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죽기보다 하기 싫었어. 정말 죽이는 건 아니지만, 고등학생이 학교에서 사람 죽이는 법을 배웠던 거잖아.”송년 모임에서 만난 한 지인이 고교 시절 ‘교련’ 수업을 거부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여성인 저는 교련 시간에 응급처치 등 ‘살리는 법’을 배웠던 반면, 남성인 그는 군사훈련 즉 ‘죽이는 법’을 배웠던 셈입니다. 잠시 생각해봅니다. ‘내가 남성이고, 같은 상황에 처했었다면?’ 저도 거부했을 것 같네요. 제게도 정말 죽기보다 하기 싫었던, 그래서 거부했던 일이 있습니다. 제 경우 초등학교(제가 다닐 때는 ‘국민학교’였습니다) 시절이네요. 매년 여름방학에 주어지는 과제 중 어떤 것은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정말 죽기보다 하기 싫었던, 그래서 감히 거부했던 그 과제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곤충채집’입니다. 곤충이 무서워서? 그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곤충 자체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그 행위였습니다. 한 생명체를 잡아서 핀으로 찔러 가둔 채 서서히 죽인다는 것. 정말 죽기보다 하기 싫은 일이었습니다. 몸이 작고 가볍다고 해서 고통이 적은 것도, 생명이 가벼운 것도 아님을 어린 나이에도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으니까요. 그 거부의 대가로 제가 어떤 벌을 받았던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주 가벼운 벌이었거나, 그냥 넘어갔던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저는 참 행운아입니다. 중고교 시절 과학시간에 ‘동물실험’을 해야 했다면? 학교를 그만둬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도 학교가 동물실험에 관심이 없었는지 아니면 가난했는지, 저는 알콜램프 실험만 지겹게 했을 뿐 당시에는 흔했던 ‘개구리 해부’ 한 번 할 일이 없었습니다. 시대상에 적합한 표현 찾기그러나 제게도 피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언어’입니다. 격언이나 속담 등 비유적 표현에서 비인간 동물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동물속담사전』(동문선, 1997) 저자 송재선에 의하면, 동물이 나오는 속담은 5천여 구, 등장동물은 300여 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인간의 언어 속에서 비인간 동물은 여전히 쫓고 쫓기며, 잡히고 먹히며, 낚이고 갇힙니다. 수렵채집시대는 농경의 시작과 함께 저물어갔음에도, 여전히 비인간 동물은 인간의 언어 속에서 수렵채집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이지요. 호랑이 등 육식동물은 사냥의 주체로, 개나 말은 다른 동물을 사냥하기 위한 인간의 도구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흔한 예를 몇 개 들어볼게요. 적은 수고로 많은 이익을 얻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렇게, 한 번 수고로 두 가지를 얻는다는 뜻의 ‘일거양득(一擧兩得)’과 비슷한 의미의 속담 중 ‘일석이조(一石二鳥, 돌 한 개로 두 마리 새 잡기)’, ‘꿩 먹고 알 먹기’, ‘두 마리 토끼 잡기’, ‘도랑 치고 가재 잡기’ 등이 있지요. 이런 표현들에 대한 느낌은 개개인의 감수성에 따라 다를 겁니다. 저처럼 폭력적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 시대에 적합한 표현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2024년에서는 새를 잡으려고 돌을 던지거나, 야생동물인 꿩이나 토끼 또는 가재 등을 잡는 행위를 관련 법 등에 의해 규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도시에서는 이들을 잡기는커녕 한 번 만나기도 쉽지 않지요. 아프리카 격언 중 ‘코끼리를 사냥하는 자는 새에게 돌 던지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He who hunts for an elephant should not stop to throw stones at birds)’라는 말이 있습니다. 작은 노력(새에게 돌을 던지는 것)을 꾸준히 함으로써 큰 결실(코끼리 사냥)을 얻는다는 뜻이랍니다. 코끼리 사냥이든 새에게 돌을 던지는 행위든, 역시 ‘노력’이나 ‘끈기’를 설명하기 위한 표현으로 현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야생동물보호법과 사회적 시선이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하기에, 그런 행위를 하려면 처벌과 비난을 감수해야 할 테니까요. 비슷한 의미의 우리 속담으로 ‘티끌 모아 태산’이 있지요. 하지만, 이 속담은 오늘날의 청년층에게 공감을 얻기 어려웠는지 ‘티끌은 모아봤자 티끌’이라는 냉소와 반박을 샀습니다. 동물이 나오는 속담은 5천여 구, 등장동물은 300여 종에 이른다.인간의 언어 속에서비인간 동물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