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ㆍ취업   

 

“패션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된 건
도와주고 이끌어 준
평생의 멘토를
방송대에서 만난 덕분입니다”

희대의 악당 조커도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교복을 입은 해피포터와 헤르미온느도 영화 속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온 것같이 구현된다. 영화 캐릭터의 의상을 약 30cm의 피규어에서 최적의 재료로 변주하고 재창조하는 하이엔드 피규어 의상 전문가 최미교 동문(46세)을 만났다. 영화 캐릭터가 입는 작은 의상의 색감, 무늬, 지퍼 디테일까지도 완성도 높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디자인과 봉제 기술이 요구된다. 축소 의상 제작 분야는 한국에는 아직 생소하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키덜트 시장은 2027년까지 7억 달러(약 9천7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점쳐져 전망도 밝다.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와 배트맨역을 한 브루스웨인을 본뜬 피규어가 입고 있는 의상이 로파스튜디오가 제작한 의상이다. 1벌당 수십만원 수준인데 마니아층에게 인기가 높다.

패션 강사이기도 한 최 대표는 미국, 사우디, 홍콩 등에도 피규어 의상을 제작·수출하는 전문가로, 매니아층의 디테일한 요구사항을 반영하면서도 레이저 커팅기 등으로 자동화시스템을 만들어 평균 제작 기간을 3~5개월 정도로 단축해 경쟁력을 갖췄다.

2018년 로파스튜디오를 만들고 6년째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최미교 동문은 제49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의상디자인 금메달을 수상했고, 2023년 소셜벤처경연대회 부산시장상 수상 등 다수의 전국대회 수상 경력과 의류기사 등 7개의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가다. 그는 공동대표인 변미영 대표(67세)를 동반자이자 인생의 멘토로 꼽았는데, 변 대표와는 2011년 방송대 생활과학부(의류패션학 전공)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나 지금까지 13년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커리어의 비결로 멘토를 반복해서 강조했다. 그에게 의류패션업계에서 커리어를 구축하는 비결을 물었다.

고서정 기자 human84@knou.ac.kr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은 편이었고, 손바느질로 두 딸의 옷을 리폼해서 만들거나, 인형에 입힐 옷을 만들어주는 걸 좋아했어요. 리폼 옷가게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생활과학부에 진학하게 됐어요.”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다. 의상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꿈을 접어야 했다. 담임 선생님도 예고 진학을 권유할 정도로 재능이 있었지만,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해 고교 졸업도 전에 사무직으로 취업해서 돈을 벌었다. 26세에 경찰 공무원인 남편과 결혼한 후 두 아이를 낳고 지내다가 기회를 만났다.
어느날 남편 직장에서 한 직원이 부인이 4년 만에 방송대를 졸업했다며 직원들에게 축하 떡을 돌리면서 그에게도 방송대 진학을 권유한 것이다. 그렇게 찾아온 방송대 진학은, 포기했던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다시 꿀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고, 입학식 오리엔테이에션 만난 변미영 선생과의 귀한 인연도 이어줬다.

최미교 동문이 인생의 멘토인 변미영 동문과 부산지역대학 의류패션전공 졸업자들의 모임인 '부파코스' 전시회에서 함께 포즈를 취했다.

방송대에서 만난 ‘멘토’

“제 커리어는 변미영 선생님과의 인연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변미영 선생님과는 13년 전 부산지역대학 생활과학부 오리엔테이션에서 처음 만났어요. 변 선생님이 같은 아파트에 살고 계셔서 선생님의 차를 타고 1시간여 거리의 학교를 함께 다니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당시 최 대표는 가정용 미싱으로 직선박기만 해본 왕초보였지만, 변 대표는 이미 부산기능대회에서 3개의 메달을 획득한 실력자였다. 변 대표와 함께 과목을 듣다 보니 1학년부터 옷 제작 실습을 포함해 3~4학년이 수강하는 난이도 높은 과목도 듣게 됐는데, 함께 공부하면서 실력이 급속도로 늘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변 대표는 “너 정말 처음 해보는 거 맞아?” 라고 물으며 도전을 주저하는 최 대표를 북돋웠다. 전국 기능대회에 도전하게 된 것도 기능대회 수상자였던 변 대표의 권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국 기능대회 1등의 영광


“의류 분야에서 전국 1등을 뽑는 공신력 높은 대회이기에 처음에 저는 엄두도 못 냈어요. 당시 4학년이었는데 패션디자인산업기사를 준비 중이었고 변 선생님은 기능대회 도전을 권유하셨죠. 제가 연습할 수 있도록 변 선생님께서 본인 작업실을 빌려주시고, 1:1로 기능대회 준비를 도와주셨기에 가능했어요. 일을 하면서 공부하느라 바쁘실 텐데도 주말마다 부산지역대학 실습실에서 기능대회에 도전하는 방송대 학생들을 열성적으로 지도해 주시고, 간식까지 한아름 준비해 오셔서 모두가 열심히 할 수 있게 북돋아 주셨어요. (웃음)”


 ‘나는 너한테 하는 건 하나도 안 아깝다’며 아낌없이 베푸는 변 대표와의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21년 나이 차이를 넘어선 우정이었다. 모녀지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가까운 이들의 우정이 깊어질수록 실력도 일취월장 해갔다.


