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의 미술관을 찾아서 - 마지막회

해외여행에서 미술관, 특히 국공립미술관을 둘러볼 때 개개 작품들뿐만 아니라 미술관 건물의 설계, 또는 전시 공간배치들을 눈여겨보면서 그것들이 의미하는 바를 헤아려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우리 미술관을 더 멋지게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전국의 국공립미술관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칠 때가 됐다. 끝으로 해외의 몇몇 국공립미술관을 소개하려 한다. 국공립미술관, 곧 국립미술관, 도립미술관, 시립미술관 등은 명칭에 ‘국가’나 ‘지역’을 포함한다. 따라서 국공립미술관은 국가와 미술 또는 지역, 지방정부와 미술의 관계를 반영한다. 최근 학계에서는 미술관이 어떻게 국가 정체성 형성에 관여, 기여해 왔는가를 다룬 논문들이 다수 발표됐다. 또한 우리나라의 국립현대미술관, 일본의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영국의 테이트 모던처럼 명칭에 ‘근대’나 ‘현대’, ‘동시대’를 포함하는 국공립미술관들은 국가공동체가 지향하는 ‘근대성’ 또는 ‘현대성’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여기서 우리는 ‘근대’와 ‘현대’가 얼마나 다양한 것인지를 보고 느낄 수 있고, 우리가 앞으로 어떤 현대를 만들어 가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도쿄국립근대미술관이 보여주는‘일본성’ 먼저 이웃 나라 일본의 도쿄국립근대미술관을 살펴보기로 하자. 도쿄국립근대미술관은 1952년 12월 1일에 개관했다. 처음에는 도쿄 주오구 쿄바시에 있었는데 증가한 소장품 관리 및 기획전 확대의 필요성에 따라 1969년 도쿄 지요다구 기타노마루공원의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미술관 건물을 설계한 다니구치 요시로(1904~1979)는 일본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제국극장(1966), 도쿄국립박물관 동양관(1968)이 그의 작품이다. 필로티 구조의 미술관 건물은 육중한 건물을 지탱하는 굵직한 기둥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건물 입구 쪽에 유난히 눈에 띄는 파란색 구조물은 이사무 노구치(1904~1988)의 작품「문」(1969)인데 신관 개관기념전에 출품됐고 이후 미술관에 소장됐다. 이 작품은 색채가 계속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필자가가 처음 미술관에 방문했을 때는 노란색-흑색이었는데 2011년에는 주황색-흑색으로 바뀌었고, 2022년 12월 개관 70주년을 맞아 다시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도쿄국립근대미술관은 꾸준히 발전해 왔다. 1963년에는 국립근대미술관 교토분관을 설치했다. 1967년 6월 1일 교토분관은 교토국립근대미술관으로 독립했다. 교토국립근대미술관은 교토 헤이안신궁 인근 오카자키 공원에 자리 잡고 있는데, 도쿄국립근대미술관과 함께 일본 근대미술 전반을 다루면서 특히 오사카, 교토 등 간사이 지역 근현대 미술에 집중한다. 1977년에는 기타로마루 공원에 있는 옛 근위사단사령부청사를 재단장한 도교국립근대미술관 공예관이 문을 열었다. 21세기를 맞이한 2001년 4월 1일 도쿄국립근대미술관은 교토국립근대미술관, 국립서양미술관(도쿄), 국립국제미술관(오사카)과 더불어 독립행정법인 국립미술관을 구성하는 일원이 됐다. 2001~2002년 사이에는 전시실 확장, 아트 라이브러리 정비, 레스토랑, 뮤지엄샵 신설 등을 위한 대규모 증개축이 진행됐다. 도쿄국립근대미술관에서는 일본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작품들을 다룬 중요한 기획전이 열린다.「요코야마 다이칸 탄생 150주년 기념전」(2018), 「후쿠자와 이치로 이 어쩔 수 없는 세계를 웃어 버려라」(2019),「야나기 무네요시 사망 60년 기념: 민예(民藝)의 100년전」(2021),「카부라기 키요가타 사망 50년 기념전」(2022),「무나카타 시코 탄생 120년 기념전」(2023) 같은 기획전들은 일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근대미술에 관심을 둔 연구자들이 놓칠 수 없는 전시들이다. 자주 해외여행을 나설 상황이 아닌 미술애호가라면 도쿄국립근대미술관의 소장작품전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미술관의 대표 소장작품들을 특정 주제에 따라 배열, 전시하는 소장품특별전을 통해 우리는 이웃 일본이 자신들의 근대를 어떻게 만들어왔는가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여기서는 작품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일 못지않게 전시의 전체 분위기에서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근대’와 ‘일본성’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전시의 시대별 구성과 공간분할은 일본이 자신들의 근현대사의 흐름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를 일러준다. 지금 미술관에서는「소장작품전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컬렉션」(2024.1.23.~4.7.)이 열리고 있다. 미술관 4층의 1~5실에서는 1880~1940년대 미술, 3층의 6~8실에서는 1940년대, 1960년대 미술, 9실에서는 사진과 영상, 10실에서는 일본화, 11실에서는 모노파(もの派)로 대표되는 1970년대 미술, 12실에서는 노미야마 쿄지 등 일본 미술가 5명의 토크 영상과 작품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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