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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이 질환을 앓고 있다 하더라도 

위엄과 존경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Person)’으로 인정한다는

사회심리학자의 톰 키트우드가 소개한

인간중심케어모델(Person-Centered Care Model)

중요합니다.

 

어르신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하는 것이 제 보람입니다.
 
용인시 기흥구의 요양원이 밀집해 있는 골목, 아스팔트 사이로 사랑초, 장미, 겹백합, 수국 등이 수줍게 다채로운 색감을 뽐내는 작은 정원이 등장한다. 평균 연령 87세 이상의 할머니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직접 심은 진달래꽃으로 전을 부치고, 상추로 쌈밥을 해 먹는 공간,  ‘또 하나의 집함춘너싱홈이다. 함춘은 봄을 머금은, 따뜻함을 머금은 곳이라는 뜻이다. 

함춘너싱홈은 치매, 중풍 등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들을 위한 전문요양시설로 간호사가 원장으로 운영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곳에서는 음식 씹는 법을 잊어버려 콧줄에 의지해 영양을 공급 받던 치매 노인도 2~3주 훈련을 거쳐 숟가락을 들고 식사를 할 수 있다. 식사 중간에 혹시라도 있을 기도 폐쇄를 대비해 질환에 따라 식탁 높이까지 다르게 운영하고 있으며, 기도 폐쇄를 대비해 층별로 디초커(dechoker)를 구비해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2018년부터 6년째 함춘너싱홈을 운영하고 있는 최종녀 동문은 한양대병원과 의정부 백병원을 거친 간호사로 치매 전문가이자 이화여대 겸임교수다. 그는 23년간 노인복지시설에서 의료케어와 돌봄케어를 구현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기관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체계적인 모델을 정립해 왔다. 의료 장기요양서비스를 치매전담형, 일반형, 간호전담형 등 3종류의 유니트로 구분해 70개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 공로로 2019년 올해의 간호인상,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고서정 기자 human84@knou.ac.kr

 

 

고액 연봉을 마다하고 서울요양원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서비스수준 향상을 위해 2014년 서울요양원을 설립했을 때, 3년간 팀장 겸 총괄매니저로 일했어요. 공단 측에서 의료인으로서 실무를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거듭 제안을 해왔는데 거절하지 못했어요. 사실, 7~8천만 원의 연봉을 제시하는, 집과도 가까운 거리의 다른 직장에 이미 합격한 상태였죠. 연봉도 1/3 수준이고 집과 거리도 멀었던 요양원에서 일하겠다고 했을 때 남편이 뜯어말렸습니다. 가족들도 이해를 못했죠.(웃음) 힘이 들어서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까 했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돌봐야 할 노인분들이 눈에 밟혀서 차마 그러지를 못했어요.
 

의료서비스를 3종류의 유니트로 구분하고, 개인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알고리즘도 개발하셨더군요.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소수의 인원으로 수십 명의 노인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보다 세분화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관심도 받지 못했죠. 뇌경색, 와상 등 환자 상태에 따라 식당 배치나 화장실 위치 등이 달라야 했기에 시설 도면 설계에도 참여했어요. 알고리즘은 잘 모르지만 서비스 체계를 수립하면 서비스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입소 일주일을 전후로 해서 불의의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 요양시설의 현실입니다. 어르신 한 분 한 분마다 신체적·인지적·사회적 잔존능력의 정도와 정서적인 기능이 다르기에 이를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표님이 강조하는 인간중심케어란 무엇인가요
요양시설에서는 80% 이상의 노인이 치매 질환을 앓고 계세요. 어르신이 치매를 앓고 있다 하더라도 위엄과 존경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person)’으로 인정한다는 사회심리학자의 톰 키트우드(Tom kitwood)가 소개한 인간중심케어 모델(Person-Centered Care Model)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너싱홈에서 ‘천천히케어’라고 부르는데, 치매로 일상생활 능력이 저하돼 있는 분들을 돌볼 때, 그분에게 맞는 맞춤형 케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예를 들어, 치매 노인이 기억력을 잃고 뇌 기능이 손상됐더라도 뇌 신경은 인지적 비축분이 있기 때문에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이름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인지훈련을 하고, 낮과 밤의 활동을 일정하게 반복해 일과 형성을 하고 있습니다.함춘너싱홈 최종녀 대표가 어르신들의 머리손질을 돕고 있다.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노인간호학을 배우기 위해 방송대 간호학과에서 공부한 뒤 대학원 간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요. 김분한 한양대 교수님께 노인전문간호사자격을 위한 교육을 2년 동안 받았고, ‘아로마요법, 테이핑요법, 수지침 요법’ 등 대체요법도 배웠어요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인력개발원에서 제공하는 치매교육 등 12년 동안 꾸준히 공부했죠. 수백 편의 논문을 읽으면서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외에도 사회복지사, 방화관리사, 웃음치료사, 아로마 치료 1급 자격증, 노인들의 맞춤 운동을 위한 운동처방사와 심리지원을 위한 노인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간호사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로 요양시설 창업을 추천하셨는데요
간호사가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경우는 전체의 1.2% 수준입니다. 매우 소수죠.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병원 외의 시설에서 일하는 간호사를 ‘외인구단’으로 칭하기도 해요. (웃음) ‘의료복지시설’이기때문에 요양시설에는 간호사가 꼭 필요합니다.  
2024년부터 50인 이상의 요양시설은 간호사를 최소 한 명씩 둬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생겨 현업에 있는 간호사로서 반갑게 생각합니다. 간호사들 중에는 행정 업무에 자신 없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문지식에 투입하는 노력만큼 하면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간호사들이 운영하는 요양원의 경우 요양시설 등급이 우수 등급인 경우가 많거든요. 의학적 지식과 역량, 열정을 가지고 있는 간호사들이 요양시설 창업에 적극 도전하길 희망합니다. 다른 모든 직업은 정년이 있지만 너싱홈 운영은 정년이 없고, 현재 82세로 너싱홈을 운영하고 있는 선배님도 계십니다. 
 