“기능대회를 앞두고 6개월 동안 주말도 없이 매일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실습에만 몰입했어요. 기출 문제를 해석하고, 입체적인 패턴을 만드는 과정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작업이었죠. 변 선생님을 붙잡고 ‘이게 무슨 말이에요?’ 물어보며 매일 보완점을 일지에 정리했어요.” 재능에 노력이 더해지자 2014년 전국 기능경기대회 의상디자인 금메달로, 전국대회 1등의 영광을 안았고, 패션디자인산업기사, 컬러리스트기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에게는 멘토가 한 명이 아니었다. “변미영 선생님 외에도 방송대를 통해서 많은 선배들을 만났어요. 끊임없이 도전하시는 전미화 선배를 보며 의류기사 등 자격증에 도전하게 됐고, 부산대 박사과정까지 공부하게 됐죠. 또 김영미 선배님은 직업전문학교 원장님으로 저를 강사의 길로 이끌어 주신 분이에요. 먼저 앞서 길을 걸어간 선배님들이 계셔서 따라가면서 배울 수 있었던 거죠.”

원단 찾아 전국 활보 … 논문 탐구도


피규어 의상 분야에서 일하게 된 것도 변 대표의 지인 추천이 한몫했다. 영화 속 캐릭터를 미미 인형 크기의 피규어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했다.


“영화를 보며 연구하고, 대구 서문시장, 서울 동대문시장 등 전국 의류 도매시장을 종일 돌아다녔어요. 영화 속 캐릭터와 질감, 두께, 색상, 무늬까지 맞는 원단이 시중에 없었기 때문에 원단을 직접 만들었어요. 피규어에 입힐 수 있는 얇은 원단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원단인쇄를 외주로 제작했었는데 예상과 다른 색감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 직접 제작하기 위해 원단제작용 프린터기, DTG프린터기, 열프레스기 등을 구입해,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찍어냈어요.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은 색감을 구현하기 위해 논문을 뒤지며 연구하기도 했어요. 논문에 ‘온도와 습도에 아주 민감하다’는 결론이 나와 있었고 온도, 습도, 시간, 압력 등을 메모해 가며 원하는 색을 찾기 위해 200장까지 찍었어요. 필요한 건 20장이었는데 말이죠”


2018년 처음 축소 의상제작을 시작한 뒤 2~3년 동안은 계속 실패하고 손해를 보며 작업해야 하는 일도 잦았다. 미싱 40년 경력 전문가도 축소 의상 제작을 힘들어해 직원들이 그만두기도 했다. 그렇지만 노력은 배반하지 않았다. 우수한 품질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미국, 유럽, 사우디, 중국, 일본, 홍콩 등 해외주문 국가가 늘어 수출다각화기업으로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의 수출바우처지원사업에 2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자격증 취득과 창업 제안


최 대표는 패선디자인산업기사, 의류 기사, 컬러리스트 기사 등 7개의 자격증을 단기간에 취득하면서 실력이 늘었다고 조언했다.
“자격증을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해서 땄어요. 기능대회든 자격증이든 도전을 해서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획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격증 획득으로 당장 무엇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이 다 자산이 되거든요. 이 과정에서 실력이 늘고,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용기가 생겨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었죠.”


최 대표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학습한 내용이 실무에도 결국 활용된다며 배움을 강조했다. 가죽공예를 배우고, GTQ 1급 자격증을 따둔 것이 원단을 제작하거나 가죽 소재를 다루고 색감을 만들어낼 때 도움이 됐다고 귀띔했다.


그는 디자이너 양성과 강의를 통한 노하우 공유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회사를 꾸준히 성장시켜 현재 5명이 함께 일하고 있는데 끝까지 함께 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다른 이들이 가보지 않은 생소한 축소 의상 분야를 처음 시작하면서 ‘맨땅에 헤딩’을 하며 알게 된 노하우들을 바탕으로 추후에는 축소 의상 디자이너를 양성하고 싶습니다.”
의류패션업계는 취업이 어렵지만, 취업을 하더라도 근무 환경이 열악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그는 취업보다는 창업과 교육에 도전해 볼 것을 제안했다.

“의류 패션 쪽은 취업 길이 막히더라도 창업의 길은 항상 열려 있어요.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기에 공방 형식으로 소량의 주문 제작을 의뢰받아 판매한다거나 소규모로 개인 수업을 할 수도 있어요. 이렇게 하면서 주문량이 늘어나거나 괜찮은 사업 아이템을 찾게 되면 그때 회사를 만들어도 좋아요. 수강을 희망하는 이들이 많으면 학원을 만들거나, 석·박사학위를 취득해 강사로 커리어를 개척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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