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파워인터뷰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계획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르면 8월 말부터 향후 30년간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학계, 산업계는 영향이 ‘있다’와 ‘미미하다’로 나뉘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 불안감과 피로까지 이른바 사회적 비용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또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과 에너지 대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반도체 직업병 사건,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전공 분야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늘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며 목소리를 내왔던 박동욱 교수를 만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물었다. 박 교수는 원자력이 주전공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달라면서도 “정치, 사회, 언론에서 나오는 주장들에 대해 학생들이 과학적 근거와 함께 한계성을 갖고 판단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는 단순히 원자력 산업의 문제가 아닌 탄소중립, 기후 위기 등과 연계해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대학원 환경보건시스템학과 과목인 「직업보건환경이슈」 11, 12강을 참조하면 된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박동욱 방송대(보건환경학과)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반도체 피해자 문제 등 전공 분야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연구하며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에 대해서는 원자력이 주전공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서 들어달라고 하면서도, 학생들이 과학적 근거를 갖고 상황을 판단할 것을 주문했다. 더불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기후위기, 탄소중립 이슈와 연결해서 볼 수 있는 스펙트럼을 가져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두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나뉩니다
건강 문제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제는 누가 확실하게 증거를 제시하고 설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간을 두고 나타나는 영향, 사회적 갈등 비용 등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당장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죠. 당장의 편익은 누구나 느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먼 미래에 일어날 손실 비용 등의 문제는 과학의 불확실성이라는 관점에서 설득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은 방류 기준을 가지고 있죠. 편익, 비용 지불 그리고 최소한의 안전 경계지점에서 정해진 기준입니다. 하지만 그 기준치 아래에 있다고 해서 모두가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죠. 바로 ‘역치 존재 여부 논란’입니다. 우리 몸은 항상성이 있어서 어느 정도의 위험도 견딥니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 되면 영향이 나타나죠. 미세먼지도 편의상 수치로 정한 기준까지는 노출돼도 안전하다고 하지만, 그 아래에서는 노약자나 아이, 환자 등 상대적으로 약한 계층은 영향을 받는 것처럼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역시 당장 인간에게는 아니더라도 생태계의 안전성도 살펴야 한다고 봐요. 다만 그 영향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내기가 쉽지 않을 뿐이죠.

 

‘다핵종제거설비(ALPS)’라는 기술적 층위로 들어가면 더 복잡해지죠. 도쿄전력에서 현재 과학의 기준으로는 대부분 괜찮다고 하는데, 30년간 방류됐을 때 생태계에 영향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이고, 그 영향이 어떤 것일지에 대해서는 핵무기 개발 감시가 주목적인 IAEA에서 전부 검증할 수는 없는 부분이고요.

 

방사성 폐기물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죠. 라돈을 포함해 방사성 물질이 몸속에 들어와서 붕괴하면서 NA를 파괴합니다. 방사성 물질은 알파, 감마, 베타파를 끊임없이 방출하면서 안정화돼 갑니다. 안정화되기까지 물질마다 다르지만 보통 수백 년에서 수십만 년이 걸린다고 해요.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세포가 파괴되면서 생식독성, 암 등이 발생하는 겁니다.

 

이런 방사능 폐기물에는 상대적으로 금방 안정화되는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있어요. 병원에서 치료 목적으로 사용한 장갑, 캡슐, 원자력 공정 근로자가 입은 옷, 장갑 등은 몇 년 정도 가둬두면 일반폐기물과 섞어 매립할 수 있을 정도로 금방 안정화됩니다.

 

문제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죠. 현재 과학기술로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는 기술이 없거든요. 고준위폐기물은 납 등 매우 튼튼한 통에 담아서 지진 등 재난에도 안전한 땅속 깊숙한 곳에 영원히 격리하는 것이죠. 여러 나라가 원자력 폐기물 보관 장소를 찾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우리가 불과 2천년 전, 3천년 전 인류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지하 깊숙한 곳에 보관해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어떻게 위험하다고 후대와 소통할 수 있을까요?

