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천만 배우’에서 전에 없던 기자 캐릭터 구축한 「댓글부대」 손석구 배우

실력 있지만 허세 가득한 사회부 기자 ‘임상진’(손석구)은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보도하지만, 오보로 판면되며 정직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의문의 제보다가 찾아온다.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었어요. 다 저희들이 만든 수법이에요.” 자신을 온라인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댓글부대, 일명 ‘팀알렙’의 멤버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돈만 주면 진실도 거짓으로, 거짓도 진실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임상진 기자는 오보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판을 뒤집을 수 있을까?

 

「범죄도시 2」(감독 이상용, 2022)에서 천만 배우로 등극했고, 「나의 해방일지」(연출 김석윤, JTBC, 2022)에서 전 국민에게 ‘추앙’이라는 단어를 각인시킨 손석구 배우가 기자로 변신했다. 3월 27일 개봉한 「댓글부대」(감독 안국진)에서 정의감 넘치는 기존의 기자 캐릭터를 탈피했다. ‘진짜 기자 모습이 저럴까?’, ‘오히려 저 모습이 우리가 알고 있는 기자에 더 가까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성했다. 「파묘」(감독 장재현)를 꺾고 예매율 1위를 차지한 웰메이드 범죄 드라마 「댓글부대」의 손석구 배우를 삼청동에서 만났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천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 2」 이후 첫 영화인데, 부담은 없으셨나요?
전혀요. 개봉 전까지 녹음을 다시 하기도 했고, 수정도 많이 했어요.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는 걸 아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합니다. 늘 말씀드리는 게, 저는 새롭고 다른 것들을 하고 싶은 열의로 작품을 선택해요. 그런 면에서 「댓글부대」 안국진 감독님과의 만남이 굉장히 소중했고, 앞으로도 소중할 것 같습니다. 감독님 역시 기존에 나왔던 영화와 뭔가 다른, 자신만의 영화를 하고 싶어 하는데, 저는 그게 너무 좋았어요. 그런 열망이 늘 크다 보니 부담감은 전혀 없습니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감독님과 “이 시나리오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영화가 나온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어요. 정말 행복했습니다. 촬영, 미술, 조명, 연기, 연출까지 이견이 없었어요. 스토리텔링도 정말 집요하고 디테일하니까, 영화적으로 ‘웰메이드’ 느낌도 나고요. 물론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요.(웃음)

 

안국진 감독은 임상진 기자 역에 처음부터 손석구 배우 말고는 없다고 했어요. 감독님과 합은 어떠셨어요?
감독님이랑 비슷한 또래예요. 보통은 회사를 통해 시나리오가 들어오는데, 저는 친구에게서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읽을수록 호기심이 가더라고요. 범상치 않았죠. 감독님 정보를 찾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역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만드신 분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도 호감이었는데, 직접 만나 보니 성향이 더 맞았어요. 창의적인 것에 굉장히 가치를 두시는 분이더라고요. 디테일에 강박도 있고요. 어떤 주제 하나가 관심이 생기면 그걸 진짜 팔 수 있는 데까지는 파는 집요함이 있더라고요. 몇십 편 한 감독들은 그러기 쉽지만, 막 입봉한 감독은 그렇게 집요하게 하기 쉽지 않거든요. 나중에 현장에서 보니 몇십 년 한 대가처럼 하더라고요.(웃음) 그런 게 좋아서 「댓글부대」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안국진 감독이 “손석구 배우 뜨기 전에 캐스팅해서 다행이었다”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친구 통해 시나리오를 받았다고 했잖아요. 그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안 감독님이 저랑 굉장히 영화를 하고 싶어 한다는 걸요. 아마 제 기억으로는 「카지노」로 필리핀 가기 전에 만난 것 같아요. 그때는 좀 부담은 있었어요. 어찌 됐든 주인공 역할이니까요. 그리고 그때 제가 받은 시나리오도 최종 완성된 영화와는 엄청나게 다른 버전이었어요. 그러다 감독님을 뵀는데, 확실히 믿음이 커졌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또래기도 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기도 했으니까요.

 

전에 없던 기자 캐릭터를 구축하셨습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셨는지, 고민한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어떻게 하면 기자처럼 보이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했어요. 나름 중점을 둔 부분은, 그냥 어떻게 보면 자기를 증명하는 데만 눈이 먼, 이기적인 기자로만은 안 보이길 바랐습니다. 감독님과도 촬영 전에는 7~8시간씩 이야기를 나눴어요. 비호감은 아닌, 이렇게 따라가고 싶은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할까 고민하다 보니 좀 짠하고 귀여운 기자 캐릭터가 탄생했죠.(웃음)

 

