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터뷰] 대한민국 오컬트 장인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영화 「파묘」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가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개봉 11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3월 3일 기준) 지난해 최고 흥행작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보다 일주일 빠른 기록으로, 기존 천만 관객 동원 영화들의 스코어 추이를 점점 앞서고 있다.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파묘」는 오컬트 장르의 한 획을 그은 장해현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의 열연으로 압도적 몰입감을 선사한다. 땅을 찾는 풍수사, 원혼을 달래는 무당, 예를 갖추는 장의사, 경문을 외는 무당까지, 과학과 미신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의 팀플레이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전달하며 장르적 재미를 끌어올린다.

 

독특한 소재에 이어 흥미로운 스토리 역시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어올린다. 미국 LA에서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하며 긴장감을 더한다. ‘묫바람’이 미국에 있는 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설정은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는 발상으로 호기심을 높인다.

 

영화 「파묘」는 어렸을 적 100년이 넘은 무덤의 이장을 지켜본 장재현 감독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됐다. 장재현 감독은 “그때 오래된 나무관에서 느꼈던 두려움, 궁금함, 호기심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을 언젠가 작품에 담고 싶었다”라고 기획의 계기를 밝혔다. 파묘라는 신선한 소재에 동양 무속 신앙을 가미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K-오컬트 미스터리가 탄생했다.

 

“「파묘」는 깊이 있는 서사를 가진 「사바하」와 캐릭터 위주의 「검은 사제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영화이자, 한국적이고 민속적인 것들을 담은 가장 현실감 있고 직관적인 영화”라고 설명하는 장재현 감독을 만나 영화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데뷔작 「검은 사제들」에서는 김윤식, 강동원, 박소담, 김의성 배우, 전작 「사바하」에서는 이정재, 박정민, 유지태 배우가 출연했습니다. 「파묘」에서는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배우가 나와요. 영화 3편을 찍으셨는데, 배우 복이 너무 많으신 거 아닌가요?
그러게요. 아마 조상 묘를 잘 썼나 봅니다.(웃음)

 

예전 한 인터뷰에서 2019년 「사바하」 이후부터는 종교적인 소재를 다루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파묘」에서 다시 종교를 다루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구상한 건가요?
늘 머릿속에 있었던 소재에요. 어떻게 영화적으로 풀어갈지 고민하던 중에 코로나가 닥쳤죠. 저는 극장에서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극장에 사람도 없었죠. 마스크를 쓰고, 명단을 적고, 큐알 코드를 찍고 들어가서 영화를 보는데 답답하더라고요. 극장에 대해 고민도 했고, 이런 시기에 극장 영화는 어떻게 찍어야 하는 걸까를 고민했어요. 코로나 상황이 괜찮아질 때가 언제인지는 몰랐지만, 숨통이 터지는 박력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자, 극장용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사명감이 생긴 거죠. 그렇게 「파묘」의 톤을 잡았습니다.

 

사실 음흉한 공포영화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정반대의 길을 간 거 같아요. 만약 「파묘」가 공포영화라면 이장을 요청하는 역할인 박지용(김재철)이 주인공이어야 해요. 그런데 「파묘」가 공포영화가 아닌 이유는, 공포영화는 영화 분량 90% 이상이 피해자의 시선에서 진행됩니다. 그런데 제 영화들은 전문가들이 주인공이에요. 그래서 공포영화로 풀지 않고, 미스테리를 주인공들이 해소해가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파묘」 작업을 위해 장례지도사 자격증도 땄고, 실제 이장에도 참여하셨다고요.
열다섯 번 정도 크고 작은 이장을 따라 다녔어요. 그중에 기억에 남는 하루가 있죠.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이었습니다. 이장은 보통 포크레인으로 많이 해요. 당시는 지대가 안 좋아서 포크레인이 들어갈 수 없었죠. ‘비도 오고 포크레인도 못 들어오는데 왜 이렇게 급하게 이장을 하는 건지 물었더니, 상주 가족 4명이 동시에 뇌졸중이 왔다는 거예요. 하루 빨리 이장을 해야 한다고 결정한 거죠.

