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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대전·충남지역대학 예산학생회 회장을 맡고 있다. 방송대 청소년교육과에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4학년 2학기, 졸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꿈을 안고 공부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던 차에 대전·충남지역의 보령학생회(회장 김경숙·국문 2), 아산학생회(회장 김진영·교육 4), 홍성학생회(회장 김상미·문화교양 4)와 예산학생회 회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찾게 됐다.


서부권 지역 학우들이 한데 모여서 자원봉사활동으로 플로깅을 하고, 이어서 작은 음악회를 열어 주민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자는 아이디어였다. 처음에는 학교 홍보 차원에서 보령, 아산, 예산, 홍성 등 지역을 돌며 공연을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공연을 하면서 학교 홍보도 하고, 주변 환경까지 깨끗하게 정리하는 모습으로 지역 주민들의 눈길을 잡고, 플로깅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기억에 남을 추억을 더하자는 마음에서 음악회를 생각한 것이다.


무더웠던 8월 18일 일요일 오후 5시 30분 예산 예당호 수변 무대에 있는 ‘예산 출렁다리’에서 마침내 우리들의 꿈이 처음으로 구체화됐다. 산책을 즐기면서 쓰레기를 줍는 일을 보령, 아산, 예산, 홍성학생회가 시작한 것이다(오는 10월 27일 오후 4시 홍성 홍혜공원에서 두 번째 플로깅을 할 예정이다).


플로깅과 음악회를 앞두고 우리는 역할을 나눠 하나둘 준비했다. 김상미 회장은 플로깅 준비(장갑, 집게, 물 등)를, 필자는 현수막, 배너, 어깨띠 등을, 김진영 회장은 음향과 리허설 등을 맡았다. 김경숙 회장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회를 맡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서부권 학생회 소속의 학우 13명이 행사에 참가했다.


그렇지만 웬걸, 8월 중순의 날씨는 생각과 달리 금방 몸을 지치게 만들었다. 뜨거운 날씨에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된 상태에서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 떨구고 간 것은 있기 마련이다. 쓰레기를 줍다 보니 마음이 아팠던 때도 있었다. 먹을 수 있는 백설기 떡이 열 개 가까이 무더기로 버려져 있는 걸 만났을 때였다.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던 경험 때문만은 아니었다. 누군가에 위로가 될 수 있는 음식이 ‘쓰레기 더미’에 덧없이 뒹굴고 있어서였다.


플로깅 내내 흔히 볼 수 있는 음료수병, 캔, 담배꽁초, 플라스틱 일회용 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플로깅의 진수는 산책하면서 좋은 일도 하고 담소도 나누며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원격교육기관이라 서로 잘 모르고 대학 생활을 한다는 것이 방송대의 특성인데, 이렇게 모여서 선한 영향력도 만들고 서로 간의 정을 나누다 보니, ‘이런 것이 진정한 학교생활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필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참가한 이들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쓰레기를 줍고 나서 기다리던 음악회가 시작됐다. 기타 연주와 올드 팝송은 5060 세대가 지나온 청소년기의 아련한 모습을 떠올려주기에 충분했다. 아름다운 목소리와 기타 반주로 우리의 마음을 녹아들게 하는 두 번째 무대는 비긴어게인 음악프로그램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감미로운 시간이었다고 자부한다. 마지막 무대는 김진영 회장의 성악곡이 장식했다. 가곡과 에델바이스로 이어지면서 작은 음악회는 끝났지만, 그 뜨거웠던 여름날 우리들의 플로깅과 공연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양숙이  청소년교육과 4학년(대전충남 예산학생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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