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ㆍ취업   커리어 Zoom In

 


“자립 의지를 가지고 
퇴소하시는 분들을 보면 뿌듯하죠.
허상과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몸으로 부딪칠 때가 많고
행정 업무도 많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노숙인 문제가 사회 문제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한국의 노숙인』(서울대출판문화원)에 따르면, 다수의 정책 연구에서 노숙인 지원시설은 응급 구호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지만, 노숙인들을 사회로 돌려보내는 역할에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노숙인 시설의 사회복지사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김삼곤 동문은 2016년부터 서울의 한 노숙인 복지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시설 내에서는 ‘생활인’으로 부르는 노숙인들을 돌보고, 재활과 교육·상담을 맡고 있다. 인근 복지시설에서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김 동문에게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해결사’로 통한다. 김 동문은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다. 한 대기업의 CVS유통사업부에서 11년간 일하다 2009년 명예퇴직한 뒤, 장애인 복지관에서 봉사를 하면서 사회복지에 흥미를 갖게 됐다. 공항 기내식 제조업에 종사하면서 방송대 사회복지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2013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2015년부터 주간보호센터, 실버센터에서도 일했다. 필리핀 최대 빈민가 톤도지역에서 자원봉사를 했고, 방송대 글로벌 봉사단 3기로 베트남 하노이에서 자원봉사를 했으며, 요즘은 방송대 관광학과에서 자원봉사로 문화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서정 기자 human84@knou.ac.kr
 
노숙인들을 위해 일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집 근처 장애인 복지관에서 10여 년 자원봉사를 하면서 사회복지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2009년,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할 당시 첫째 딸이 다섯 살이었고 둘째가 막 태어났을 때였죠. 1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방황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장애인 복지관에서 봉사하게 됐는데 적성에 잘 맞더라고요. 어떤 일이든 하겠다고 자원했는데, 제가 맡은 일이 목욕 차에서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을 씻겨 드리는 일이었죠.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었어요. 땀이 비 오듯 흘렀죠. 복지사 선생님들과 친해졌고 행사 때마다 연락이 왔어요. 어르신들을 모시고 김장도 하고 바자회도 도우며 가까워졌습니다. 
 
노숙인들을 위해서 일하는 것은 어떤가요
이상과 현실은 매우 다릅니다. 물건을 던지는 등 돌발적인 상황도 있다 보니 봉사하는 마음만으로 일하는 게 벅찰 때가 많은 것도 현실이죠. 하루에도 참을 인(忍) 글자를 여러 번 쓰며 감내할 때도 있습니다. 좌절하고 실패해 더 이상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 교도소 생활을 했거나 가정 폭력의 경험이 있는 경우도 있고요. 아프더라도 치료를 거부하시는 분들도 꽤 많아요. 씻지 않는다고 해도 인권과 관련되기에 강제할 수가 없습니다. 공동생활을 하므로 씻지 않는 행위로 동료가 피해를 보게 될 경우, 생활 지도를 하며 개입할 수가 있죠.
 
하루 일과를 소개한다면요
3교대 근무인데 보통 아침 7시 출근과 동시에 배식을 합니다. 배식 후에는 투약을 하는데, 개인별로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기에 매우 예민한 작업입니다. 약을 몰래 버리거나 먹지 않는 분들을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죠. 8시 30분쯤 당일 병원을 방문할 진료자를 체크한 후 인솔하고, 차량 탑승 안내를 합니다. 9시쯤 체조 지도를 한 뒤 생활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생활인들의 건강 상태와 위생 상태를 점검합니다. 필요하다면 연고 도포와 위생관리, 환복 지도 등을 합니다. 11시에 점심 배식을 하고, 배식 후에 역시 투약을 합니다. 오후 1시 30분쯤 병원 진료자 체크 후 인솔을 담당하고, 오후 생활관 라운딩을 하며 도움이 필요한 생활인들의 상태를 점검합니다. 오후 3시 생활관 청소와 업무일지 작성을 끝으로 오후 4시에 퇴근합니다. 월 2회 생활인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사들과 사례 회의를 실시합니다. 면밀한 관찰이 필요한 사례를 공유하거나, 외부 취업이 가능할지를 평가하기도 하죠. 
 
힘드신 순간이 많았을텐데,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죽음을 목격할 때죠. 지난해 한 해 동안에만 40명이 사망했습니다. 눈앞에서 사망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CPR을 실시했지만 안타깝게 사망했을 때는 며칠 동안은 그 광경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내내 힘듭니다.
 
그렇지만 보람되고 뿌듯한 순간들도 있겠죠
자립 의지를 가지고 퇴소하시는 생활인을 보면 헤어짐이 아쉽기도 하지만 뿌듯하기도 합니다. 사회복지사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퇴소한 분이 있는데 최근에도 “복지사님이 저에게 용기를 주셔서 여기까지 왔습니다”라고 연락이 왔어요. 입소 대기실에서부터 청소도 도맡아서 하고 굉장히 모범적인 분이었습니다. 체중이 많이 나갔던 분이어서 건강 관리에 유의하시라고 조언을 드렸는데, 엄청난 노력으로 40kg 감량에 성공하셨어요. 지금도 사회복지사 자격증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을 때마다 연락이 옵니다. 
역사문화 해설 중인 김삼곤 동문
역사문화 해설 중인 김삼곤 동문


역사문화 해설 중인 김삼곤 동문

청년들을 위한 봉사에도 적극적이시더군요
노숙인들을 보면서 청년기의 자립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노숙인이 되는 것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자립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청년들의 자립을 돕기로 했죠. 청년들의 자립을 돕는 멘토로 활동하고 있어요. 심리상담도 하고, 문화 유적을 함께 답사하며 해설하고 체험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청년들은 여러 번을 만나도 마음을 쉽게 열지 않습니다. 멘토와의 만남보다는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직장 생활에 집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말수도 적고 무뚝뚝한 표정을 한 청년들이 제가 하는 해설을 듣고 밝게 웃는 모습을 보았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사회복지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요
꾸준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복지사의 업무는 감정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과 한계를 인식하고, 자신만의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 경우에는 그게 여행이죠. 사회복지사의 역할 중 하나는 사람들이 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만, 그 변화는 결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전문성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저는 방송대에서 사회복지학, 국어국문학, 관광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가정복지상담학을 공부했습니다. 상담 관련 전문 자격증도 취득할 생각이죠. 학문적인 소양도 중요하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게 가장 좋은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문화해설사로 자원봉사를 하면서도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죠.
 
예비 사회복지사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요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사회복지사를 했으면 좋겠어요. 동료나 후배들을 보면 정말 많이 힘들어합니다. 허상과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몸으로 부딪칠 때가 많고 행정 업무도 많습니다. 보통 나이가 좀 들어서 오는 사람들의 경우 전공이나 사회 경험이 다양하죠.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복지 현장에서 일해 보라고 조언합니다. 특히 노숙인 시설의 경우에 다른 복지시설에 비해 ‘번 아웃’이 빨리 오기 때문에 자기만의 힐링 방법을 찾아보라고 조언합니다. 

 

 


1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로그인 후 등록 할 수 있습니다.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