 

부슬비를 맞으면서 열심히 삽질을 하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봤어요. 묘를 파보니 온통 관에 온통 물이 들어와 있었어요. 묫자리 근처에 배수공사를 하면서 물 방향이 바뀌었던 겁니다. 그걸 본 장의사가 그 자리에서 급하게 토치로 화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유독 그날의 기억이 나는 건요. 파묘라는 것이 결국 과거의 잘못된 뭔가를 꺼내서 현재를 빨리 정상화시키는 과정이라는 것이 정서적으로 와닿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 이장이 영화 「파묘」의 ’코어‘(핵심)을 만들어 준 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자료 조사도 전문가 수준으로 하신 게 영화에 보이더라고요. 어떻게 접근하셨어요?
그래서 매번 차기작이 길게 걸리는 것 같아요.(웃음) 우선 파묘라는 소재를 결정하고 가장 먼저 간 곳이 한국장례협회입니다. 무슨 무슨 협회를 찾아가는 게 제일 빠르더라고요. 서울역 옆 허름한 곳이었어요. 여러 분들을 만났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 시대에는 장의사는 없고 상조회사만 남았다거나, 관을 짜는 분들도 거의 사라졌다는 이야기들이었죠.

 

거기서 장의사들을 소개받았어요. 장의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풍수지리사랑 연결이 되더라고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 풍수지리사도 두세 분 오랫동안 만났습니다. 그 사이사이에 원래 아는 무속인들도 만나고 다녔죠. 이 영화에 가장 어울리는 무속인을 찾으려고요. 가장 유명한 무속인들은 너무 바빠요. 그분들을 찾아가 도움을 받으면서 시나리오를 썼어요. 취재를 다 하고 시나리오를 쓰는 게 아니에요. 시나리오 쓰는 중간중간에 만나면서 도움을 받는 거죠. 2년 반에서 3년 정도를 그렇게 준비하면서 보냈습니다.

 

영화를 6장으로 구분하셨어요. 시나리오 때부터 그렇게 구상하셨나요?
시나리오를 쓰면서 고민했죠. 너무 작가적인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안 했어요. 촬영을 마치고 1차 편집본을 보니, 장을 구분하면 관객들이 좀 더 따라가기 쉬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주변 평도 그랬고요. 그래서 6장으로 나눴어요. 원래는 7장 ’상극‘이 있었는데, 뺐습니다. 짝수가 나을 거 같아서요.(웃음)

 

40년 경력의 풍수사 상덕, 영험한 무당 화림, 예를 갖추는 기독교인 장의사, 경문을 외우는 무당까지 캐릭터가 살아있습니다. 캐릭터 설정은 어떻게 하셨어요?
실제 풍수지리사나 무당의 모습을 많이 투영했어요. 제가 만나 보니 무속인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해요. 예약에만 1년 넘게 걸리는 전성기 분들은 30~40대가 많죠. 화림 캐릭터는 바로 그런 젊은 무속인을 롤모델로 삼았죠. 봉길 캐릭터는 실제 무속인 모델입니다. 대학 때까지 야구 선수를 하다가 무병이 온 줄 모르고 그 괴로움을 이기려 온몸에 문신을 한 무당이 있었어요. 이도현 배우처럼 실제로 잘 생기기도 했고요.(웃음)

 

상덕 캐릭터는 제가 예전에 좋아하던 최의중 풍수사를 모델로 했어요. 영화에서도 상덕이 최의중 선생님 제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대사가 있죠. 풍수지리사도 족보가 있거든요. 영근 장의사는 실제로 제가 다니는 교회에 장로님이면서 장의사를 하는 분이 계시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풍수지리사와 장의사는 사라지는 직업이에요. 실제로 만나면 꼬장꼬장해요. 구세대 혹은 꼰대라고 부르죠. 그런 구세대와 2030 무속인이 연결돼서 무언가를 해결해가는 이야기 구조로 캐릭터를 설정했습니다. 영화에서 2030 무속인은 구세대를 ’꼰대‘라고 부르기도 하고, 구세대들은 젊은 무속인을 보면서 ’발랑 까졌다‘고 말하기도 하잖아요. 그러면서 아이를 구하고, 다음 세대, 손주들이 살아갈 땅의 의미를 지켜주자는 의미로 캐릭터를 설정했습니다.

최민식 배우는 그냥 풍수사 ’상덕‘이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겁먹은 표정을 40년 만에 처음 보인 것 같아요.
최민식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아무리 뒤져 봐도 겁먹은 표정이 거의 없더라고요. 300척 군함을 앞에 두고도, 사람을 썰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죠.(웃음) 저 역시 최민식 배우가 두려워하는 표정을 정말 보고 싶었어요. 관객들에게도 선물처럼 주고 싶었고요. 최민식 선배를 만난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바로 겁먹은 표정을 보여주시더라고요.(웃음)

 

