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ㆍ취업   커리어줌인

 

 

"사서의 업무는

'정보를 찾는 업무'로

확장돼야 합니다.

 

AI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어떤 키워드로 검색할 것인가'를

제안하는 역할을 사서가

할 수 있습니다"

 

“사서는 전시를 위해 칼질과 풀칠을, 상호대차를 위해 운전을, 축제를 위해 짐을나르고, 도서관 견학을 위해 어린이 인솔을, 어린이 프로그램을 위해 각종 분장을 한다. 사서는 한 우물보다는 여러 우물을 파 본 사람, 아이들이 성장할 때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 자신이 읽은 책을사람들에게 전시와 강연의 형태로 말하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린다.”김지우 작가의 『사서가 바코디언이라뇨』에 언급된 사서의 모습이다. 그는 ‘사서’를 “보물 같은 책들이 숨겨져 있는 책장이란 유적 안에서 누구보다 오래 발굴을 하고 있는 탐험가”로 칭하면서 “유적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위해 각종 전시물로 유적 안내판과 쉼터를 마련해 두는 사람”이라고 했다.

 

25만7천450권의책과 33종의 DB를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보고(寶庫)’, 방송대 중앙도서관에서근무하는 2명의 탐험가를 만났다.재치 있는 입담으로 행사 때마다 MC를 즐겨 보는, 명함에도 ‘May I help You’를 넣어 외국인 이용자도 언제든 도울 준비가 돼 있는 30년 경력의 원유순 사서와 ‘동영상 만드는 사서’로 맹활약하면서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토로하는 적극성 만렙의 15년 경력의 성해미 사서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다시 태어나도 사서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고서정 기자 human84@knou.ac.kr

 

사서의 하루는 어떤가요? 커피 한잔을마시며 우아하게 시작하나요

 

원유순 ‘오늘의 할 일’을 업무 일지에 정리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서류 정리,기획 업무, 과장님과 미팅, 회의한 내용을 공유하고 소통하죠. 오전에 1번, 오후에 1번 도서관을 한 바퀴 돌면서 시설을점검하고, 이용자들의 불편이 없는지 챙기는 것도 주요 업무고요. 중앙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도 관장님,팀장님들과 협의합니다.

 

성해미 도서관 운영과 관련한 문서 처리와 업무 메일 확인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도서관 공식 SNS를 운영하며 도서관 서비스를 알리는 홍보 업무와 동영상 제작을 전담하고 있는데요. 방송대 교수님들이 쓰신 저작물을 소개하는 ‘KNOU 북터뷰’ 콘텐츠 제작도 주요 업무에요. 도서관 홍보를 위해 아이디어 회의를 많이 하는 편이죠.

 

지식의 최전선에 있는 직업인데 업무범위는

 

원유순 업무야 찾으면 무한대 아닐까요?(웃음) 도서관은 최신 IT 기술 등을 빠르게 도입하는 곳이라 항상 기술 트렌드에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방송대 도서관의 경우, AI가 집계하는 도서관 방문 이용자의 수가 매일 미디어월에 뜨고, 가장 많이 빌려간 도서 목록도 AI가 집계하고 있죠. 내가 읽은 책을 본 다른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도 AI가 추천해주고, 앱을 이용해 NFC 기능으로 직원 도움 없이 책을 빌릴 수도 있고요. 이런 시대이기에 사서의 업무는 ‘정보를 찾는 업무’로 확장해야 해요. AI가 있긴하지만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서 중요한건 ‘어떤 키워드를 넣어 검색할 것인가’인데, 그 키워드를 제안하는 역할을 사서가 할 수 있거든요.

 

성해미 도서관 홈페이지, SNS, 교직원게시판 등을 통해 최신 기술 활용법을 알리고 교육하는 것도 사서의 업무죠. 특히 디지털이나 최신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챗GPT 사용법 교육도 합니다.그 밖에도 과제물 작성에 도움이 되는 도서관 정보활용교육도 담당하죠.

 

‘사서는 ○○○이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원유순 사서, 실제로 해보면 ‘사서 고생하는 직업’이예요. 고상하고 우아해 보이지만 수면 밑에서는 쉼 없이 발길질을 하면서 헤엄치는 백조를 닮았다고 할까요.(웃음) 공부하기 좋을 것 같고 편안한직업으로 보이지만 정작 할 일이 많아서 책 볼 시간이 없을 정도에요.

