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위클리〉는 2024년 2월부터 문화면에서 16회차(월 1회)에 걸쳐 「동시대 예술 산책」을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기획은 성연주 교수와 3인의 예술전문가들이 함께 집필하는 방송대 교재 『동시대 예술 산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독자들에게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새롭게 시도되고, 실험되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 활동의 흐름과 특징을 소개하고, 현장에서 경험을 확장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한다. 교재의 내용을 충실하게 담되 가능한 구체적 ‘예술 작품과 현장’을 중심으로 교재 내용에 관한 추가적인 사례, 보완재로 읽힐 수 있게 접근하고자 한다. 연재 시작에 앞서 대표필자인 성연주 교수를 만나 이번 연재의 의미를 들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저는 교양 교육이 공교육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과 의무가
동시대 예술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관점을 길러서
궁극적으로는 미래에
동시대 예술이 더 환영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예술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연재는 올 2학기에 사용하는 교재 『동시대 예술 산책』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재『동시대 예술 산책』은 어떤 책인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동시대 예술 산책」은 오랜 시간 문화교양학과의 예술 관련 주요 과목의 하나로 운영된「공연예술의 이해와 감상」과목이 폐지된 자리에 신설되는 과목입니다. 문화교양학과의 예술 관련 과목인「음악의 이해와 감상」,「미술의 이해와 감상」등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예술사의 흐름 속에 다양한 예술사조와 작품을 소개하는 과목입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현대나 동시대 예술보다는 과거의 전통적인 예술사조에 더 주목하게 됩니다. 교재 『동시대 예술 산책』은 그런 과목의 한계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에서 새롭게 발표되는 음악, 연극, 미술 작품들, 그리고 이런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와 관련 예술계의 동향을 함께 살펴보고자 하는 책입니다. 이 교재는 크게 4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1~3장까지의 1부는 이론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동시대 예술 전반에 걸친 경향성을 폭넓게 설명하고요, 2부는 음악, 3부는 시각예술, 그리고 4부는 연극 장르의 동시대 예술 현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교재의 공동필자가 그대로 이번 연재에도 참여하시는데, 필자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제가 이번 교재를 준비하면서 가장 공들인 부분이 바로 생동감 있는 예술현장을 그대로 잘 반영할 수 있는 필자를 섭외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음악평론가 신예슬 선생님은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음악평론가이고,『음악의 사물들』(작업실유령, 2019)이란 책을 쓰신 분입니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학예연구사로 재직하고 계신 류혜민 선생님은 3부 시각예술 파트를 담당하셨는데요, 아카이브에 기반한 다양한 전시를 큐레이팅하고 계십니다. 마지막으로 연극평론가 나여랑 선생님은 평론 외에도 극작, 연출 등 다양한 역할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분인데요,『여기, 그리고 지금』(북랩, 2018)이란 평론집을 발간했습니다. 세 분 모두 현장에서 활발하고 활동하고 계신 평론가이자 연구자로 동시대의 예술 동향을 소개하기에 가장 적격인 분들이라 소개하고 싶습니다.
모두들 다양한 현장 경험을 지닌 분들이시군요. 그렇다면, 교재와 신문 연재 사이에는 조금 다른 차이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번 연재에서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교재가 일반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교재는 동시대 예술의 개념, 정의, 특징 등 구조화된 지식을 전달하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교재가 최대한 자세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통해 수업을 수강하는 학우님들이 정확한 지식을 학습하는 것을 돕는 매체라고 한다면, 위클리 연재는 좀 더 시의적인 주제와 사례에 주목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주제가 동시대 예술인 만큼 교재의 내용과 관련된 예술 작품의 발표회라거나 관련된 축제가 오늘날에도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요, 위클리 연재는 좀 더 이런 특정 사례에 주목하여 동시대 예술이 가진 다양성과 확장성을 깊이 있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러니까 교재는 다양한 사례를 가볍고 얕게, 하지만 폭넓게 설명한다면, 신문 연재는 한 두 개의 사례에 집중해서 동시대 예술의 의미를 더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자리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교양의 차원에서 우리 시대 예술을 만나 개별적 체험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강조하셨는데요. 예술적 체험 기회는 다양하게 주어지는 게 좋은데, 특별히 ‘동시대 예술’로 한정한 데는 이유가 있겠죠