굿도 하고, 경문도 외우고 정말 배우들이 프로페셔널하게 배역을 소화했습니다.
최민식 선배는 뭐 어린 아이부터 꼬부랑 할머니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 한국 대표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 상징성이라는 게 있죠. 영화를 보면 최민식 선배의 연기가 아니고, 그냥 최민식이 보입니다.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아직 사람들에게 「명량」의 이순신 장군 이미지가 남아 있었나 봐요. 저는 아니었는데, 시사회 때 관객들 반응을 보니 그럴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100원짜리 동전을 묘에 던지는 장면에서요. 거기 이순신 장군이 있잖아요. 의도하고 한 건 아닌데, 얻어 걸린 거 같아요.(웃음)

 

유해진 배우는 진짜 연기 장인입니다. 기가 막히게 영화의 빈틈을 다 채워줘요. 남을 돋보이게 해주는 것도 정말 잘하고요. 김고은 배우는 좀, 엄살이 심한 편이에요. 맨날 “감독님, 저 못하겠어요”라고 하다가 슛만 들어가면 ’겁나게‘ 잘 하거든요.(웃음) 김고운 배우는 진짜 세계적인 배우가 될 거라 생각해요. 전성기는 지금부터 시작이고요. 우리나라에 그런 배우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검은 사제들>에서는 박소담 배우였고, 「파묘」에서는 김고은 배우입니다. 감독님이 선호하는 여배우상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것 같은데요.(웃음)
영화를 보신 분들이 대부분 화림의 연기 중에 대살굿이 가장 인상 깊다고들 하세요. 그런데 저는 후반부에서 김고은 배우의 연기에 더 놀랐습니다. ‘험한 것’과 상대하면서 두려움에 떨면서도 긴장을 놓치지 않고 그 감정을 일본어로 표현하는 배우가 어디 있겠어요? 그 힘든 걸 했어요. 검도 나지만, 자기중심을 잃지 않고 감정으로도 표현한 거죠. 대살굿도 대살굿이지만 정말 감탄했습니다. 정말 베테랑 배우구나, 이 정도 베테랑 배우가 누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없어요. 김고은 배우밖에 없습니다. 김고은 배우는 정말 대안이 없는 배우입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죠. 소문난 기독교인이기도 하고요. 만약 김고은 배우가 화림 역을 안 맡겠다고 하면, 남자 무당으로 바꿔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하면서요. 조심스럽게 한번에 설득하기 위해서 박소담 배우에게 박칙으로 밑밥을 좀.(웃음)

말씀하신 대로 김고은 배우는 물론이고 최민식, 유해진 배우 연기도 명불허전입니다. 그런데 애기무당 봉길 역을 맡은 이도연 배우의 연기가 정말 놀랍더라고요. 어떻게 캐스팅하신 건가요?
봉길 캐릭터는 무조건 신인으로 하고 싶었어요. 캐스팅 4명 다 너무 쟁쟁하면 좀 재수 없잖아요?(웃음) 사실 업계에 잠재력, 포텐을 가진 신인 배우 리스트가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이도현 배우는 그때 거의 1등이었어요. 떠오르는 샛별이라고 할까요? 이미 「더 글로리」보다 한참 전에 발견했습니다.

 

최민식 배우는 「파묘」 4인방을 ‘묘벤져스’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촬영장 에피소드 하나만 소개해주신다면요.
최민식 배우가 ‘험한 것’과 싸우는 장면에서는 갈비뼈에 금이 갔어요. 저도 나중에 알았어요. 촬영 끝날 때까지 이야기를 안 하셨거든요. 촬영이 다 끝난 걸 보고서야 응급실로 가셨죠. 그런 연기자입니다. 티도 안 내요. 저는 왜 오늘따라 최 선배가 수다를 안 떠시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몸이 잘못된 걸 아니까 다른 데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고, 여섯 씬을 다 찍고 간 거죠. 최민식 선배는 인격적으로나 어른으로서 정말 대단한 분이세요. 촬영장에 한 번도 늦은 적이 없고요. 어깨 한번 걸고 찍는 장면을 8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는데도 불평 하나 없었죠.

