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소수민족들 사이에 빈번하게 확인되는 남매혼 전승 가운데 남매혼의 성립 요건을 보여주는 전승 자료들이 있다. 오라버니가 누이동생을 뒤쫓아 가는 전승 자료들이다. 누이동생은 오라버니로 하여금 자신을 쫓아오게 하고, 자신이 잡히면 결혼하겠다는 것이 남매혼 성립 요건으로 등장한다.
소수민족의 남매혼 전승 사례
동생은 산이나 나무를 돌아서 달렸는데 오라버니는 누이동생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런데 오라버니가 거북이나 다른 동물의 계시에 의해 반대 방향으로 쫓았더니 누이동생을 따라잡아 둘이 결혼해 인류를 다시 잇게 했다는 것이 대강의 내용이다. 「태양과 달의 내력(太陽和月亮的來歷)」이라는 중국 소수민족의 자료를 보자.
“아득한 옛날에 하늘에는 해와 달도 없었고 지상에는 칠흑같이 어두워 하늘과 땅을 나누어 말할 수 없었으며, 사람의 두 눈으로 어느 것을 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 가운데 오누이가 있었는데, 사람들을 위해 광명을 찾기로 결심하고 고난을 이기고 서천(西天)의 불조(佛祖)에게로 찾아갔다. 불조는 오누이에게 초롱등불(籠) 하나와 날아다니는 신발(飛鞋) 한 켤레를 주었다. 누이동생이 비혜(飛鞋)를 신고 날아다니는 듯 다니자, 오빠는 아무리 해도 쫓아가지 못하고 누이동생을 찾는 소리만 질러댔다. 그 소리가 불조에게 전해졌는데, 불조가 오빠에게 거울 하나를 보내주었다. 오빠가 거울을 비추면 누이동생의 그림자가 나타나 쫓아갈 수 있었다. 그 시절에는 사람들이 옷을 전혀 입지 않았기에 거울 속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누이동생이 부끄러워 고개를 돌려 앞에서 달아나면 오빠가 뒤에서 쫓아가고 하면서 둘은 하늘로 올라갔다. 누이동생의 손에 있던 등불은 태양이 되고, 오빠의 손에 있던 거울은 달이 됐다.”
해와 달의 기원을 누이를 쫓아다니는 오빠의 행위와 연계시킨 점은 남매혼과 일월의 기원이라는 신화적 서사의 자장 내에서 하나의 변주로 볼 여지를 남겨둔다. 
마녀 호세이담과 태양 여인은
인간 남성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대결이면서
동시에 죽은 누이를 매개로 하는
남매혼의 급격한 변주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시베리아의 이 사례는 윤리적 기제의 장벽을
숙명적으로 의식해야만 하는 전승 집단이
‘긍정하지 않기’와 ‘부정하지 않기’라고 하는
두 상태의 공존을 시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남매혼과 해와 달 전승의 변주
남매혼을 금기를 넘어선 화합으
로 본다면, 오누이 사이의 대립이 일월의 기원이 되는 신화적 서사 전승은 꽤나 흥미롭다. 손진태 선생이 채록한 자료 둘을 제시한다.
“옛날 하느님에게 두 오누이가 있었는데, 오빠는 해가 되고 누이동생은 달이 됐다. 누이동생이 오빠에게 달은 사람들이 다 보고 있으니까 싫다고 하면서 일월을 바꾸자고 했다. 오빠는 해가 남자의 기상이라며 반대하고 누이동생의 눈을 굴뚝으로 찌르고 으깨 버렸다. 오빠가 누이동생을 불쌍하게 여겨 해를 양보하고 자신은 달이 됐다.”
“옛날 두 오누이를 둔 어머니가 있었다. 오누이는 사이가 나빠 늘 싸움만 했다. 오빠가 동생의 눈을 침으로 찔러 죽였다. 이에 어머니는 오빠를 감금해 굶겨 죽였다. 그 후 동생은 해가 되고 오빠는 달이 됐다. 동생은 침으로 눈을 찔렸기 때문에 지금도 센 빛을 발하고, 사람들의 눈을 부시게 한다. ”
전자가 천신의 자녀로 설정해 일월의 기원이 된 연유를 자연스럽게 해명할 수 있게 하면서 둘 사이의 대립 양상을 드러냈다면, 후자는 예사 사람의 자녀였다가 해와 달이 된 내력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두 자료에서 우리는 남매혼을 감행한 오누이의 전승과는 가장 극단적인 대척점에 서 있는 오누이를 만나게 된다. 금기를 넘어선 결합과 극단적인 대립 사이의 거리를 두루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남매혼과 일월의 연관성이 보여주는 독특한 변주의 사례를 시베리아 지역의 「태양 여인과 초승달(The Sun Maiden and the Crescent Moon)」에서 찾아보자.