말씀하신 대로 임상진 기자의 캐릭터는 짠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합니다.
나름의 정의감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자로서 욕망이 좀 큰 사람이에요. 그러다 보니 ‘댓글 부대’랑 엮이게 되는 거죠. 기자로서의 직업적 목표가 있을 건데, 임상진 기자는 신문 1면을 자기 기사로 장식하려는 목표가 있죠. 그게 오보가 되고 속된 말로 ‘기레기’ 소리도 들어요. 거기서 이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완벽한 인간상으로 보이기보다는 점점 미궁으로 빠져 들어가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좀 만화처럼 보이도록 해서 자칫 비호감 이미지처럼 될 수 있는 걸 타개해 보려 했어요. 특히 신문사 씬에서 임상진 기자가 좀 귀엽게 나왔어요. 나중에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자라나는 새싹들 중에 이 영화 보고 기자하고 싶다는 사람이 생길 것 같다고요. 그렇게까지 된다면 좋겠어요.(웃음)

기자들도 많이 만났나요?
몇 번 미팅을 하고는 다 취소했어요. 임상진 기자가 처한 특수성이 있고, 일반적인 부분들은 워낙 공부할 데가 많으니까요. 오히려 「다큐 3일」에 나오는 수습기자들 모습이 재밌더라고요. 원작소설의 장강명 작가가 기자 출신이라는 걸 알고 만난 적은 있어요. 그런데 제가 미리 공부했던 걸 확인 받는 정도였죠. 다만, 그분의 입을 통해 나오니까 ‘리얼’해지는 순간을 느꼈어요. 대사를 할 때 의미 부여를 지나치게 한다거나, 힘을 많이 주면 안 된다는 걸 알게됐습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재계 1위 ‘만전그룹’의 비리를 파헤치는 임상진 기자에게 처음에는 사명감도 있지 않았을까요?
나름의 정의감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의감이라는 것이 10명이 봤을 때 그게 다 옳은 정의감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나한테는 정의감이지만 누구한테는 그릇된 믿음일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런 부분이 어떻게 보면 「댓글부대」의 주제가 아닐까 싶어요. 뭐가 진짜냐는 거를 물어볼 수 있는.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면요?
기자가 뭔가 액티브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직업군이 아니라서 처음엔 좀 어려웠죠. 「범죄도시」 같은 영화는 확실하잖아요. 호쾌한 액션을 위해 태어난 캐릭터가 아니라 좀 더 섬세해야 하니까 처음엔 예민했던 것 같아요. 대사 하나, 질문 하나 할 때도 버전도 여러 번 해볼 정도로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준다면요?
‘찻탓캇’을 처음 만나는 장면이었죠. 실체가 없는 사람과 실제 교류를 하게 되는 장면이었으니까요. 첫 만남을 어떻게 할지, 왜 만나러 가는지를 결정하는지를 다 이야기했죠. 첫 대사만 가지고 대여섯 시간씩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고민도 많이 했어요.

다방에서 처음 만난 찻탓캇에게 “죽고 싶냐?”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빵’ 터졌습니다.(웃음)
그거 진짜 여러 버전으로 찍었어요. 심지어 그 다방은 안국진 감독님이 데뷔하기 전 고생하던 시절에 술 먹다가 우연히 간 곳이에요. 너무 독특한 공간이어서 나중에 영화 찍으면 꼭 이 다방을 쓰겠다고 했던 곳이라더라고요. 여하튼 드디어 임상진 기자랑 찻탓캇이 실제로 처음 만나는 장면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감독님까지 셋이서 정말 오래 이야기했습니다. 밥도 먹고, 노래도 듣고, 영화도 보면서요.

 

그러다가 이야기했죠. ‘쭉 이런 문자를 주고 받았잖아’, ‘그러고 너를 처음 만났잖아’, ‘그런데 진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니까 죽고 싶냐고’. 우리끼리 이야기했는데 되게 재밌더라고요. ‘이거다!’ 했죠. 그런데 막상 촬영날에 그 바이브가 안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진짜 여러 버전으로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감독님이 고르고 고른 장면은 영화에서 확인하실 수 있고요.(웃음)

 

대사가 굉장히 현실적이에요.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요?
“내 기사 오보로 만든 거 니네들 아니지?” 이렇게 제가 물어보거든요. 굉장히 두려운 질문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자신이 했던 일을 의심을 하게 되는 거니까요. 그게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서 다시 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어요. 엄청난 책임감이 따르는 직업이고 그래서 두려움도 많이 따를 것 같더라고요. 기자들이 평소에 갖게 될 수밖에 없는 책임감과 무게를 견디면서 일을 한다는 게 되게 존경스러웠죠.

 

최근작 「살인자ㅇ난감」처럼 이번 역할도 완전 악인은 아닙니다.
저는 선악을 나누는 건 확실히 좀 재미가 없어요. 사실 「범죄도시 2」 때도 저는 강해상이라는 캐릭터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왜냐면 저는 그 사람의 전사를 알잖아요. 나름의 명분을 갖고 행동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개인의 취향 차이인 거 같아요. 저는 선과 악이 명백히 구분될 수밖에 없는 역할도 제가 하면 좀 더 모호해진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엔딩 장면에서 관객들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굉장히 현실적인 질문을 하기 위해 디자인된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댓글부대」는 지금 우리 사회의 거울 같은 이야기잖아요? 실제 이런 이야기가 나왔고, 딱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를 하는 만큼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보면 재밌겠죠. 여기서 ‘영화는 이래야지’하는 전통적 엔딩이 아니니까, 온라인에 익숙한 세대들에게는 굉장히 웃기면서도 섬뜩한 엔딩이 될 거라고 봐요.