 

영화 전반부가 후반부를 위한 빌드업 차원 그러니까 맥거핀(영화에서 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줄거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극적 장치)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귀신도 전반부에서는 흐릿하게 보여주다가 후반에야 또렷이 모습을 드러내고요.
「파묘」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연결해 주는 대사가 “범의 허리를 여우가 끊었다”입니다. 작가의 욕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시나리오 구조 자체에서도 허리를 끊고 싶었어요. 전반부가 빌드업이기도 하면서, 독립된 한 단계로 더 깊게 가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전반부에 나오는 혼령을 어떻게 찍을까 고민했습니다. 제가 귀신을 찍어본 적은 없잖아요? 세상에 존재하는 심령사진을 다 찾아봤습니다.(웃음) 거기서 답을 얻었죠. 귀신을 찍은 사진은 없다, 귀신이 찍힌 사진은 있다는 걸요. 그래서 전반부에서는 귀신이 찍힌 것처럼 찍고 싶었습니다. 가장 어려웠죠. 배우들도 6시간씩 분장을 받고 왔는데, 포커스도 잘 안 잡히고 희미하게 찍으니, 미안했죠.(웃음)

 

후반부의 정령은, 아까 말씀드렸지만 음흉하게 가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가 서양 문화 영향을 많이 받아서, 뱀파이어나 미라는 익숙한데, 일본 정령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사실 일본의 국가대표 귀신들을 데리고 온 겁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구미호만큼 유명한 귀신들이에요. 그래서 저한테는 그렇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고요. 그런 진보가 없으면 영화를 만들 이유가 없죠. 전작처럼 웰메이드로 만들 거면 발전이 없고, 영화 만드는 의미가 없는 거잖아요. 불로 변하고, 날아다니는 육체파 영화로 후반부의 귀신들을 그렸습니다. 화끈한 영화를 만들려는 의도도 있었고요.

취재해 보니 일본 귀신들은 뭐가 다르던가요?
우리나라 귀신들은 이유가 있어요. 슬픔이든 분노든 이유가 있으니, 관련된 사람에게만 나타납니다. 우리나라 호러영화들을 보면 보통 원한이 있는 사람만 찾아가서 해치잖아요. 그런데 일본은 정령사상이에요. 컴퓨터에도 영이 있고, 나무에도 풀 한 포기에도 영이 있다는 거죠. 빙디오 하나 잘못 봤다고 다 죽이잖아요? 잔혹해요. 「파묘」 영화에서도 “근처만 가도 죽는다”는 대사가 나오죠. 그런데 섬나라들의 문화에 그런 게 있대요. 일본 평론가가 이 기사를 보고 뭐라고 지적할지도 모르겠지만.(웃음) 여하튼 제가 분석한 바로는 귀신의 성향이라고 할지, 정령사상이라는 것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귀신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귀신이 실제 있느냐교 물어보는 거라면, 저는 못 봤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귀신이나 유령, 혼령이 존재하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저는 사람을 정말로 사랑하거든요? 그런데 사람이 죽고 나서 무기질로 사라져버리면 너무 슬퍼요. 기계와 다를 게 뭔가 싶기도 해서요. 그래서 나쁜 귀신이든 좋은 귀신이든 영혼이라는 것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돌아가신 할머니가 종종 찾아와서 저를 봐주시면 좋을 거 같고요.(웃음)

 

