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온라인 여론 조작 소재 다룬 「댓글부대」 안국진 감독

‘온라인 여론 조작’은 주변에서 한 번은 들어 봤을 법한 이야기지만, 그 누구도 눈으로 확인한 적 없는 그러니까 실체가 없는 존재다.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는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임상진 기자’(손석구)에게 자신의 오보가 조작됐다는 익명의 제보자 ‘팀알렙’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돈만 주면 온라인 진실도 거짓으로, 거짓도 진실로 만들 수 있다는 팀알렙과 판을 뒤집으려는 기자의 대결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하게 펼쳐진다.

 

「댓글부대」는 동명의 원작소설 『댓글부대』(작가 장강명, 은행나무, 2015)를 각색해 만든 영화다. 안국진 감독은 온라인 여론 조작을 소재로 다룬 이유로 “그냥 하나의 온라인상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담고 싶었다. 피부에 닿는 음모론 이야기를 눈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고 자부한다”라고 말했다.

 

안국진 감독은 전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로 제52회 백상예술대상, 제36회 청룡영화상,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제3회 들꽃영화상, 제16회 디렉터스컷 어워즈 등 각종 시상식을 휩쓸며 ‘충무로 차세대 감독’으로 주목 받았다. 한국 사회를 적나라하면서도 유쾌하게 풍자하며, 현실적인 스토리를 자신만의 감각을 더해 풀어낸다는 평을 받는 안국진 감독을 삼청동에서 만났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 이후 9년 만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다른 영화를 준비했는데 잘 안 됐어요. 잘 아시겠지만, 영화판이라는 곳이 한번 발을 잘못 들이면 1~2년은 후딱 지나가더라고요. 「댓글부대」도 시나리오 쓰는 데 1년 넘게 걸렸고, 촬영도 2년에 걸쳐 했으니 이 영화에만 3년 넘게 들어간 셈입니다.

 

「댓글부대」 영화의 출발점은 어디인가요?
처음 프로젝트를 제안받고 끌린 지점이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범죄물이나 소재랑은 달리 우리가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터넷 세상 속 이야기와 익숙한 음모론들로 장르적인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매력을 느껴서 참여하게 됐죠.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죠. 어떻게 읽으셨나요?
원작 소설을 2021년에 읽었는데, 소재 자체가 너무 재밌었어요.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곳에 저 역시 많이 빠져 살았기에 ‘진짜’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동의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죠. 이걸 영상화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지만, 독특한 방식으로 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프닝 시퀀스로 ‘촛불집회’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모든 걸 의심하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쓸 때도 실제 사건들로만 구성시키자는 원칙을 세웠죠. 오프닝 시퀀스의 촛불집회 장면은 워낙 빠르게 화면이 전환되기는 해서 관객이 어디까지 찾아낼까 싶긴 합니다만, ‘저것마저도 진짜였어?’, ‘저게 실화였어?’라는 지점을 계속 숨겨뒀어요. 그렇게 보일 만한 사건이고 화면이어서 그렇게 구성했습니다. ‘N’차 관람을 하시면 새롭게 발견되는 지점들이 꽤 있을 겁니다.(웃음)

 

영화 속에서 현실감을 주는 부분이 많은데요.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와 밈(모방 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 사이 전파되는 어떤 생각, 스타일, 행동 따위. 패러디물 형태로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 퍼진 2차 창작물)들이죠. 자료 조사는 얼마나, 어떻게 하셨나요?
사실 꽤 오랫동안 인터넷을 달고 살아서 조사할 건 별로 없었어요. 다만 연출부 구성에 염두를 뒀죠. 커뮤니티 세대와 커뮤니티를 잘 안 하는 세대로 구성했어요. 커뮤니티를 잘 모르는 ㅅ람이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지와 커뮤니티를 빠삭하게 알고 있는 세대가 어디까지가 당연한 건지를 연출부 내에서도 계속 논의했습니다. 거기서 대중이 커뮤니티에 친근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다 이해하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시나리오 작업이 끝나면서 그렇게 밈들의 역사를 공부했고, 실제로 있는 밈들은 거의 구매했습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저작권자를 찾느라 많은 시간, 공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휴대폰이 없는 한 웹툰 작가의 답신을 받으려 두 달을 기다리기도 했거든요.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요. 영화에 익숙한 밈들도 많아서 아마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생태계 연구를 많이 하신 게 영화에서 보이더라고요. 실제 어떤 분들을 만나서 취재하셨어요? 
기자들도 많이 만났어요. 초년생 신입 기자들 위주로요. 기자라는 집단에 가장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을 시기라고 생각했거든요. 또 여론조작하는 업체가 실제 엄청 많더라고요. 바이럴 업체라고도 하는데,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이제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오는 시기라서요. 국제적인 업체도 많았습니다.