 

성해미 공인중개사가 떠오르네요. 사람들이 원하는 집을 찾기 위해 정보를 주고 받는 공인중개사처럼, 사서도 이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찾기 위해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기 때문인데요. 추가로 힘도 좋은 중개사여야 해요. 직업 자체가 여성들이 많은데 행사 준비나 자료를 옮기는 등 힘을 써야 하는 일도  많거든요.

 

원유순 실제로 팔도 두껍고 건강해요. 책도 많이 꽂고 의자를 옮겨야 하는 일이 잦아요.(웃음)

 

성해미 사서가 동영상을 편집. 제작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서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은

 

원유순 전문 지식을 갖추는 것뿐 아니라 사람들과 잘 지내는 친화력, 긍정적 마인드가 중요한 거 같아요. 특히 이용자에 대한 애정이 중요해요. 도서관을 지나다가 이용자가 두리번거리면 먼저 다가가서 ‘뭐 필요하세요?’ 하고 묻는 봉사정신이 있어야 하고요. 교수님과 학우들의 관심사에 귀 기울이고, 이용자가 필요한 것을 적극적으로 기획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성해미 끊임없이 배우고 이를 업무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해요. 영상 제작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공부하는데, 최근에는 5분 이상의 풀영상 대신 1분 이내의 숏폼영상을 빠르게 자주 제작하고 있어요. 챗GPT나 이미지 등도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배우고, 교육훈련기관에서도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죠. 폭넓은 공부를 하고 싶어 기록학 석사 학위도 땄습니다.

 

원유순 저 역시 국립중앙도서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에서 제공하는 ‘사서를 위한 최신 기술 트렌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등 다양한 교육에 참여하고 있어요.

원유순 사서가 도서관 행사를 진행하며 MC를 보고 있다.

다른 나라 도서관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점을 배워야 할까요

 

원유순 기술적인 면은 정보통신기술을 빠르게 반영하는 우리나라가 앞서 있지만 도서관 이용에 있어서는 제한적입니다. 학습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죠.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혼자 책을 찾거나 공부하다 가는 경우가 흔하고요. 사서와 소통해 자료를 문의하거나 추천을 받는 경우는 드물어요. 우리가 그런 문화를 조성하지 못했다는 면에서 반성하는 부분이죠.

해외의 경우에는 자료를 찾고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대화하면서 소통하는 문화가 일상적이고 도서관에도 그런 문화가 자연스럽게 묻어나거든요. 요즘도서관 1층에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약간의 소음이 허용되는 카페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데요. 이용자와 접촉하면서 소통하는 그런 일상이 부러워요.

 

성해미 북유럽의 도서관은 난민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었어요. 최신 음악을 가장 먼저 들을 수 있는 공간이고, 서점과 도서관이 복합적으로 융합된 곳이기도 하고요. 공간 자체가 멋진 건축물이기도 하고, 1층에 가면 빵 냄새와 커피 냄새가 나고 시끌시끌하더군요. 도서관이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기능하는 모습이었죠.

덴마크에 있는 블랙다이아몬드 도서관은 해리포터에 나올 법한 느낌의 공간에 오래되고 가치 있는 책을 보관하는 층이 따로 있었어요. 좀 투박해 보였지만, 오래된 것을 잘 지키고 보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상적인 느낌이었죠.

 

사서로 일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을까요

 

원유순 작년에 교수님 한 분이 연구에 꼭 필요한 자료가 전라남도의 공공도서관에 있다며 자료 이용법을 문의하셨어요.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문의하고 방법을 찾아 봤지만 인쇄본으로도 구하기 힘들었고, 전남 공공도서관에 있는 자료가 유일본이라 대출 불가 더라고요. 다행히 그 도서관은 우리와 MOU가 맺어진 도서관이었고, e-메일로 장문의 편지를보내고 담당 사서와 수차례 통화한 끝에 교수님께서 자료를 이용하실 수 있게 됐어요. 사서로서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 사례였죠.