오컬트 영화인 줄로 알았는데, 무속신앙, 풍수지리, 무당이 나오다가 쇠말뚝까지 전개됩니다. 우스갯소리긴 하지만, 일부 관객에게는 반일영화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혹시라도 외교분쟁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웃음)
‘아’ 다르고 ‘어’ 다르잖아요. 저는 반일코드를 넣는다기보다는 우리 땅에 집중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영화 준비하면서 풍수사들을 오래 만났다고 했잖아요. 그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꼭 마지막은 쇠말뚝으로 귀결되더라고요.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요. 「파묘」를 보시고 반일영화, 국뽕영화라고 하시면 제가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옆 나라로 시선을 향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땅을 들여다본 거란 것이죠. 우리가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도 단 한 번도 침략한 적 없고 당하기만 했다고 들었잖아요. 그런 잔재가 곪아터진 것이 지금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봐요. 그런 것들을 파묘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쇠말뚝을 박으려면 제일 명당에 박는 게 상식이 아닌가요? 도무지 묫자리로 쓸 수 없는 악지에 왜 쇠말뚝을 박는 건가요?
아니죠. 사람이 죽어 누울 곳은 가장 편안한 곳일 거잖아요. 그래서 전라도에 명당이 많아요. 산세가 약하니까요. 사람으로 치면 제일 편안한 데다가 묫자리를 만드는 거죠. 산꼭대기에다가 사람을 묻지는 않습니다. 제가 말하는 악지는 무덤으로 할 자리 중에 최악인 곳입니다. 너무 기가 센 곳이라서요. 우리나라 길을 끊으려면 어디에 쇠말뚝을 박아야 할까요? 풍수사 세 분에게 물었더니, 실제 강원도 태백산맥 한 지역을 똑같이 가리키더라고요. 만약 자기가 일본 음양사라면 거기에 쇠말뚝을 박겠다고요. 물론 가설이고, 실제인지는 알 수 없죠. 그래서 영화에서 쇠말뚝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아요. 상징을 보여주려고 한 거예요. 두려움에 대한 상징요.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최대한 CG를 자제했다고요. 그러면 영화 후반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거대한 도깨비불도 실사라는 이야기인데, 제작, 촬영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파묘」의 장르를 ‘현실 판타지’로 정의합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있어야 재미있을 거라는 말입니다. 사실 CG가 편하죠. 그런데 처음에 CG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정말 많이 의존하게 됩니다. 게다가 저는 능력도 부족해요. 블루매트를 사방에 쳐 둔 상황에서 분위기가 안 잡히는데, 모니터만 보고 오케이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CG를 안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험한 것의 크기가 2m가 넘어요. 그런 사람이 몸을 웅크렸을 때, 어느 정도 반경 크기의 불이 형성되는지 계산했어요. 가스불로 할 때랑 기름불로 할 때 불 색깔이 다르니 그 부분도 고려했죠. 위에서 크레인 2대에 와이어를 달고, 지상에서는 스태프들이 와이어를 잡고 균형을 맞춰서 돌리는 겁니다. 마지막에 CG로 리터치를 조금 한 거죠. 이렇게 말씀드리면 ‘크레인 2대 값이면 얼마 안 할 텐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 산지에 건물 크기만한 크레인 두 대가 들어로려면 길을 내야 합니다. 산을 깎고요. 크레인은 두 대지만, 차도 50대가 들어와야 해요. 그런 작업이 힘들었죠. 제작비도 많이 들었고요. 그래도 완성된 도깨비불을 보면서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많은 언론에서 감독님을 두고 ‘오컬트 외길 인생’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그런데 영화 세 편이 다 달라요. 동어반복도 하지 않고요. 평소에 생각을 어떻게 넓혀가시나요?
일단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으로서 가장 듣고 싶은 칭찬은 발전했다는 거죠. 기존에 했던 걸 섞어서 만드는 건 저랑 맞지 않아요.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요. 어떻게든 발전하고 싶은 것이 제 욕망이거든요. 그렇지 못한다면 감독 아니라 다른 일을 하고 살겠죠. 물론 힘들지만, 그걸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뭘 확장한다기보다는, 우리 영화 주인공들처럼 파고 들어가는 스타일이고요.

 

실제로 교회 집사님이시잖아요. 오컬트 영화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좀 받으실 거 같기도 합니다.(웃음)
영화 만들 때 저희 교회 장로님들 보시기에 좀 덜 거북스럽게 만들어야지 생각도 하긴 합니다.(웃음) 재밌는 게 있어요. 저 기독교인인데 무당들 만난다고 뭐라 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탑클래스들은 열려 있습니다. 제가 판단하기는 그렇지만, 영성 있는 목사님, 스님, 신부님들은 배타적이지 않더라고요.

 

차기작도 오컬트, 종교 관련 영화일까요?
전 영화를 자주 만드는 감독은 아닙니다. 물론 여러 장르를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죠. 그래도 공통적인 게 하나 있어요. 어두운 세계에 밝은 인물들이 들어가는 영화를 좋아해요.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다크한 세계로 들어가는 거죠.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심이 많으신 이유가 있나요?
제작보고회 때 말씀드렸죠. 사회생활을 하면서 언젠가부터 들었던 느낌인데요. 어느 공동체에서도 사랑이나 의리를 이야기하지 않아요. 교회나 절 정도밖에 없어요. 그런 집단에서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죠. 회사에서는 계산해요. 이 사람이 쓸모 있는지 없는지를 숫자로 계량화하죠. 우리가 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를 점점 잃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톱니바퀴 하나처럼 사는 느낌이랄까요? 저는 종교가 교회나 절에 있는 게 아니라, 오늘도 묵묵히 새벽기도에 나가는 엄마의 마음에 있다고 봐요. 보이지 않는 거잖아요. 그걸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상덕, 영근, 화림, 봉길. 주인공 4명 합이 너무 잘 맞아요. 혹시 속편이나 시리즈 제작 계획 있으신가요?
아직 생각 못해봤습니다. 그런데 속편을 한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사바하」를 하고 싶어요. 이정배 배우가 맡은 박 목사 캐릭터는 다른 사건을 하나 더 맡으면 되니까요. 이정재 배우도 맨날 속편하고 싶다고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너무 비싸져서.(웃음)


1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