“옛날에 아주 어린 시절에 부모를 여읜 오누이가 있었는데, 태양 여인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경탄하며 바라보는 오빠를 데리고 와 7일 동안 하늘에서 함께 살았다. 그런데 오빠는 지상에서 누이와 살던 생활이 그리워 돌아가게 해달라고 태양 여인에게 간청했다. 태양 여인이 그 간청을 들어주지만, 지상에 마녀 호게이담이 해를 끼칠 것을 염려해 몇 가지 방책을 주고 지상으로 내려 보낸다. 그는 전에 살던 자신의 집을 보게 됐고, 그 안에 여동생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너무나 기뻤다. 그러나 모든 것이 전과 같지 않았다. 그가 떠나 있는 동안 못된 마녀 호세이담은 그의 여동생을 잡아먹고는 여동생 모습으로 가장하고 있었다. 가짜 여동생은 팔을 벌려 그를 반기고 음식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빠가 이상함을 느껴 달아나기 시작했다. 태양 여인은 오빠를 구하기 위해, 호세이담은 오빠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서로 남자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태양 여인은 그를 하늘로 끌어올리려 했고, 마녀는 땅속으로 끌어내리려고 했다. 그때 천둥이 쳤다. 그들은 이 남자를 두 쪽으로 갈라놓았다. 태양 여인은 그녀가 심장이 없는 반쪽을 가진 것을 알고 그녀의 모든 따뜻한 숨결을 반쪽에 불어 넣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짧은 시간 동안 밖에 살아있는 그를 간직하지 못했다. 그것은 며칠 동안 회생했다가 다시 죽었다. 그녀는 남자의 심장을 살아있는 광석을 넣고 일주일간 되살렸다. 이제 더 이상 남자를 도울 힘이 없게 된 태양 여인은 남자에게 천국의 반대편으로 가서 영원히 살라고 울먹이며 말하고 자신의 태양빛이 미치지 못하는 가장 어두운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남자는 거기서 살아남아 일 년 내내 어두운 천국을 방황하는 초승달이 됐다. 남자는 심장이 없기에 그의 빛은 차갑고 생명력이 없다. 그게 바로 초승달이다.”
이 자료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오누이의 애매한 관계와 인간 남성 하나를 두고 벌어지는 태양 여인과 마녀 호세이담의 대결, 살해한 누이의 형상을 빌어 오빠와 결연을 욕망하는 마녀 호세이담의 속성, 그리고 육체가 둘로 나뉘어 태양 여인과 마녀 호세이담에게 분할돼 버린 오빠의 운명 등이다.
부모를 여윈 오누이라고 하는 설정은 세상에 둘만의 남녀가 있었다고 하는 후대적 설정이다. 애매한 오누이의 관계에서 남매혼의 표지를 들춰내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마녀 호세이담의 등장과 누이를 살해하고 누이로 변신한 호세이담의 행적은 오빠와의 결연을 시도하는 욕망으로 나아간다. 이 지점에서 죽은 누이와 거짓 누이행세를 하는 마녀 호세이담의 결연은 간접화된 남매혼의 변주에 해당한다. 누이를 잡아먹고 누이의 형상을 취하는 호세이담은 누이의 속성을 아우른 존재다.
오빠는 태양 여인과 결연 상대자이면서 호세이담과의 간접화된 남매혼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오빠는 거짓 누이 호세이담을 알아차리기 이전까지 누이의 벌린 팔을 마다하지 않아 둘 사이의 결연에 대한 흔적을 남겨두었다. 위기에 던져진 인간 남성을 두고 본격적인 두 여인의 대결이 시작되지만, 어느 한쪽도 온전하게 인간 남성을 차지하지 못하고 분리된 육신을 나눠 갖는 것으로 결말이 확정됐다.
시베리아 전승 자료의 특이점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은 태양 여인이 취한 남성의 반쪽 육신에는 심장이 없고, 호세이담이 취한 반쪽의 육신에 심장이 있다고 하는 설정이다. 심장의 유무는 분할된 육신의 실질적인 소유를 판정하는 준거가 될 개연성이 다분하다. 악한 쪽에서 심장이 있는 절반의 육신을 취했다고 하는 설정은 누이의 속성을 포지(抱持)한 존재가 선악에 우선한다는 점을 암시한다.
태양 여인은 심장이 사라진 인간 남성의 반쪽 육신을 껴안아야 하는 숙명을 거부하기 어려워 차선책을 택했다. 생기를 불어넣어 생명을 지속시키는 일은 일시적이어서 궁극적인 대안이 되지 못했다. 둘 사이의 숙명적인 귀결은 바로 태양과 초승달의 순환이었다. 태양 여인은 기실 남매혼의 성립을 아무런 소란 없이 저지할 수 있는 존재로 등장하지만, 심장이 담긴 인간 남성의 반쪽 육신을 간접화된 남매혼의 방식으로 호세이담에게 넘겨준 이후부터 남매혼의 나머지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존재로 전환됐다.
태양 여인과 초승달의 순환은 남매혼에 대한 ‘긍정하지 않기’가 전제돼 있으면서 남매혼의 금기 위반 결과, 혹은 남매혼 성립의 일반적 표지인 일월의 순환이라는 결과가 덧붙여짐으로써 남매혼을 ‘부정하기 않기’라는 인식도 공유한다.
마녀 호세이담과
태양 여인은 인간 남성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대결이면서 동시에 죽은 누이를 매개로 하는 남매혼의 급격한 변주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시베리아의 이 사례는 윤리적 기제의 장벽을 숙명적으로 의식해야만 하는 전승 집단이 ‘긍정하지 않기’와 ‘부정하지 않기’라고 하는 두 상태의 공존을 시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두 상태의 공존은 숙명적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남매혼의 금기와 금기 위반의 욕망을 하나의 상태로 묶어 드러냄으로써 운명적인 현실의 틈새를 파고드는 하나의 전략이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