물론 과거의 위대한 예술가들의 산물은 여전히 중요한 예술적 체험의 재료입니다. 제가 동시대 예술을 강조한다고 해서 그런 부분을 소홀히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요. 하지만 ‘동시대 예술’은 우리가 교양교육의 수준에서 거의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예술 관련 교양 도서는 19세기까지의 예술 작업을 소개하는 데 집중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동시대 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업의 의미, 예술가로서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허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예술을 하긴 하지만 이를 관람하고 감상하는 사람이 없달까요? 저는 교양 교육이 공교육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과 의무가 동시대 예술을 소개하고 이런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관점을 길러서 궁극적으로는 미래에 동시대 예술이 더 환영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예술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의 교재가 작은 시도이지만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철학자 하이데거는 예술 작품을 ‘존재의 진리를 존재하게 하는 것(das Sich-ins-We-Setzen der Wahrheit des Seienden)’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는 예술 작품이 체험의 대상으로 ‘소비’되는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그렇다면, 예술 작품을 어떻게 경험하고 체험해야 할까요
저는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작품의 장르 미학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측면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대성당 천장화인「천지창조」를 우수한 색채, 구도, 구조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16세기 초반 그가 천장화를 그려야만 했던 이유, 그리고 그의 그림이 그 당시 어떻게 수용되고 해석됐는지 이해해 보는 것을 말합니다. 저에게는 이렇게 역사적이자 통합적으로 예술 작품을 경험하는 태도가 결과적으로는 저의 예술 취향을 넓힐 수 있었던 힘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음악으로 시작한 예술감상이 제가 사랑하는 특정 시대에 꽃피웠던 또다른 문학, 미술, 연극 작품으로 확장되면서 이제는 예술 그 자체를 감상하기보다 어떤 가치관, 시대관을 경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 연재를 통해 짚어가는 ‘동시대 예술’도 당대의 사회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텐데요.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짧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네요. 예술은 항상 그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자 사회적 구성의 산물입니다. 그런 점에서 예술은 직간접적으로 항상 사회적 주제를 담고 있죠. 물론 이런 시의성과 시대성을 잘 이해하고 예술을 감상하면 좋겠지만, 항상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예술을 감상하고, 좀 더 흥미가 생기면 예술가의 삶, 또는 예술가가 남긴 말이나 언어에 주목해서 예술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사회적 메시지는 무엇인지 좀더 고민을 더해 간다면 예술을 총체적인 맥락에서 감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혹시 교수님의 예술 체험에서 그림이든, 음악이든 그게 무엇이든 정말 ‘황홀했던’, 혹은 ‘결정적인’ 예술적 경험 순간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음악을 전공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주로 음악을 감상할 때 황홀한 기분을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특정 공연을 언급하자면 정말 많은 공연들이 떠오르는데요, 정말 연주를 잘해서, 또는 어떤 곡이 너무 감동적이라서 황홀하기보다, 기본적으로 저는 음악회장에서 연주자들이 적게는 두 명, 많게는 100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숨죽여 서로의 소리를 듣고 한 번 뿐인 그 날의 연주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역량을 표현하는 그 모습에서 큰 감동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음악회는 저와 같은 청중의 참여를 통해 완성된다는 점에서 저 또한 그런 시간에 200% 집중해 음악을 감상하게 되고요.
교수님은 음악을 공부하시다가 예술사회학으로 전향해 박사학위를 받으셨는데요. 예술사회학이란 영역이 있기에 이런 ‘담장 넘기’가 생소해보이진 않습니다만, 그렇더라도 어떤 결정적인 ‘동기’가 있었을 것도 같습니다
제가 음악을 열심히 공부하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은 한국 사회에서 클래식 음악의 인지도가 점점 높아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즐겨 감상하게 된 시기였습니다. 그런 만큼 저도 공부를 위해 가던 음악회에 클래식 음악을 즐기러 온 관객과 함께 음악회를 감상하는 경험이 더 많아졌는데요, 그때 처음 예술과 사회의 관계, 구체적으로는 클래식 음악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존재 의미를 갖는지 고민해 본 것 같아요. 그런 고민을 깊게 펼쳐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자료를 읽고 해석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저에게 기존의 음악 공부보다 훨씬 더 흥미로웠고, 자연스럽게 이런 공부를 예술사회학이란 학문 분과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게 그런 ‘담장 넘기’는 자연스러운 저의 성장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방송대 문화교양학과는 학과의 스펙트럼이 정말 넓다고 하는데요. 앞으로 교수님이 준비하고 계신, 혹은 ‘이런 내용으로 학생들과 만나야겠다’라고 구상하고 계신 게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학과의 스펙트럼이 넓다 보니, 매번 제 수업의 내용이나 교재의 수준을 어느 정도에 맞춰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철학, 역사, 사회학 등 다른 전공보다 예술에 더 깊은 관심과 흥미를 가진 학우님들을 더 많이 만나고, 또 제 수업을 통해 그런 학우님들이 더 많아지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맡은 수업이 더 현장 중심적인, 실제 사례에 기반한 강의가 돼야 할 것 같고, 향후「음악의 이해와 감상」,「예술경영과 예술행정」 등의 과목도 이론적인 내용에 충실하되 교재와 강의만으로도 예술의 실제를 더 생동감 있고 현장감 있게 경험할 수 있는 과목이 될 수 있도록 개편해 나갈 계획입니다.
글 싣는 순서
① 동시대 예술이란?
② 예술에도 융합과 혼종이
③ 기술과 만나는 예술적 상상력
④ 동시대의 청취문화: 음악플랫폼, 플레이리스트의 등장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⑤ 변화하는 청취공간
⑥ 음악과 ‘사운드 아트’: 음악이 전시와 만났을 때
⑦ 공연예술로서의 음악
⑧ 대안미술공간의 성장
⑨ 미디어아트, 미술과 기술의 만남
⑩ 예술인 거점 지역의 성장: 홍대 앞과 문래동의 부상
⑪ 미술아카이브를 아시나요?
⑫ 회전문 관객의 등장
⑬ 국립극장과 연극
⑭ 대학로 소극장 운동
⑮ AI, VR과 만난 연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