들은 그 의미를 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학생기자로서 교내 활동을 하면서 내 20대 초반의 새내기 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고, 현장을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면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게 됐으며, 방송대와 학우들의 소식을 내 손으로 직접 알릴 수 있다는 보람에 더해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을 깊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앞으로 내가 나아가는 길과 방향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그리고 후에 글로써 방송대에 이바지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응할 수 있는 그런 마음으로 후임 학생기자들을 응원한다.
3학년 2학기를 맞이한 지금 나는 일반휴학을 신청했다. 방송대에서 식품영양학이라는 도전을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최근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식품영양학을 공부하는 것과 영양사 자격을 취득하겠다는 도전을 포기하거나 그만두겠다는 것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이쪽과 저쪽을 오갈 수 있는 방송대라는 ‘징검다리’가 든든히 버티고 서있기 때문에 나는 나의 모래성, 내 인생의 한 조각을 잠시 돌보러 가는 것일 뿐이다.
나는 방송대와 학생기자 활동을 통해 마음 깊은 곳에 묻어뒀던 열망을 회복할 수 있었고, 학우들을 만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꿈을 꾸고 도전할 수 있음이 소중하고 감사하다’라는 사실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국립 한국방송통신대학교’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수많은 도전을 품고 있는 꿈 바구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방송대라는 징검다리를 통해 가슴 뛰는 꿈을 발견하고 그 꿈을 향해 용기 있게 발걸음을 내딛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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