 

지금부터는 인간 손석구에 대해 질문드리겠습니다. 꿈이 뭔가요?
여전히 작가를 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끄적이는 글도 있고요. 아직 이걸로 평가를 받는다거나 돈을 받은 적은 없어요. 지금도 영화 현장을 나가면 많이 관찰해요. 제작적인 부분이나 연출적인 부분도요. 배우라는 직업의 장점이죠. 원래 작가들이 어떻게 글 쓰는지 보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영화 현장에서는 작가가 글을 어떻게 쓰는지 대본만 보면 알 수 있고, 감독이 어떻게 연출하는지 촬영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요. 매일 현장에 나가는 직업이다 보니 그 꿈도 커지고 있죠. 바쁘니까 생각만 하는 단계입니다.

 

작가로 관심 있는 분야는 뭔가요?
요즘은 중년을 넘어선 사람들의 제2의 도전 같은 거에 관심이 많아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너무 온실 속에 살다가 한 오십 살이 됐는데, 그때 보호장치가 다 사라지면 어떨까, 열정을 갖고 싶어서 갖는 게 아니라, 이제 뜨거워지지 않으면 다시 살 수 없는 상태라면? 그러면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올 거 같아요. 더 감동적일 거 같고요.

시나리오 작가 후 감독으로 데뷔도 계획하고 있나요?
시나리오는 어렸을 때부터 계속 시도했어요. 수필도 썼고요. 반면에 연출은 아니죠. 배우지도 않았고 옆에서 보는 거죠. 감독님들 만날 때마다요. 그런데 제가 시나리오를 쓴다고 해도 연출은 다른 분이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웃음)

 

예술성과 대중성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요?
대중성요. 관객이 안 봐주시면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웃음)

 

2022년부터 인지도도 많이 올랐죠. 다작 배우기도 합니다. 지금 고민이 있다면요?
사실 고민하는 시간을 좀 가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고 일 마치고 퇴근하면 피곤해서 씻지도 않고 잠드는 날이 많으니까요. 2024년 들어서 설 연휴 빼곤 쉰 날이 없을 정도네요. 고민할 시간적여유가 없었는데, 질문을 받고 보니 그런 시간을 좀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을 좀 줄일 생각이세요?
네. 지금도 ‘겹치기 출연’은 안 해요. 원래 많이 했어요. 좋아했고요. 「D.P.」랑 「카지노」랑 「살인자ㅇ난감」 촬영을 동시에 한 적도 있었어요. 누군가는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느냐고 했는데, 저는 오히려 캐릭터가 비교되니 좋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육체적으로 힘에 부치기도 하고, 또 일정 조율하는 게 민폐인 부분도 있어요. 특별 출연도 좀 자제하고, 약속된 작품들을 다 소화하고 나면 좀 줄여야죠. 요즘 어린 배우들 보면 작품 하나 하고 6개월 자기 시간을 갖겠다고 하잖아요. 멋있더라고요.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어떤 배역이 들어오면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미래에 대한 고민 때문에 힘들 텐데…. 저도 그러고 싶어요. 성격상 6개월은 길고, 1~2개월은 내 시간 갖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주말도 없는 직업이니까요.

 

다작 배우세요. 러브콜 계속 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게 맞는 대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현장에서 모난 행동은 안 해요. 좋은 작품을 하려면 좋은 감독 만나야 하는데 좋은 감독은 자기만의 방식이 있습니다. 지위, 나이 이런 걸 떠나서 그분의 비전이 나와야 하니까, 최대한 존중하고 적어도 방해가 안 되려고 노력하니 찾아주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인간적인 매력도 중요하지만, 배우로서의 능력이 기본 아닐까요?
그럼요. 그럼에도 현장에서의 태도를 말씀드리는 이유가 있죠. 자기 비전을 잘 구현해내는 그러니까 실력 있는 감독들이라면 후자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걸 경험하면서 알았거든요. 전자는 만들 수 있다고 봐요. 물론 연기를 잘 하면서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배우도 있죠. 그렇게 해서 명작이 탄생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는 제 방식을 고수하지는 않아요. 감독님이 바라는 톤이 뭔지 캐치하는 데 눈치가 좀 빠른 편입니다. 이것 역시 어느 정도 태도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 선택에 있어 제 첫 번째 기준은 감독님입니다. 감독이 표현하려는 걸 알려고 노력하고, 대화하면서 불화가 없도록 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반쪽짜리 진실이 어쩌면 더 진짜 같을 수 있어요. 제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지금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잘 짜인 풍자극 같았거든요. 인터넷 댓글 부대라는 너무나 현실에 맞닿아 있는 소재를 다루다 보니 좀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그래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재미도 재미지만 이런 현상을 궁금해 하는 관객이라면 재밌는 대화거리를 안겨줄 수 있는 영화에요. 영화를 보고 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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