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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사정사라는 자격은 건물로 비유하자면 
기틀을 다진 것이고, 
그 바탕에 빌딩을 지을지 공터로 남을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손해사정사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종이다. 피해자들은 때로 손해사정사가 보험사의 입장에서 보험금을 적게 주지는 않을지 의심하고 항의하기도 한다. 참고할 전례가 없는 '최초' 사건이면 민감성은 더욱 커진다. 수천 건의 보험사고를 처리해온 24년 경력의 '환경 보건 전문 손해사정사' 김현우 세종손해사정 상무이사(50세)를 만났다. 그는 ‘2012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최초 담당’, ‘국내 최초 아쿠아리움 상어 사망 사건 담당’ 등 유독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민감한 사건을 많이 맡았다. 김 동문은 본인이 맡은 사건 처리와 별도로 100여 명의 직원들을 관리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멘토 역할도 맡고 있다. 그의 집무실 벽에는 백범 김구 선생의 글로 유명한 ‘불변응만변(不變應萬變)’이라는 휘호가 걸려 있다. 불변은 만변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만변에 기꺼이 응할 수 있다는 군자의 자세를 일컫는 말인데, 일에 임하는 그의 마음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김 동문은 2000년 손해사정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2017년 보건환경학과에 진학해 2년 만에 장학생으로 졸업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그가 왜 뒤늦게 ‘보건환경학과’에 도전한 것일까? ‘전문성’을 확장해 가는 그를 만나 전문직 경력 관리의 의미를 들었다.
 
고서정 기자 human84@knou.ac.kr
 
왜 환경 공부를 시작하셨나요 
2012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우리 회사에서 맡으면서 관심이 커졌습니다. 최초 사례라 법률 자문도 구하고, 살균제의 독성 등에 관해서도 연구하며 환경 관련 지식을 습득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경쟁 입찰 당시, 환경에 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해 최종업체 선정에서 탈락하고 말았죠. 2년 후에 재입찰의 기회를 준비하며 방송대 보건환경학과에 입학해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갔고, 대기환경기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재입찰 성공과 함께 2022년에 회사가 환경책임보험전담 조사회사로 등록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맡으신 역할은
2012년 가습기 살균제 제조회사 중 한 군데의 보험금 산정 업무를 맡아 국내 보험사 및 외국계 재보험사를 상대로 피해자들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업무를 해왔습니다. 손해배상 기준에 대한 법리적인 개념 해석을 두고 2~3년 동안 해외 재보험사와 소통하는 업무를 주로 맡았습니다. 결국 제조사의 과실이 인정됐고 국가 차원에서도 손해배상을 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제조사에 별도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 그 보상 금액을 평가하는 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 해야 할 사건입니다.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2000년에 1종 손해사정사를 취득해 신체와 재물 손해사정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손해사정사가 된 뒤에도 부동산 PF 관련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환경 관련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대기환경기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할 경우, 대외적 지위 상승, 조직 내 자존감 상승, 금전적 보상, 퇴직의 연장 등의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손해사정사로서 성공하려면 어떤 것이 중요할까요
자신의 전문분야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환경 분야 중에서도 대기 분야가 유망하고,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판단해 대기 환경 기사 자격증을 딴 것처럼 말이죠. 손해사정사라는 자격은 건물로 비유하자면 기틀을 다진 것이고, 그 바탕에 빌딩을 지을지, 주택을 지을지, 그 공간을 공터로 남길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손해사정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손해사정사가 맡은 분야별로도 업무 특성이 카멜레온처럼 다릅니다. 재물 손해사정사들은 심도 있게 조사하고 꼼꼼하게 분석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법적 기준에 따라 보험료를 객관적으로 산정, 분석하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화재 현장을 예로 들면, 현장에 가서 불에 타고 남은 잔재나 건물의 도면을 보고 손해액을 평가하는 등의 엔지니어적인 자질이 있어야 해요. 신체 손해사정 분야는 의학적인 지식이 필요합니다. 치료 정도를 파악하고, 다른 이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설득하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차량 손해사정사의 경우 수리 내용이 적절한 수준인지 판단하고 시시각각 발생하는 자동차 사고를 빠르게 처리하는 순발력과 동시에 여러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개인의 성격과 능력에 따라 어떤 분야의 손해사정사가 될지를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맡은 일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드는 집념과 끈기가 있으신 거 같습니다
손해사정사를 하다 보면 직업상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손해사정사는 의심하고 증명하고 충분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보험금을 산정하는 데 있어서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손해사정서라는 객관적인 문서를 교부하고, 증빙자료를 토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이가 선정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고 추가 증빙자료를 요청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기억에 남는 환경 사건이 있으신가요
비가 많이 와서 폐유를 저장하는 시설의 폐유가 유출된 적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두통을 호소하고 구역질을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죠. 하지만 폐유의 휘발성 물질이 사라진 후 독성 물질이 없는 것으로 나왔고, 피해자들 또한 피해를 입증하지 못해 보상받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유해물질에 노출됐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피해의 인과관계가 규명되지 않더라도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경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유해물질 노출로 질병이 발생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증명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노출 정도 및 시간 등을 고려한 일정한 보상기준을 마련해 배상금을 정액으로 지급하는 식으로 보험금 산정 법규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해사정사의 미래 전망은 어떤가요

‘인공지능이 과연 손해사정 업무를 할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이 선행돼야 한 다고 봅니다. 인공지능이 손해사정사 의 업무를 대체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피해가 발생한 현장조사나 관계자들과 의 대면 면담, 산정 결과에 대한 피해자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 등을 고려한다면, 손해사정사라는 직업의 미래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봅니다.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손해사정사는 돈과 관련된 업무니까 그 결과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이 항상 있거든요. ‘보상이 적다, 왜 보상을 제대로 안하냐’ 하는 항의 전화를 받을 때도 있죠.

 
후배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손해사정 업무에 관심이 있고, 자격증을 소지한 후배님들은 우리 회사에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환영합니다. 

 

(Tips for you)

 

손해사정사는 보험사고 발생 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손해액과 보험금을 산정하는 전문직이다. 피해자와 보험 회사 간에 체결된 보험 계약 약관을 분석하고, 보험 처리 관례나 판례 조사, 보험가입자의 보상 청구의 타당성과 절차상의 문제점을 확인하는 역할도 한다. 손해사정사는 금융감독원에서 실시하는 국가공인자격증으로, 보험개발원이 위탁받아 시행한다. 
 
손해사정사가 되려면 손해사정사 시험에 합격한 후 6개월의 수습과정을 거친 후 금융감독원에 등록해야 한다. 업무 형태에 따라 보험사에 소속된 손해사정사와 손해사정 법인이나 사무소를 개업한 독립손해사정사로 분류한다. 업무영역에 따라서는 재물손해사정사, 차량손해사정사, 신체손해사정사로 구분하며, 관련 자격증 전부를 취득할 경우 종합손해사정사로 근무할 수 있다. 4~5년 실무경험을 쌓은 손해사정사는 평균 5천만 원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능력에 따라 억대 연봉을 받기도 한다. 정년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우리나라의 보험시장 규모는 꾸준히 커지고 있는 데다 보험 관련 분쟁이 많아 미래 전망도 밝고 수요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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