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특강 · 전공연수

방송대에서 공부하는 학우들에게 학과가 제공하는 별미가 있다. 바로 ‘특강’이다. 24개 학과가 다양한 형태의 특강을 제공하고 있는데, 지난달 23일 뚝섬 서울지역대학 501호 강의실에서 진행한 프랑스언어문화학과(학과장 한석현)의 ‘프랑스 회화: 프랑스혁명부터 제 2차 세계대전까지’ 특강은 그야말로 프랑스어의 톡톡 튀는 미각과 프랑스혁명(1789년)에서부터 제2차 세계대전(1939년) 이전까지의 프랑스 회화(繪畵)라는 맛깔나는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참석한 학우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프랑스어로 진행한 특강이지만, 그렇다고 꼭 프랑스언어문화학과 학우들만 참석한 건 아니다. 프랑스언어문화학과 신·편입생을 포함한 재학생 그리고 방송대 타학과 학우들에게 문을 열어 둔 특강이란 점도 매력적이었다. 특강은 프랑스 신고전주의부터 낭만주의를 거쳐 인상주의, 초현실주의까지 시간 흐름에 따른 작가 및 작품 소개, 역사적 배경 등 프랑스 미술 전반에 대한 설명에 초점을 맞췄다.
강연자의 특별한 인연도 눈길 끌어
무엇보다 화제가 된 건 강연을 맡은 베르나르 루베르(Bernard LOUBERT) 교수였다. 프랑스 아르데코(ENSAD)에서 학위를 받고 프랑스 발랑시엔(Valenciennes)대학교 조형예술학과 교수를 역임한 그는 현재까지도 조형예술(Arts Plastiques) 관련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더 흥미로운 건, 그가 현재 방송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오헬리엉 루베르 교수의 부친이라는 점이다.
김태준 조교는 “루베르 교수는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고 계신데, 이번에 한국 여행 중에 강연을 해주신다고 하셔서 학과에서 만든 게 바로 이 특강이다. 이번 특강을 구글폼으로 신청한 학생들이 약 70여 명인데, 실제 신청하지 않고 그냥 참석한 분들도 있다. 참석자를 세어보니 강연자와 교수님 모두 포함해 75명이었다. 기존 강의실 505호가 협소해 501호로 당일 장소를 변경해 진행했다”라고 귀띔했다.
강연에 앞서 한석현 학과장은 “오늘 학과를 위해 특별히 시간을 내주신 베르나르 루베르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심지영 교수님이 중간중간 통역을 해주시겠지만, 그래도 원어 강연의 묘미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참석한 학우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마이크를 잡은 루베르 교수는 프랑스어와 함께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한 시간에 걸쳐 PPT자료로 강연을 진행했다.
루베르 교수는 특히 프랑스 낭만주의미술을 연 테오도르 제리코의 작품 「메두사호의 뗏목」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그 의미를 전달하려고 애썼다. 1815년 나폴레옹 체제의 몰락과 함께 프랑스는 왕정복고 시기로 회귀했다. 이 시기 미술에서는 신고전주의 양식과 대비되는 낭만주의 미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나폴레옹 체제의 붕괴와 부르봉왕조의 복귀가 맞물린 격동의 시대를 낭만주의 화풍으로 표현한 작가가 바로 테오도르 제리코다. 1819년 살롱전에 출품된 「메두사호의 뗏목」은 실제 발생한 재난의 비극적 상황을 화폭에 옮긴 작품으로, 프랑스 낭만주의미술의 시작을 여는 주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특강의 또 다른 묘미가 ‘상호 대화성’이라고 한다면, 이날 특강의 상호 대화성 역시 흥미로웠다. 강연에 참석한 학우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진지했으며, 다양한 질문을 통해 루베르 교수의 ‘회화적 지식’을 횡단했다.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선 한 학우는 대가의 그림과 일반인의 낙서가 어떤 예술적 차이점을 가질 수 있냐고 물었다. 루베르 교수는 칸딘스키의 사례를 들어 예술적 차이를 짚었다. “좋은 질문이다. 예술가냐 아니냐는 구분은, 자신이 예술가라는 자기규정에서 출발할 수 있다. 그리고 제3자가 그걸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외에도 예술적 독창성과 타자의 인정 문제, 원근법의 발견과 활용, 좋은 미술 입문서로는 어떤 책이 좋은지, 프랑스 68혁명이 현대 회화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지 등의 질문도 이어졌다. 강연자는 프랑스 68혁명이 끼친 영향으로 ‘기술적·도발적 경향이 강화된 점’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메이크업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한 학우는 이번에 1학년으로 입학했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회화’라고 해서 ‘프랑스어 회화(會話)’로 알고 왔는데, 많이 당황했다. 그렇지만 강연 내용이 흥미로웠다”라고 말하자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기회 된다면 유사한 강연 더 마련”
강연을 마친 루베르 교수는 “내 강의 인생에서 오늘이 가장 기쁜 날이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한석현 학과장은 “오늘 참석자가 75명 정도였는데, 이는 우리 학과 등록생의 10%가 넘는 인원이다. 금요일 저녁인데도 많은 분이 참석한 오프라인 행사였다. 프랑스어로 교양 강의를 듣고 싶다는 학우들의 갈망이 반영됐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좀더 친밀한 프랑스어 특강이었다는 점에 의미를 매겼다.
그는 또 “프랑스 석학의 강연은 유튜브 등에서 쉽게 볼 수 있으나 말이 빠르고 내용의 수준이 무척 높은 데다 번역이 없다 보니 학생들이 접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에 비해 루베르 교수님의 강의는 학생들을 배려하여 무척 평이한 내용과 언어로 행해졌기 때문에, 학생들의 호응이 좋았다. 학생들에게는 앞으로 프랑스어로 된 영상이나 강의를 들을 수 있겠다는 동기부여가 됐고, 학습의지를 고취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향후 기회가 된다면 유사한 형태의 강연을 고려하겠다”라고 말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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