 

지구는 영원하지 않아 인간은 지구 자정 범위 안에서 적정한 편리함과 성장을 누리고 먼 미래까지 물려줘야 합니다. 이미 산업혁명 이후 300~400년 사이에 우리가 석탄, 석유 등 수억년 축적된 자연 자원을 효율성이라는 미명 하에 맘껏 사용하면서 지금의 기후 위기, 생태 위기의 비용(엔트로피) 청구서를 받아 놓은 상태입니다. 우리가 이전 시대를 고대, 중세로 구분하듯, 미래세대는 지금의 우리를 탄소세대로 부를 겁니다.

 

인류는 효율성이라는 미명하에 축적된 자원을 마음껏 사용하며

지금의 기후 위기, 생태 위기의 비용(엔트로피) 청구서를 받아 놓은 상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계기로 에너지 독립을 위한

미래 로드맵을 만드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오염수 방류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모든 생명이 연결돼 있다는 관점 즉, ‘원헬스’(One Health)’적 접근이 중요합니다. 사람, 동물, 환경 등 모든 생명체의 건강이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요. 이 관점에서는 원전 오염수가 방류될 때 영향을 받는 생태계가 분명 있다는 거죠. 물론 시간에 따른 데이터가 필요하니, 과학적 검증은 어렵겠지만요. 우리는 알지 못하는 복잡한 위험을 자주 위험이 없다고 단정해버립니다. 원전 오염수를 포함한 원자력 산업의 미래 위험은 과학이 알지 못하고 규명하지 못하는 불확실성 영역이 있다고 봅니다. 원자력 에너지가 가진 근본적 한계와 불확실성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원자력 에너지는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수요는 증가 추세입니다
탄소 기반 경제활동과 인간의 소비 활동은 기후 위기에 치명적이란 게 밝혀졌잖아요. 원자력 에너지는 탄소 문제에서 직접적으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 번 발전소를 지으면 40년 동안 기후위기를 일으키지 않고 전기에너지를 생산해줘요. 물론 발전소를 짓고 또 해체, 폐기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지만요.

 

주요 선진국은 원자력 발전 산업을 줄이거나 독일은 발전소를 더 이상 건설하지 않고 해체하고 있어요. 원자력 발전소 해체 시간도 20년 정도 걸리고 해체 비용도 천문학적입니다. 하지만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은 발전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중국은 현재 55기를 가동하고 있는데 21기는 건설 중이고 이후 45개를 더 건설할 계획이라고 해요. 탄소 기반 경제활동에 ‘탄소중립’의 압박이 있는 것도 큰 이유죠.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이 40년 정도입니다. 더 사용할 수 있지요. 자동차를 예로 들어볼까요? 사용 기한이 차서 폐차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당장 고장난 것도 아니고 쓸 수 있는 편익이 있으니 더 탑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사고 가능성이 자동차와 비교하면 훨씬 낮아요. 사고가 나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기에, 처음부터 이중삼중 통제를 하거든요. 하지만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처럼 지진, 쓰나미로 냉각 펌프가 고장나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을 줄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대부분의 위험을 통제한다고 해도, 과학이 알지 못하는 불확실성 영역이 있는 것이죠. 위험이 없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모를 뿐이라는 겁니다.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언급했듯 오늘날 인류는 위험이 일상화된 현대의 ‘위험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과학이라고 100% 모든 위험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는 거죠.

 

원자력에너지는 그래도 탄소기반 에너지 산업보다는 친환경적이지 않나요
원자력 발전소 운전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 친환경적입니다. 그런데 원자력 발전을 위한 우라늄 채굴, 운반, 수명이 다한 후 시설 해체, 폐기물이 안정화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보관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하면 결코 친환경이라고 할 수 없어요. 나는 수업에서도 늘 학생들에게 강조합니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의 뿌리, 사용 후 폐기, 이후 생태계 영향을 항상 상상해보라고요.

