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강화, 평화의 길을 가다

방송대 출판문화원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평화의 길을 가다’ 제2기 탐방단이 4월 20일 강화도를 다녀왔다. DMZ 접경지역은 그동안 분단과 전쟁의 상처가 남겨져 있는 곳으로 여겨졌다. 두 기관이 함께 기획한 ‘평화의 길을 가다’는 전문가의 해설을 곁들인 일정으로 분단과 전쟁의 상흔에 가려진 DMZ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듣고 느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제1기 철원 탐방에 이은 2기 탐방의 의미를 커버스토리에 담았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간밤의 일기예보대로 날씨는 축축하고 궂었다. 강화도로 제2기 탐방단을 실어 갈 리무진 관광버스가 대학로 방송대 본관 옆에서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빗방울이 이내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1기 탐방에 참가했던 오유안 동문(국문)은 부산에서 상경했다. 새벽 4시 30분에 집을 나서 박일숙 동문(일본)을 만나 첫 KTX를 타고 상경했기에 일찌감치 출발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파주 임진각 근처에 거주하는 이연옥 학우(국문 2)가 새벽 4시 30분에 집을 떠나 그보다 먼저 도착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부가 함께 탐방에 참여하기도
박인환 학우(중문 4)는 농학과를 다니다가 휴학 중인 아내 윤인한 학우와 함께 참여했다. 그는 “지난번에는 공고를 너무 늦게 봤다. 꼭 참가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아쉬웠다. 이번에는 미리 공고도 보고 일정을 체크해 아내와 함께 참여했다. 다음 탐방에도 참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제2기 ‘DMZ접경지역, 평화의 길을 가다’ 탐방은 애초 19명이 참여하기로 했지만, 출발 하루 전에 5명이 참가를 철회하는 바람에 14명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로를 벗어난 버스가 40여 분을 더 달리자 차창밖으로 한강하구 철책과 함께 역삼각형의 붉은 지뢰표지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탐방을 이끄는 남경우 전문연구원(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이 ‘초지진-광성보-온수리 성공회 성당-강화평화전망대-연미정’으로 이어지는 이번 여정의 의미를 짚었다.

