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이 후원하는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이 6월 14일(수)부터 18일(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국내에서는 한국대학출판협회 등 360개사가, 해외에서는 주빈국 샤르자 등 170개사가 참가했다.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는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NONHUMAN’다. 주최 측은 “인간을 중심으로 세상을 운영하다간 파국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경고에 대한 대답으로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은 ‘비인간’을 초대한다”라고 말하면서, “‘비인간’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보려는 시도는 인간중심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간중심주의를 세우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비인간’들. 함께 살자”라고 제안했다. 전체 부스가 이런 주제를 얼마나 소화했냐는 별개로 출판인들이 ‘새로운 인간중심주의’를 모색하자고 손을 내민 것은 눈여겨볼만하다.
주제 세미나와 작가 토크 눈길 끌어
첫날인 6월 14일에는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가 ‘They are watching us: 그들은 우리를 보고 있다’를 주제로 ‘동물’에 초점을 맞춰 인류가 사라진 후 동물들의 미래와 그에 비친 인간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15일에는 ‘‘나’가 사라진 꿈 속에서’를 제목으로 소설가 김연수의 북토크가, 16일에는 ‘미래의 과거에서’라는 주제로 작사가 김이나, 작가 이슬아, 번역가 황석희, 데이브레이크 이원석이 참여하는 강연이 진행된다. 17일은 2023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고래』의 소설가 천명관도 북토크가 예정돼 있다.
이외에도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주제 세미나도 흥미롭다. ‘로봇-인간 돌봄 공동체’, ‘생성형 AI: 인간의 비인간화’, ‘비동물인간, 그 경계 밖에서’ 등의 강연이 준비돼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니콜라이 슐츠는 ‘Mal de Terre: 병든 지구를 감각하고 생각하기’에서 기후 위기 및 인류세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다.
도서전의 또 다른 묘미인 작가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기후위기 앞의 삶’의 강연에서는 『작은 땅의 야수들』의 저자인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김주혜와 작가 김겨울이 함께 한다. 퓰리처상 수상작 『동조자』의 저자 비엣 타인 응우옌도 도서전에 방문해 ‘아시안 디아스포라와 미국 문학’을 주제로 독자들을 만난다. 소설가 김애란과 최은영은 소수자를, 김초엽과 천선란은 SF의 세계를 통해 비인간이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도서전을 찾는다면 국제관도 꼭 둘러보길 권한다. 올해 주빈국인 샤르자는 아랍의 현대문학, 아랍 작가들의 동인 문화, 아랍 출판시장의 현황, 샤르자의 저널리즘 등 다양한 강연을 준비했다. 샤르자 주빈국관에서는 인쇄와 디지털 아트 워크숍, 전통 밴드 공연 등도 만나볼 수 있게 풍성하게 꾸몄다. 한국과 수교 60주년을 맞은 캐나다가 올해 도서전의 스포트라이트 컨트리로 참여했다. 캐나다관에는 원서 전시를 비롯한 문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한국대학출판협회에서는 17개교 참가
한국대학출판협회에서는 올해 방송대출판문화원 등 회원교 17곳이 참가했다. 애초 참여하기로 했던 중국대학출판협회는 참가하지 못했고, 일본대학출판부협회만 부스 내에 따로 코너를 뒀는데, 히데토 츠보이(坪井秀人)의 『戰後表現: Japanese Literature after 1945』(나고야대출판회, 2023), 모리구치 유카 등이 엮은 『文化冷戰と知の展開』(교토대학술출판회, 2022) 등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대학출판협회 부스에서 만날 수 있는 책은 역시 대학 출판부가 아니라면 손도 대지 못했을 무게감을 준다. 계명대출판부가 선보인 『한국 성경 300년: 번역과 해석의 역사』, 경북대출판부의 『훈민정음의 문화중층론』, 국립경상대출판부의 『끝나지 않은 그들의―노래』, 단국대출판부가 선보인 국역 『金史』 『遼史』, 영남대출판부의 『퇴계시 풀이』(전9권) 등은 깊은 내공을 짐작케 했다. 방송대출판문화원에서는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를 비롯해 『개 고양이 백과사전』 등 30종 100권을 소개한다.
최상근 한국대학출판협회 부이사장(계명대)은 “지의 산실인 대학출판부는 이번 도서전에 무게감 있는 책들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저작들을 엄선했다. 나날이 학술출판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학 출판인들이 우리 지식사회에 꼭 필요한 책들을 출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도서전 참가 의미를 짚었다.
사진으로 보는 2023 서울 국제도서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