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는 다작의 작가는 아니지만, 그의 저작들 한권 한권은 각각 고유한 문체에 따라 집필된 개성 있고 독창적인 작품들이다. 국내에는 다수의 아렌트 저작들이 출판돼 있는데, 『인간의 조건』에 깔려 있는 문제의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주의의 기원』을 건너 뛸 수 없다. 이 책은 전체주의의 성립과 확산이 공론 영역과 정치적 행위의 상실에서 비롯했음을 역설하고 있으며, 역으로 전체주의의 극복은 다원성의 영역으로서 정치의 복원과 재구성을 통해서만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이후 조르조 아감벤이나 에티엔 발리바르 같은 현대 철학자들의 사상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도 읽어볼 만한 저작이다.이 책이 다소 버겁다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아렌트 책 중에서 가장 논쟁적이면서 또한 대중적인 이 책은 유대인 학살의 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전범 재판을 직접 참관하면서 기록한 책이다. 유명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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