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라일리 교수는
호주 디킨대 교육정책리더십학과 교수로, 교수가 되기 전에 초등학교에서 7년, 중등학교에서 9년, 16년간 교사와 교장으로 일하며 다양한 교육 현장 경험을 갖췄다. 심리, 교육과 리더십 분야 관련 200편 이상의 논문과 저서를 출간했으며, 벨기에, 캐나다, 핀란드, 프랑스, 독일, 헝가리,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에서 100회 이상의 기조강연을 했다.
서이초 교사의 사망 사건 등으로 ‘교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청에서는 '악성 민원'을 한 학부모를 무고와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했는가 하면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한 찬반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관계의 교실』(방송대출판문화원 지식의날개, 2023)로 화제가 됐던 필립 라일리 교수를 만나 현재의 학교 현장을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에 관해 들었다. 필립 라일리 교수는 지난달 23일부터 이틀간 열린 ‘2023 서울 국제교육포럼’ 기조연설과 강연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포럼의 주제는 ‘학교에서 길을 찾다: 학교 공동체의 건강한 관계 맺기’였는데, 500여 명의 교사들이 참석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라일리 교수는 ‘관계의 전문가’로 교사와 학생의 관계와 상호작용이 교육과 학습의 근본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자신 또한 신임 교사였을 때 여러 문제가 있었고, 힘든 감정을 느꼈다고 다독인다. 여러 애착 유형 중 자신을 ‘두려움형’으로 분석하며 많은 선생님들도 같을 것이라고 위로한다.
고서정 기자 human84@knou.ac.kr
한국에서는 최근 학부모의 항의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한 교사 소식이 알려지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국 상황을 잘 모르지만, 세계 곳곳의 교사들은 ‘성과’에 대한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학생들이 성취도평가에서 점점 더 높은 점수를 얻으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압박감은 스트레스로 내면화될 수 있어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데, 그런 문제로 보인다. 교사의 스트레스, 까다로운 학부모 등은 세계적인 문제다.
호주의 교육 현실은 어떤지, 교사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궁금하다
교사가 겪는 어려움은 호주뿐 아니라 뉴질랜드, 아일랜드, 핀란드에서도 큰 문제로, 이 문제에 관해서 10년 넘게 연구하고 있다. 호주의 교사들 중에는 2년 만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 교사들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지원을 받는 느낌이 없다며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호주 주요 산업 보건, 안전 및 복지 2020 데이터(Australian Principal Occupational Health, Safety and Wellbeing 2020 Data)」에 따르면, 1년 동안 성희롱, 신체적 폭력, 폭력 위협, 놀림, 다툼과 싸움, 험담과 비방, 온라인상의 괴롭힘 등을 한 가지 이상 겪었다는 교사들이 83.5%, 두 가지 이상을 겪었다는 교사들이 39.9%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심리적인 도움과 지원이 필요하다. 당국에서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교권이 추락하고 있는데, 교사의 권위는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교사의 권위는 돈독한 관계에서 나온다. 학생들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좋은 교육의 기본이다. 최고의 선생님은 항상 돈독한 관계를 형성한다. 같은 선생님이 같은 수업에서도 훌륭하거나 형편없다고 상반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이유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안전기지가 필요하며,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관리자와 멘토, 이른바 ‘안전기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현실에서 안전기지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나는 교장들을 위한 성공적인 멘토링 과정을 개발했고 성공을 거뒀다. 한국 사람들은 매우 바쁘기에, 3일 동안의 CIND(contexual Insight-Navigated Discussion, 일명 카인드. CIND는 멘토링을 통한 심리 치료, 자아 성찰,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고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활동이다. 가족 관계, 직장 생활에서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나를 돌아보며, 나는 지금 어디에 있으며,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며, 목표는 무엇이지 등을 심층적으로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다) 풀코스 과정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CIND가 무엇인지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호주의 북부에 있는 노던 준주(northern territory)의 많은 학교들과 다수의 가톨릭 교구에서 이 방법을 시행하고 있다. CIND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교사들이 어려운 부모들을 상대하도록 돕는 일은 중요하다.