 

실제 만난 온라인 업체들과의 에피소드 하나 이야기해주신다면요.
업체는 아니고 블로그를 하는 지인이 있었어요. 익명으로 자신의 치부를 블로그에 일기처럼 썼던 거죠. 친구들에게도 아리지 않은 채로요. 그렇게 몇 년을 했더니 방문자 수가 늘더래요. 어느 날 중국에서 블로그를 쉐어하겠냐는 제안이 왔대요. 200만 원에 3달만 빌려달라고요. 고민을 거듭하다 빌려줬는데, 3개월 후에 보니 블로그가 온갖 광고로 너덜너덜해졌다고 하더라고요. 인간적 모멸감을 느꼈대요. 몇 년간 자신의 모든 걸 담았는데, 일기마저도 누군가에게 돈으로 소비된다는 걸 경험하니 인격적으로 무시당하는 기분이라고 하더라고요.

 

영화에서 실제 사건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거의 80% 정도 됩니다. 사건은 거의 다 가져왔는데, 나중에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들은 확인을 거듭했죠. 겁이 나서요. 변호사 자문을 많이 받았는데, 제작사 대표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감독에겐 아니라고 해서 많이 썼습니다.(웃음) 취재하는 중간중간에 협박도 받았는데, 내부에서 ‘지금 시대가 한편으로 그렇게 촌스럽지는 않다’, ‘용기 내서 해보면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업했습니다.

 

‘임상진 기자’와 ‘팀알렙’ 이야기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영화가 진행됩니다.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을까요?
좀 선형적이지 않더라도 이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방식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사실 팁알렙 이야기가 나오면 임상진이 잊히고, 임상진이 나오면 팀알렙이 잊힐까봐 걱정을 좀 했죠. 다행히 기억에 균등하게 남아 계속 곱씹어지게 만드는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이 구조에서 보일 수 있는 단점이 다 상쇄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전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이정현 배우가 단독으로 영화를 끌고 갑니다. 「댓글부대」는 임상진 기자와 팁알렙의 이야기가 교차되긴 하지만, 임상진 기자가 영화를 끌고 가죠.
원작 소설을 읽었을 때부터 선형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거나 실시간으로 부딪힐 수는 없는 이야기로 생각했습니다. 결국 임상진 기자와 팀알렙의 비중을 떠나서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의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모니터 앞에서 인터넷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봤던 관객이라면, 임 기자가 과거를 파헤치며 기사를 쓰는 것에 자신을 투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건 팀알렙의 행위도 마찬가지겠고요.

 

원작 소설에서는 ‘팀알렙’ 3인 캐릭터가 명확하죠. 이 부분은 영화에도 적극적으로 차용하신 것 같습니다. 그 외에 각색에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여론을 어떻게 호도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적인 부분은 원작 소설에서 많이 차용했습니다. 제가 평소 은연중에 의심하던 것들이랑 비슷하면서도 좀 달랐어요. 원작 소설의 장강명 작가가 기자 출신이잖아요.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해 저는 충분히 아는 것 같았는데, 굉장히 공을 많이 들여서 치열하게 취재했다는 게 보이더라고요.