 

성해미 유튜브 영상 제작은 많은 노력이 투입되는 힘든 과정이지만 그만큼 보람도 큰 거 같아요. 2022년, 대학 본부에서 부서별 송년 영상을 만들었을 때가 기억에 남는데요. 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촬영을 도와주셨고,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며 열심히 영상을 편집한 결과 중앙도서관이 만든 송년 영상이 투표 결과, 1등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어요. 그때의 성취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영상 기획과 제작에 열정을 가지고 임하고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사서를 하시겠나

 

원유순 : 배우를 해보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연극 동아리를 했던 경험도 있다. 은퇴한 이후에는 시민극단에 들어가서 배우를 해보고 싶다. (웃음) 사람들 앞에 서는 게 굉장히 떨리지만 해보고 싶다. 어렸을 때 무대에서 연기를 선보이고 나면 어른들이 잘했다, 수고했다말씀해주셨는데, 그 경험이 자존감을 굉장히 높여줬다. 도서관에서도 문화 행사를 할 때 사회를 직접 보기도 한다.

 

성해미 :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즐긴다. ‘김밥 장사하고 싶다. 사업하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산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도 사서를 할 것 같다. 외향적이면서도 내향적인 성격이고, 소소한 행복과 소소한 즐거움을 추구한다. 지금 도서관에서 일하는 것에 만족하기 때문에 다시 태어나도 멋진 건축물이 있는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다.

 

원유순 : 나도 다시 태어나도 사서 하겠다. 배우는 어쩌다 한 번씩만! (웃음)

 

사서가 요즘 읽는 책은

 

원유순 : 집 거실에 한 권, 안방에 한 권, 사무실에 한 권. 이런 식으로 여러 책을 동시에 읽는 스타일이다. 이정우 교수의 왜 우리는 불평등한가와 시어머님이 좀 편찮으셔서 요양원을 고민하면서 우리 부모님은 요양원에 사십니다를 읽고 있다. 책의 저자가 광주과학기술원 이사장을 지내신 분인데 부모님 간호를 위해 요양병원 등을 전전하다 급기야 요양원 시설을 설립하고 부모님과 함께 요양원에 살고 있는 이야기다. 요양보호사의 학대 관련 기사가 많은데, 좋은 요양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저자가 고심하면서 쓴 책이다.

 

성해미 :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 투자나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고 있는데, 사는 동안 한 번은 팔아봐라는 책을 읽고 있다. 퇴근해서 계속 블로그를 쓴다거나 소득을 벌 수 있는 루트를 고민해보고 있다. 알라딘 중고 서점에 개인 상점을 열어서 소장하고 있던 책을 주문이 들어오면 포장해서 팔고 있다

 

Tips for you

 

사서의 업무는 도서관마다 분위기나 업무 방식이 다르지만 크게 행사, 수서, 열람으로 나눌 수 있다. 행사 담당 사서는 저자 강연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공연자 섭외, 홍보, 예산 편성 등도 담당한다. 수서는 도서관에 입수된 도서를 주제별로 정리하고 시스템에 등록해 이용자들이 검색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업무다. 장서 현황을 파악해 추가로 필요한 도서를 구입하기도 한다. 열람 업무는 대출 반납 뿐 아니라 공간을 관리하는 업무를 포함한다. 이용자들 상대하는 민원 업무 또한 사서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데, 사서들 사이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로 알려져 있다.

 

사서는 일반 기업보다 워라밸이 좋고 연차 사용이 자유로우며 주 5일 근무에 오후 6시 퇴근이 대체로 지켜지는 직업이다. 야근이 있기도 하지만 주말 근무를 하는 경우 평일에 쉴 수 있다. 하지만 워낙 소수 인원을 채용해 경쟁률이 높으며, 비정규직이 많다. 순회사서, 전담사서 등 다양한 근무형태를 가지고 있다. 야간 연장 개관 사서는 개관 시간 연장을 위해 고용된 사서로 오후 1시 출근해 10시 퇴근한다. 순회 사서는 자치구의 작은 도서관 여러 곳을 맡아 각 도서관에 하루씩 출근하며 근무하고 기간제나 계약직이 많다. 전담사서는 자치구의 작은 도서관 전부를 총괄하는 업무로 실무자 업무교육 등도 담당한다.

 

사서 자격증은 국가공인자격증으로, 정사서 1, 2급과 준사서 자격증이 있다. 1급의 경우 관장직 외에는 채용조건으로 요구하지 않고 보통 정사서 2급이나 준사서 자격증을 소지하면 사서 직무에 지원 자격이 된다. 4년제 대학교나 대학원에서 문헌 정보학과를 전공하면 2급 정사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으며 2년제 대학 전문학사를 취득하거나, 1년 과정의 사서교육원을 수료하면 준사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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