그렇다면 CIND를 성공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규율이 있어야 하고, 훈련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실제로 알아야 한다. 일단 배우고 나면 쉽지만 배우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린다. 교사들이 스스로 6시간의 훈련을 받으면 CIND를 가르칠 수 있다.교사들의 멘토가 학교마다 몇 명이나 필요할까학교마다 다를 수 있지만 한 명의 멘토도 성공할 수 있다. 나는 약 10~12명의 멘토 교사를 위원회 차원에서 두고 있다. 즉, 평균 규모의 초등학교에는 2~3명, 평균 규모의 중등학교에는 4~5명이 있다는 의미다. 더 큰 학교에서는 최대 10~12명까지 더 필요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 멘토링 프로그램에 열정적인 교사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는 캐스케이드(cascade) 효과를 거둘 것이다. 이미 교사들의 업무가 많고 업무가 추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말로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8월 방송대출판문화원에서 교수님의『관계의 기술』을 번역, 출간했다. 책의 인기비결은 무엇인가
이 책은 학습의 기본인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육의 관료주의 증가와 부모의 기대가 커지면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자녀에 대해 점점 더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직장 일로 바쁘다 보니 대처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 책이 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 어느 한 나라에 국한된 문제라기보다는 인간의 조건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기에 인기가 있다고 본다. 특히 이 책에 다뤄지고 있는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 또한 인기의 비결이다. 물론 애착 이론은 나의 이론이 아니라, 매우 유명한 다문화 이론으로, 세계 곳곳에서 테스트를 거쳤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에 다시 오시길 바란다
내가 경험한 한국은 정말 훌륭했다. 한국에 다시 오고 싶다. 다시 만나자(웃음). 지난 15년 동안 교육의 변화가 교장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는데,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에서 대규모 연구와 조사를 해왔다. 현재 핀란드에서도 많은 교장들의 정신 건강을 조사하고 있는데, 한국도 같은 문제가 있다. 앞으로는 교장뿐 아니라 교사들로 확대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
방송대는 '지혜의 시대를 여는 지식 네크워크'를 표방하고 있다. 방송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참으로 훌륭한 비전이다. 교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 학생들이 어떻게 학습하는지 보고 그들의 배움에 개입하는 것이다. 방송대의 비전은 이 전제를 뒷받침한다. 방송대 학생들에게 축하를 전한다. 멋진 곳에서 훌륭한 앎을 채워가길 바란다.필립 라일리 교수가 쓴『관계의 교실』(방송대출판문화원 지식의날개, 2023)은 학생과의 관계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을 위한 책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대안학교 교장으로 활동하는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책이 제시하는 해법은 ‘성인 애착 이론’이다. 책의 부제를 ‘교사-애착의 심리학’으로 한 이유다. 모든 인간관계의 기초가 되는 ‘애착’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교사 자신의 애착 유형, 즉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자각하게 함으로써 학생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총 4가지의 애착 유형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간단한 검사로 본인의 애착 유형을 확인할 수 있다. 교사들을 위한 정서적 안전기지를 구축하는 구체적인 방안과 실제 사례를 제시해 교사가 안정감 속에서 교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출간 3개월 만에 1천500부가 팔려나갈 정도로 출판 시장의 반응이 좋다는 후문이다.
필립 라일리 교수가 쓴『관계의 교실』(방송대출판문화원 지식의날개, 2023)은 학생과의 관계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을 위한 책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대안학교 교장으로 활동하는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책이 제시하는 해법은 ‘성인 애착 이론’이다. 책의 부제를 '교사-애착의 심리학'으로 한 이유다. 모든 인간관계의 기초가 되는 ‘애착’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교사 자신의 애착 유형, 즉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자각하게 함으로써 학생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총 4가지의 애착 유형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간단한 검사로 본인의 애착 유형을 확인할 수 있다. 교사들을 위한 정서적 안전기지를 구축하는 구체적인 방안과 실제 사례를 제시해 교사가 안정감 속에서 교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출간 3개월 만에 1천500부가 팔려나갈 정도로 출판 시장의 반응이 좋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