광성보와 평화전망대의 ‘기억’을 넘어
그는 강화도의 역사지리적 특성에서 시작해 외세와 끊임없이 대결하는 최전선이었던 특정 공간의 장소성을 강조했다. 특히 장소가 기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장소를 규정한다고 말하면서 ‘기억’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무엇이든 잘 배우고 체화하는 방송대 학우들은 형형한 눈빛으로 인솔자의 설명을 경청했다.
10시 30분 일행이 탄 버스는 초지진에 도착했다. 오늘날 강화도는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여건 때문에 휴식과 관광 명소로 자리잡았지만, 여전히 긴장과 휴식, 평화가 마주 보고 있는 아픈 역사의 장소다. 이를 보여주듯 강화도는 조선 후기 방어용으로 설치된 5개의 진과 7개의 보 그리고 여기에 소속된 53개의 돈대가 해안을 따라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한강하구로 거슬러 오르는 이방의 낯선 배들을 향해 포문이 설치된 곳이다.
잘 단장된 초지진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조선 후기에 제작한 대포인 ‘홍이포(紅夷砲)’ 1문이었다. 다른 진과 보에 전시된 대포는 모두 모조품이지만, 이곳 초지진의 홍이포만큼은 진품이었다. 조선 영조 때부터 주조해 사용한 포구장전식 화포로, 길이 2.15m, 무게 1천800kg, 구경 100mm에 사거리 700m다. 문제는 폭발력으로 포탄을 날리긴 하지만, 포탄 자체는 폭발하지 않아 위력이 약하다는 것. 이 홍이포로 밀려드는 외세를 겨누고 싸웠다는 것 자체가 아픈 비극으로 느껴졌다.
이런 느낌은 신미양요의 아픔을 간직한 광성보에서 더욱 커졌다.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帥字旗)를 약탈당했던 광성보는 박정희 대통령 당시에 정비 보수된 곳이다. 덕진진, 초지진, 용해진, 문수산성 등과 더불어 강화해협을 지키는 중요한 요새였던 광성보를 보수한 그는 용두돈대로 가는 길 끝에 ‘강화전적지정화기념비’를 세웠다. 오늘날에도 강화가 ‘구국 항전의 성지’라는 특정 기억 속에 머무는 것은 이런 작업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구국·충절의 ‘국(國)’과 ‘충(忠)’ 못지않게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조선 군인들을 기억하는 일,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국가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서로 묻고 생각을 펼쳤다. 한 학우는 “개별적 죽음에 대한 애도가 필요하다.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국가주의식 홍보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표지판이나 기념비의 뒷면을 삐딱하게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면서 활자 너머의 진실과 의미를 강조했다.
점심 식사를 마친 탐방단은 온수리 성공회 성당을 둘러본 뒤 곧바로 강화평화전망대로 이동했다. 해병대원들이 검문하는 초소를 지날 때까지 한강하구 저편으로 물안개 가득한 먼 땅이 따라왔다. 철조망으로 겹겹이 둘러쳐진 해안 철책선 너머 예성강 물줄기를 품은 북한의 개풍군이 흐릿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맑은 날에는 개성 송악산이 이곳에서 잘 보인다고 하지만, 탐방 당일은 온통 시계제로 상태였다. 그 적대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분단의 긴장감이 밀려들었다.
마지막 여정은 연미정. 강줄기가 제비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역시 해병대원의 검문을 받고 통과해야 했다. 강화도가 분단의 최전선임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프로그램 더 많아졌으면”
다시 대학로로 돌아오는 길에 안양학습관 소속의 김정호 학우(문화교양 2)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준 방송대에 감사드린다. 좀더 열정을 품고 대학생활을 즐겁게 해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노애숙 학우(농학 2)는 “오늘 탐방을 앞두고 간밤에 잠을 설쳤다. 통일과 남북교류를 강력히 희망하는 나에게 이번 탐방은 새로운 시각을 마련해준 좋은 기회였다”라고 말했다.
허리 수술을 한 뒤 건강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는 이현주 학우(국문 4)는 “1학기 교양과목으로「문화통합론과 북한문학」 강의를 들으면서 북한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마침 방송대학보 위클리 공고를 보고 곧장 참가 신청을 했다. 출석수업과 중간평가 과제물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따라나섰는데, 직접 손 닿을 듯 가까운 북녘땅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이런 프로그램이 더욱 많아져서 공부하고, 또 현장도 가까이 가보는 것도 보람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양평에서 참가한 이순희 학우(중문 2) 역시 “위클리에 유용한 정보가 많은지라 잘 보고 있다. DMZ 탐방 모집공고가 눈에 띄어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관심이  폭발해 신청하게 됐다. 강화도는 역사의 고장이고 많은 전란을 겪은 지역이라 기회가 되면 둘러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였다. 날만 좋았으면 강 건너 북한 땅을 선명하게 보았을텐데 아쉽다. 인솔자의 ‘길의 방향성과 의미’ 해설도 유익했다”라고 만족해했다.
부산 지역아동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박일숙 동문(일본)은 초등학생들에게 ‘분단’에 관해 좀더 생생하게 설명해 주기 위해 참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유안 동문의 권유가 있어 참가했다. 탐방을 통해 다양한 DMZ 경험을 한다면, 아이들에게 남북 분단에 관해 좀더 생생하게 알려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조건 참가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탐방에 참여하고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DMZ 접경지역, 평화의 길을 가다’ 제3기 탐방은 오는 6월 ‘인제·양구’ 일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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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hj0***
    2024, DMZ 접경지역 평화의 길을 가다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남경우 연구원님의 친절하시고 해박한 지식으로 꼼꼼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알찬 시간 보내고 왔습니다. 이런 좋은 프로그램에 많은 분들이 참여를 안해서 아쉬웠습니다. 앞으로 3기, 4기, 5기도 있는데 5기 파주, 연천때는 총장님도 동행하시면 좋겠다~라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신 방송대 출판문화원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남경우 연구원님 승승장구 하세요..최고입니다
    2024-05-03 00:09:46

사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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