 

원자력 발전의 원료인 ‘우라늄 235’는 영원하지 않아 궁극적 에너지대안은 아닙니다. 지금처럼 사용하면 100여년 후에 고갈된다는 예측도 있어요. 우리가 원자력 에너지가 어디에서 오고, 발전소 시설은 어떻게 해체되고 어떻게 폐기되는지 각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생태계 위험,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 등 당장의 편익은 분명하고 에너지 대안인 것처럼 보이지만, 한 참 뒤에 일어날 위험과 비용 등을 고려해서 에너지 대안을 준비해야 합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문제를 거울삼아 우리의 원자력 발전소는 어떤 상황인가, 안전한가를 생각해봐야 하고요.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박차를 가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탄소중립, 기후위기, 원자력 문제가 다 연결돼 있어요. 자동차, 철강, 시멘트, 선박 등 한국 경제를 이끄는 대부분 산업이 탄소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탄소중립 시기에 어떻게 변화될까요? 지구 온도 상승을 1.5℃ 내로 억제하지 못하면 지구 생태적 한계를 넘어서는 겁니다.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커질 거고요. 지구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는 것이죠. 거대담론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렇다고 탄소 기반 경제활동의 한계가 없는 것도 아니고요. 탄소 기반 산업이 안전하고 공정하게 변화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원자력발전소의 증축은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현재 전 세계에 400여 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데, 지금 사용하는 에너지량 수준을 대체하려면 2천, 3천기를 지어도 부족하다고 하니까요. 태양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과학기술도 아직 없다 보니 사회적 대안 논쟁이 뜨거울 수밖에 없고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50:50으로 의견 대립을 할 게 아니라,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에너지 독립을 위한 미래 로드맵을 만드는 계기로 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노파심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원자력 에너지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발견된 이래 ‘원자폭탄’이라는 파괴 이미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일환으로 질병 치료는 물론 원자력 발전소가 시작된 것이죠. 원자력 발전소가 전기 에너지를 얻는 데 매우 편리하고 탄소 기반 산업보다 장점도 많거든요. 편익이 크면 지불하고 감당해야 하는 비용도 크다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이 에너지 혜택을 전혀 입지 않은 미래세대가 지불하고 감당해야 하는 위험과 비용이 큽니다. 에너지 대안으로 원자력 산업을 확장하는 데는 경고를 주고 싶어요.

 

인류 생존을 위한 핵심 에너지원이 과학 발전을 통해 나무, 석탄, 석유, 원자력으로 이동했습니다. 모두 자연에서 오는 것이어서 한계가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주요 생존 에너지는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과학기술은 공정하게 통제하고 사용해야 한다고 봐요. 중세에 종교가 사회의 모든 활동과 생각을 지배했지만, 산업혁명 이후 과학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학이 주는 경제성장과 편익, 화려함에만 주목하는 거 같아요. 무인 전기자동차의 화려함만 이야기하지, 인간 노동이 없어지고, 전기 사용량은 어떻게 구할 것인지, 전자파 위험 등의 비용은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것처럼요. 원자력의 편리함과 효율성은 모두 동의하지만, 생태계 위험과 지불해야 할 비용에 대한 생각은 모두 다릅니다.

 

기후위기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계기로 미래 한국의 에너지 독립을 이룰 큰 로드맵을 잡았으면 해요. 원자력, 석탄 등 에너지 산업의 변화에 따른 사회적 에너지 요구량 등을 시나리오별로 추정해 보고 이 시나리오별로 기업, 개인 등이 감당해야 역할 등을 토론하고 대비하는 그림입니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로드맵을 설정하고 국가가 정책으로 펼쳐야 할 부분, 기업이 부담해야 할 책임 그리고 시민 개개인이 감당하고 실천해야 할 활동 등이 명확해질 겁니다. 에너지 및 환경문제는 국가, 사회, 개인 모두 경제활동과 소비활동의 요구도가 다르므로 해결이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지구 생태계 온생명, 미래세대를 중심에 놓고 실천하는 길로 들어서길 바랍니다. 인간의 번영만을 생각했던 데서 생태계와 미래세대를 중심에 놓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산업화 시대에 고착화된 효율성, 끊임없는 성장과 소비 중심의 도그마에서 서서히 벗어나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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