 

손석구 배우가 연기한 임상진 기자 캐릭터가 인상적이더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영화에서 기자라는 직업이 상대적으로 부각됐습니다.
어찌 보면 기자는 가장 권력자이면서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댓글부대」는 ‘기자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질문하는 영화이기도 한 셈이죠. 시나리오 쓰면서 기자들을 많이 만나 취재했어요. 그런데 다들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부분이 ‘기존 한국영화에 나오는 기자들은 가짜 같다’는 말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직장인으로서 기자’의 모습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 기자는 대표적인 비호감 직업 중 하나입니다. ‘기레기’라는 용어도 있고요. 다만, 손석구 배우의 연기가 그런 부분들을 많이 희석시켜주더라고요.
기자라는 직업 자체를 안 좋게 보는 극단적 시선이 있으니, 걱정이 많았죠. 게다가 어떤 시선에서는 임상진 기자가 무능력해 보이는 지점들이 있기도 했거든요. 과연 관객들이 이 인물에 공감해줄까,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촬영을 했습니다. 그런데 촬영하다 보니 손석구 배우가 귀여운 거예요. 기자인데 말이죠. 진실을 파헤치려 노력하면서도 억울해하는 모습 자체가 너무 웃기더라고요. 「댓글부대」는 여타 영화처럼 기자가 관객에게 쾌감을 안겨주는 승리서사 영화가 아닌데 말이죠.

 

손석구 배우랑 농담으로 “「댓글부대」 보고 기자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 생기겠는데?”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매력있게 손석구 배우가 살려줬어요. 사실 막 정의감에 휩싸여 있지 않더라도 기자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의식들이 생기는 것처럼요. 그런 감정, 요소들이 섞이면 매력있을 것 같았죠. 억울해 하는 모습들도요.(웃음)

 

임상진 기자 역에 손석구 배우를 원픽으로 생각하셨다고요.
처음부터 임상진 기자 역을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손석구 배우 말고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다행인 건, 캐스팅하려고 했던 시기가 「나의 해방일지」 나오기 서너 달 전입니다. 그러니까 뜨기 직전이었던 거죠.(웃음)

 

‘팀알렙’의 아지트라고 할까요, 이 공간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셨다고요.
성향도 개성도 이렇게 다른 성인 남자 셋이 한 공간에서 한 몸처럼 살 수 있는 집이라는 게 어디까지가 진짜 같으면서도 재미있는 공간으로 나올까 하는 게 제일 큰 고민이었어요. 각자의 방 크기, 벽색, 인물에 따라서 같이 있어야 하는 공간까지 오는 동선이나 이런 것들을 고민하다가 만들어낸 장소죠. 사실 제가 예전에 살던 집과 거의 똑같습니다.(웃음)

감독 지망생 시절을 보낸 숙소를 영화에 가져오셨군요.
네. 저랑 조형래 촬영감독이랑 같이 살던 집이랑 완전 똑같아요. 천장 높이만 다르고요. 아, 창밖에 관람차도 없긴 했습니다.(웃음) 팀알렙의 아지트를 어떻게 구성할지 한 2주 정도 정말 갈피도 못잡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조형래 촬영감독이 그러더라고요. 팀알렙 사는 행태가 우리 예전이랑 똑같지 않느냐고요. 저는 시나리오 쓰느라 방에 갇혀 살았고, 조 촬영감독은 먼저 현장일을 시작했으니 마주치면 예민한 저랑 싸우고요. 이걸 세트로 지으면 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영화를 본 지인들이 팀알렙 집 아직도 있느냐고 연락이 오기도 했어요.(웃음)

 

각각의 방이 마치 하나의 캐릭터처럼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찻탓캇’은 집에서 계속 글을 쓰고 고립돼 있는 것 같은. 나머지 둘과도 약간은 감정적으로 거리가 먼 것 같은 캐릭터인데, 방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좁고 자는 공간도 굉장히 어두운 공간입니다. ‘팹택’ 같은 경우는 방이 화려한데도 또 반대쪽에 고립돼 있죠. ‘찡뻤킹’ 같은 경우는 그 같은 집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좋아 보여요. 방 자체가 좋아 보이고 구조도 전혀 이 집 안에 없을 것 같죠. 그런데 서로 방까지 가는 길들은 다 뭔가 개미굴처럼 어떤 좁은 통로를 지나가야 되는 구조들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찻탓캇’을 보면 왠지 감독님이 투영된 느낌이 듭니다.
맞아요. 김동휘 배우도 연기하다가 이거 감독님 아니냐고 하더라고요.(웃음)