어떨 때 특히 보람을 느끼시나요
100세가 넘으신 한 어머님께서 저에게 ‘엄마 엄마!’라고 부르시길래 “왜 엄마라고 하세요?” 물었더니 “우리 밥해주고 돌봐주니 엄마지”라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나요. 임종을 앞두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퇴원한 뒤 오셔서 저를 보고 다시 ‘엄마! 엄마!’라고 부르시다가 보름 만에 소천하셨답니다. 이런 마음을 알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제가 느끼는 보람이고, 함춘너싱홈이 지향하는 목표입니다.
 
요양시설 운영의 노하우를 전수해주신다면요
간호사 후배들에게 의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돌봄 케어를 하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노년의학, 노년간호학도 생긴 지가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계속 논문을 찾고, 공부하는 자세가 중요 합니다. 특히 치료 중심이 아니라 ‘일상생활 관점의 돌봄 케어’를 해야 해요. 요양시설을 운영하려면 소중한 사람을 돌봐준다는 마음으로 한 분 한 분 어르신들의 살아온 삶의 역사를 알아가면서 그분들의 자존감을 지켜가며 돌봐야 합니다.  
하지만 소수 인원으로 다수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개인맞춤형 돌봄을 구현할 수가 있을까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간호사 혼자의 힘만으로는 할 수가 없습니다. 다학제적 접근이 중요한데, 사회복지사·물리치료사·영양사 등이 함께 돌봐야 합니다. 함춘너싱홈처럼 작은 시설이라면 전 직원이 함께 연구하면서 돌봐야 하죠. 그래서 간호사들에게 경주마처럼 앞만 보지 말고 주변의 인적, 물적 자원을 이용해 함께 나가야 한다고 말을 많이 합니다.  

 

롤모델이 있으신가요

포천에 있는 한 요양원에서 근무할 당시 요양원의 대표님이 롤모델이세요. 의료인은 아니시고, 40년 경력의 요양원 운영 노하우를 가진 분으로 돌봄케어 관점에서 배울 점이 많은 분이셨어요. 무엇보다 음식이 먹는 보약이라고 하시면서 음식에 진심과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곁에서 많이 배웠죠. 너싱홈에서 제가 특식을 직접 만들 때가 많은데, 매주 수요일은 두부데이로 양념두부, 두부찜 등을 제공하는 등 영양가 높은 음식 제공에 애쓰고 있습니다.

 

해외의 너싱홈은 어떤가

노인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독일, 일본, 호주의 너싱홈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가장 인상적인 곳은 호주의 30명 미만의 단독 주택 너싱홈이었죠. 분위기가 노인들이 사는 집처럼 포근하고 정겨웠습니다. 저도 그곳처럼 소규모의 노인들의 집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 그렇게 하려고 하는데 부지가 작아 정원이 없어 항상 아쉬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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