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을 마치고 미술관을 나온 다음에는 건물 주변을 한 바퀴 빙 둘러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이 건물이 매우 다채로운 인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확실히 유기적인 통일성보다는 다채로움과 변화가 두드러진다. 어쩌면 이것이 대전시립미술관만의 개성일 수도 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대전광역시 서구 만년동 둔산대공원에 자리 잡고 있다. 둔산대공원에는 문화예술 공간이 밀집해 있다. 미술관 양옆에 대전예술의전당과 이응노미술관,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이 있고 그 뒤쪽으로 유명한 한밭수목원이 있다. 엑스포시민광장과 천연기념물센터도 빼놓을 수 없다. 대전에서는 이 영역을 ‘대전문화예술단지’라고 부른다. 대전문화예술단지의 중심문화예술단지 조성은 1986년 이후 본격화된 둔산지구 개발과 맞물려 진행됐다. 대전시립미술관은 1998년 4월에 개관했고 대전예술의전당은 2003년 10월, 이응노미술관은 2007년 5월에 문을 열었다. 2005년 4월에 한밭수목원 서원, 2009년 5월에 한밭수목원 동원, 2011년 10월에는 한밭수목원 열대식물원이 문을 열었고, 2012년에는 중구 문화동에 있던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이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다. 이렇게 문화예술공간이 모여있어서 대전시민들은 한 번 방문으로 여러 문화예술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 단지 내 문화기관들은 협업을 통해 상생을 도모하기도 한다. 올해 5월에는 대전예술의전당,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등이 협업사업으로 ‘가정의 달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화예술단지는 여러 문제점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문화예술공간이 한 곳에 몰리면서 도시 내 다른 지역들, 특히 원도심의 문화예술 공동화(空同化)가 문제로 부상했다. 그렇다고 대전문화예술단지의 접근성이 좋은 것도 아니다. 단지는 사실상 외진 곳에 있어서 걸어서 가기가 쉽지 않다. 지하철역이 가까운 것도 아니다.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즐기려면 주말에 작정하고 이곳에 가야 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하루에 미술관과 공연장, 수목원을 동시에 즐기는 일이 가능한가? 시립미술관은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잠시 시간을 내어 방문할 수 있는 곳에 시립미술관이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대전시가 “대전 어디서든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문화시설을 확대하겠다”라면서 원도심에 제2문화예술복합단지 조성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반갑다. 이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중촌 근린공원에 제2시립미술관과 음악전용공연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동시적 공존을 강조하는 전시에 적합이제 본격적으로 대전시립미술관을 돌아보기로 하자. 앞서 말했듯 미술관은 1998년 4월에 문을 열었다. 지하 1층, 지상 2층의 미술관 건물은 한국토지공사가 지어 대전시민에게 기증했다고 한다. 미술관 입구는 2층에 있다. 따라서 미술관 내부로 진입하려면 관객들은 비스듬하게 난 길을 따라 2층까지 걸어 올라가야 한다. 제1~4전시실, 매표소, 안내실, 물품보관소, 아기쉼터, 카페테리아가 몰려있는 2층은 미술관의 중심 공간이다. 1층에는 제5전시실, 강당, 세미나실, 자료실, 생활문화센터, 아트라운지 등이 있는데, 2층에서 관람을 시작한 관객의 입장에서 보자면 1층은 마치 지하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1층에도 문이 있지만, 현재 관객은 1층을 통해서는 미술관에 진입할 수 없는 상태다. 제1~4전시실이 몰려있는 2층 공간은 매우 독특한 구조, 즉 중앙로비를 원형 공간으로 만들어 그 원형 공간을 중심으로 4개의 직사각형 전시실을 배치한 구조다. 독일 미술사학자 알로이스 리글은 원형 공간을 중앙집중형 공간으로 규정했다. 그에 따르면, 길쭉한 직사각형 공간은 이쪽과 저쪽의 ‘분리’와 ‘이동’을 강조하지만, 원형 공간은 분리·이동보다는 일체감이나 한결같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원형을 강조한 공간에서 관객들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한 공간, 또는 계속 같은 자리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리글의 주장을 고려하면, 대전시립미술관 2층은 ‘순차적 변화’보다는 ‘동시적 공존’을 강조하는 전시에 적합한 공간일 것이다. 역사적 변화를 강조하는 회고전 류의 전시보다는 동시대에 공존하는 다양한 경향을 소개하는 전시에 좀 더 적합한 공간이라는 말이다. 미술관 밖 건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