 

“‘찡뻣킹’은 유일하게 정의감 있는 인물”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꼭 그렇게만 해석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감독님은 어떻게 캐릭터를 구축하셨나요?
정의감인 척 하는 거죠. 사실은 겁쟁이라고 생각했어요. 눈치가 빠르니 블로그에 올라오는 것들도 친구들보다 먼저 알아요. 그런데 내면이 다칠 거란 걸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도, 막아서지도 않죠. 어느 순간 관망하면서 본인만 도덕적 우월함에 빠진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사실 가장 겁많은 캐릭터죠. 친한 친구 중에 힘없어 보이는 친구에게만 큰소리치니까요.

 

김성철 배우가 ‘찡뻣킹’ 역에 딱 달라붙더라고요. 신인급 배우들을 알아보는 혜안이 있으신 건가요?(웃음)
운이 진짜 좋았던 거 같아요. 상업영화 안에서 이런 조합으로 캐스팅이 이뤄지기가 정말 쉽지 않거든요. 다행이 손석구 배우가 뜨기 전에 제가 제안을 했고, 이 부분을 나머지 세 배우에게 어필했어요. 넷플릭스 이야기도 했어요. 감독인 나조차도 익숙한 배우보다 새로운 얼굴 있는 썸네일을 고른다고요. 그중에 연기 잘하는 20대 배우들을 찾아야 했는데, 캐스팅은 오래 걸렸지만 나무랄 데 없이 잘하는 배우들이어서 좋았습니다.

 

남기홍 팀장(김준한)의 레스토랑 신이 강렬하더라고요. “혹시 정부에서 나온 분이세요?라는 찡뻣킹의 질문에 웃으면서 “우린 더 높아요”라고 말하는 씬이요.
약간 비밀스럽기도 하죠. 상대방을 꾀려는 말일 수 있지만 굉장히 ‘리스펙’ 하면서도 되게 무시하는 대사 같기도 하고요. 관객에게 이 실체 없는 집단들에 대한 상상력도 증폭시키고 싶었습니다. 같은 편인지 다른 편인지 애매하게요.

뚜렷한 악인, 빌런이 없어요. 의도한 부분인가요?
그게 더 진짜 같다고 생각했어요. 소재 자체가 예민하잖아요. 지금 한국사회가 어떻게 말하면 세대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분열의 시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재를 세대로 치부하기는 싫었어요. 단순하게 팀알렙을 인터넷 많이 하는 ‘일베’스러운 20대 악당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다고 봤어요. 악당도 없지만 착한 사람도 없어요. 이 영화 이야기 안에서는 모두 다 조금씩 꿍꿍이가 있어요. 서로 욕심이 겹쳐서 파국으로 가는 거죠. 그게 더 현실적일 거로 생각해 캐릭터를 그렇게 쌓아갔습니다.

 

원작 소설의 장강명 작가는 2015년 출간 당시 “진영 논리에 빠진 한국사회를 비판하고 싶고, 독자를 불편하게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어요.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영화는 대중매체잖아요. 상업영화에서 어떤 재미를 가져와야 했을 때 사실 조롱의 감정이나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원작보다는 더 크게 들어간 거 같아요. 기자 캐릭터에서도 기자가 할 수 있는 것과 해야되는 것 그리고 지금 임상진 기자의 능력이 상충된다는 점도 있으니까요. 그런 것들이 입체적으로 섞어서 오히려 관객들에게 질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20대 남자가 기자를 조롱하긴 쉽잖아요? 오타 하나 난 기사나 오보 하나로 인터넷 상에서 조리돌림하기도 쉬운 세상이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이런 입장에 빠져서 혼란을 겪는 기자를 보면서 사실 관객들도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실을 파헤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요. 그걸 좀 유쾌하게 영화로 그리고 싶었던 거죠.

