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래 학우(국어국문
학과 휴학, 필명 김해인)가 202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펜치가 필요한 시점」으로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펜치가 필요한 시점」은 노동 현장의 구체성을 명징한 언어로 길어 올린 작품이다. 예컨대 “짜장면과 짬봉 앞에서 고민하는 / 나를 절단해 줘요 / 불가마에 단련된 최초의 연장이 되느냐 /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나오는 레디메이드 툴이 되느냐 / 이것도 중요하지만 / 선택 후의 방향은 어디인지 알 수 없어요 (후략)” 같은 부분들은 김 학우의 시적 여정이 어디에 중심을 두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심사위원인 구모룡 문학평론가와 성선경 시인은 그의 시를 두고 ‘경험의 구체성을 담보하는 언어의 명징함’을 지녔다고 평가하면서, “공구와 더불어 노동하는 육체를 말하면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노래했는데, 처음에서 중간을 지나 끝에 이르기까지 시적 긴장을 잃지 않으면서 의미를 증폭하는 비유와 리듬을 잘 형성했다”라고 당선작으로 뽑은 이유를 설명했다.
김 학우는 당선 소감에서 “낯선 플랫폼에서 공구로 생계를 이어온 지 33년이란 시간이 갔다. 새벽녘 봉고를 타고 온 용접공들과 커피 한 잔을 나누면서 일과가 시작됐고 휴가란 저 멀리 동떨어져 있는 세계인 줄 알고 살았다. 저마다 자란 키만큼 한 발 짝씩 하늘에 다가서는 나무들처럼 이 공간에서 시가 나오고 삶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요즘 크게 깨닫는다”라고 말했다.
김 학우는 1986년 계명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거쳐 출판사를 운영하다가 여의치 않아 접고 공구상을 33년째 운영하고 있다. 생업과 시 창작을 병행하기 위해 2009년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에 편입했지만, 직업의 특성 탓에 긴 휴학 중에 있다. 그는 “그래도 방송대 졸업은 꼭 하고 말겠다”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의 시적 영감의 기원은 시인 곽재구다. “시인 곽재구 씨가 1981년 대학 2학년 때 신춘문예로 등단했는데, 그의 시 「사평역에서」를 접하면서 아마도 시의 씨앗을 품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시집을 옆에 두고 살았다.” 대학 때부터 신춘문예의 꿈을 꾼 그는 5차례나 신춘문예에 응모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꿈은 흔들림 없었다.
그의 당선과 관련, 부산의 ‘늘창문학회’가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역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생과 재학생에겐 무척 익숙한 ‘늘창문학회’는 2012년부터 창작 합평과 작품 토론을 이어왔다. 김 학우 역시 늘창문학회의 세례를 크게 받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늘창문학회 임성섭 회장, 정윤철 고문의 합심으로 만들어진 ‘조말선의 시 창작 강좌’를 방송대 부산지역대학 강의실에서 수강하면서부터 새로운 시 습작에 열정이라는 불이 붙었다. 일주일에 2시간 수업을 하면서 각자의 습작시를 제출하고 합평과 첨삭, 퇴고 지도 등을 받고 있는데, 알짜배기 수업이다.”
김 학우는 시를 주변에 보이는 사물들을 직관하고 발견한 대상들을 묘사하고 독자들과 연결하는 매개체로 바라보고 있다. 공구상이라는 삶의 현장에서 보여지는 것들과 발견되는 대상, 현상에 관한 ‘현장시’를 쓰는 게 그의 향후 포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