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할 때마다 우리나라는 백성이 들고일어나 구국운동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아마 동학농민운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전북지역대학(학장 최정학)은 10월 17일 저녁 7시부터 국립대학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나라 없는 나라』의 저자 이광재 작가를 초대해 지역대학 2층 대강당에서 명사특강을 진행했다.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좇아 당시 시대의 배경과 되풀이되는 역사의 서사 속에서 현실을 비춰 미래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작가의 힘 있는 목소리에 2시간이 넘는 시간이 짧게 느껴진 자리였다.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최정학 학장은 인사말을 통해 “1980년 광주 5·18민주화운동 당시 니는 초등학생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집에 숨어 있던 기억밖에 없다. 나중에 고등학교 때 우연히 5·18 현장을 담은 처참한 사진을 본 후 ‘내가 지금 어떻게 살아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 먹먹했다”라고 말했다.
최 학장은 “동학 역시 커다란 혁명이자 역사적인 서사가 베어진 우리의 기억인지라 전주에 왔을 때 『봉준이, 온다』라는 전봉준 평전을 읽고 많은 감명을 받았다. 그런데 이 책이 현장을 뒤지고 깊이 공부한 데서 나온 것임을 안 후, 우연히 저자가 전주에 산다는 것을 알게 돼 직접 만나 본 뒤 오늘 명사특강을 부탁드려 귀한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동학농민혁명을 재구성한 작가의 『나라 없는 나라』는 2015년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될 만큼 잘 짜인 소설적 구성을 갖췄다. 명사특강은 저자의 소설적 내공이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이기도 했다.
특강에 나선 이광재 작가는 비유와 상징을 동원해 강연을 가볍게 풀어갔다. 그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가리켜 “한국의 수많은 역사적인 사건들을 서사로 담아내는 수준 높은 작가들이 많은데, 한강도 그런 작가의 한 사람이다.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문학이 세계에 더욱 알려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과 독자가 소통을 통해 더욱 가까워지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중앙 문단 중심의 한국문학 질서가 워낙 강고해, 지역 작가들이 발표 기회를 가지기도 어렵고, 작품을 발표해도 관심을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는 지적이었다.
강연이 깊어 가자 작품 『나라 없는 나라』의 의미를 좀더 짚어내 설명하기도 했다. “동학의 탄생 배경과 역사적 흐름에 따른 전국적인 동학운동의 본질을 들여다보고자 노력했다”라고 말한 그는 작품의 내용을 인용해 『나라 없는 나라』가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개인적 관심의 결과물만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너무도 수탈이 심했던 호남지역에서 민란이 왜 빈번할 수밖에 없었는지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면서 동학농민혁명이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를 설명할 때는, 대강당 장내가 더욱 엄숙해졌다.
그의 특강은 동학농민혁명의 현재적 의미를 짚어내는 데서 절정을 이뤘다. 동학농민혁명의 시작에서부터 전봉준 장군이 체포되기까지의 과정을 작품에 담은 작가는 “우리는 아직도 동학농민운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며 그 군중 속에 서 있는 혹은 앉아 있는 우리가 바로 녹두장군일 수 있다”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오늘의 현실을 꼬집으면서 특강을 마무리했다.
“130여 년 전 이 땅을 살았던 이름 없는 백성과 농민들의 삶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당시 봉기를 일으켰던 수많은 선조들의 피가 꽃을 피워 그 후손들인 우리는 좋은 시절을 만끽하고 있다.”
전북지역대 명사특강에 나선 이광재 작가는 평전 『봉준이, 온다』, 『나라 없는 나라』,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왜란』, 단편집 『늑대가 송곳니를 꽂을 때』 등을 발표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전북=이증효 학생기자 jebo8272@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