 

영화 작업하면서 장강명 작가는 만나셨어요?
한번 봤어요. 사실 안 만나려고 했어요. 시선 자체가 달라질 거 같은 마음이 들었거든요. 시나리오를 쓰면서 어느 순간 장강명 작가가 제 라이벌 같았다니까요?(웃음) 제작사 대표는 한 번씩 만나 이야기도 들으라고 했죠. 계속 싫다고 했는데, 손석구 배우가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거예요. 기자 출신의 애티튜드를 따오고 싶다고요. 배우가 말하니 거절하기가 그래서 한번 같이 만났습니다.

 

무슨 이야기 하셨어요?
장강명 작가가 “영화 작업 잘되고 있느냐”고 하길래 “기자가 좀 안 좋게 다뤄질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아, 이런….”이라고 짧은 탄식을 하더라고요.(웃음)

전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도 그랬지만, 평소 사회적 약자나 시스템 문제에 관심이 많아 보입니다. 장르적으로는 블랙코미디를 좋아하는 것 같고요.
제가 좀 꼬여서 TV에서 예능프로그램 볼 때도 혼자 욕하면서 봅니다. ‘저거 거짓말 하네’ 이러면서요.(웃음) 뉴스도 늘 의심하면서 보니까, 같이 보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좀 조용하라고 해요. 왜 비꼬기만 하느냐고요. 그런데 저는 시스템에 대해 많이 알고 싶어요. 그런 걸 찾아내고 싶기도 하고요. 그걸 불편하기보다는 유머로 승화시키려고 하는 성격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블랙코미디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전작보다 웃음 포인트가 많아졌어요. 상업영화로 오면서 변한 부분일까요?
상업영화라 그런 건 아닙니다. 제가 생각한 요즘 상업영화는 퀄리티가 높아야 해요. 극장에서 표값을 지불하고 보는 영화인 만큼 일정 수준의 질문을 던져야 하고, 퀄리티 역시 높아야 한다는 거죠. 너무 상업적인 거에 빠진 기존의 양산형 영화는 이제 더 안 통할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코로나19 이후에는 더 심해진 거 같아요. 사실 뭐가 더 상업적이고 관객이 더 좋아할까 하는 생각보다는, 적어도 망하지는 말자 그리고 오랫동안 찾아보는 영화가 되면, 극장에선 당장 망해도 어디선가 수익이 나겠지 하는 생각으로 찍었습니다. 똑독한 상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치중한 거죠.

 

제작비는 얼마나 들었나요?
정확한 건 모르지만 80억 원 정도인 것 같아요. 아무도 저에게 정확한 금액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손익분기점은 195만명이라고 하니, 꼭 극장에서 N차관람 부탁드립니다.(웃음)

 

관객들이 엔딩에서 몹시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재와 주인공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현실적 엔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관객들이 엔딩에서 혼란스러운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다시 처음부터 영화를 복기할 수밖에 없게 되고, 다시 모든 걸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할까요? 하나부터 열까지 복기해 보면 다 의심스러운 순간이 되는 거죠.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나오면서 그것이 오히려 영화적 쾌감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요.

실제로 댓글부대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세요?
처음 영화를 하게 된 이유나 지금이나 같은 입장인데요. 왠지 있는 것 같은데 실체는 모르겠고, 없다고 하기에는 또 있는 것 같기도 한 존재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장담할 수도 없고요. 그렇다고 없다고 하기엔 또 어떤 현상이 있는 거 같긴 한데 증거가 없네요.(웃음)

 

차기작은 뭐로 준비하고 있으세요?
사회 밀접한 이야기를 좋아해요. 거기에 이야기가 끈끈하게 한 덩이로 잘 묶여 있으면 좋을 것 같고요. 굳이 사회시스템이 아니더라도 사람 심리에 관한 이야기면 다 좋을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판타지스러우면서도 현실적인 영화입니다.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대가 형성될 거라 생각해요. 보시고 너무 기분 나빠하지도 마시고, 재미있게 그러나 모든 걸 의심하시며 보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꼭 N차관람 하세요!(웃음)


1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