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유어 아이즈」 포스터. 사진 제공=엠엔엠인터내셔널
31년의 공백을 깨고 나온 기적 같은 신작 「클로즈 유어 아이즈」(감독 빅토르 에리세)가 개봉 후 스페인 거장 빅토르 에리세 감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22년 전 실종된 배우의 행방을 찾으며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 한 노년의 감독 이야기를 황홀할 만큼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로, 1992년 이후 오랜 공백을 깨고 나온 스페인의 거장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2023년 최신작이다.
지난 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특별 상영된 이후 “긴 공백의 이유에 대해 에리세 감독이 50년간 공들어 기록한 답변”(Rolling Stone), “신화처럼 회자되는 감독의 경력에 정점을 찍는 풍성하고 반짝이는 작품. 마치 꿈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Variety) 등 외신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특히 엔딩의 감동이 「시네마 천국」에 버금간다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가장 깊숙이 영혼을 울리는 올해의 엔딩”(Los Angeles Times) 등의 찬사를 받으며 ‘카이에 뒤 시네마’ 2023년 베스트 영화 2위에 선정되는 등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빅토르 에리세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와 광고 제작자로 일하다가 1973년 장편 데뷔작 「벌집의 정령」으로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9년 후 두번째 장편 「남쪽」(1982)으로 시카고 국제영화제에서 골드 휴고상을 받으며 스페인에서 가장 중요한 감독으로 부상하고, 다시 10년 후 「햇빛 속의 모과나무」(1992)로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과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했다. 10년마다 하나씩 내놓는 극도의 과작(寡作)에도 불구하고 모든 작품이 스페인을 대표하는 세계적 걸작으로 인정받아 왔다.
31년만에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감독의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가 녹아 있는 고백이자 사라져가는 ‘시네마’에 바치는 헌사로 평가받는다. 22년 전 실종된 배우의 흔적을 찾으며 그 옛날 자신의 영화와 다시 조우하는 영화감독의 이야기를 통해 빅토르 에리세 감독은 지금 시대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의 기적을 스크린 위로 다시 소환한다. 여기에 50년 전 첫 장편영화 「벌집의 정령」의 주인공 귀여운 꼬마 아나 토렌트가 이제 중년이 되어 영화 속 실종된 배우의 딸로 출연하는 등, 영화는 안팎을 오가며 관객의 마음에 그리움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시네마’의 기적을 소환하는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31년만의 신작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